[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6강 진충보국(盡忠報國)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6강 진충보국(盡忠報國)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6-15 22:4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26강 : 盡忠報國(진충보국) : 충성(忠誠)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恩惠)에 보답하다.

글 자 : 盡(다할 진), 忠(충성 충), 報(갚을 보), 國(나라 국)으로 구성된다.

출 전 : 송사(宋史) 악비전(岳飛傳)

비 유 :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공훈(功勳)에 보답함.



6월이다. 이미 중순이 지나간다.

어김없이 올해도 우리는 호국보훈(護國報恩)을 잊지 않고 나라에서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있다.

특히 6일은 나라에서 현충일(顯忠日)로 지정하여 호국 영령(英靈)의 묘 앞에서 그분들의 뜨거운 애국정신을 상기하고 그분들의 유업(遺業)을 이어받아 기필코 이 땅에 조국통일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6월을 살펴보면 1일(의병의 날), 6일(현충일), 10일(민주항쟁 기념일), 15일(제 1연평 해전), 9일(제 2연평 해전) 25일(6. 25전쟁일)등, 6월은 우리나라에 유난히 아픔이 많았던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를 기리기 위해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한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 조국(祖國)과 자유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장하고도 훌륭한 선조들 덕분에 넉넉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에 진충보국(盡忠保國)은 혼란의 시기에 나라를 지켜냈던 영웅들의 표상(表象)이기도 하다

부정부패(不正腐敗)가 만연했던 송(宋)나라는 금(金)나라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굴복해서 황하(黃河) 이북의 땅을 모두 금나라에 내어주고 휘종(徽宗)과 그의 아들 흠종(欽宗)은 수도(首都)인 개봉(開封)이 함락될 때 포로로 잡혀서 북방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죽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서도 휘종의 아홉째 아들인 강왕(康王)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탈출하였다. 그는 장강을 건너 절강 임안(臨安)에서 남송(南宋)을 개국하여 고종(高宗)이 되었고 송(宋)나라도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송나라 조정에 있던 대신들은 대부분이 무능하고 어리석은데다가 놀기를 좋아해서 나라의 큰일은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송나라에는 악비(岳飛)라는 충신 영웅이 있었다.

그는 무예와 병법에 출중했으며 밤낮으로 나라의 위기에 대해 염려하였고, 이런 난세를 보면서 악비는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이때 아주 현명하고 대의에 밝은 악비의 어머니는 아들이 나라를 위해 늘 걱정을 하면서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세운 것을 알고 매우 기뻐하며 격려하였다.

어느 날 악비의 어머니는 아들이 서재에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탄식하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든지 간에 너는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뜻에서 내가 네 등에 문신(文身)을 새겨 주고자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악비는 즉시 웃옷을 벗고 돌아앉아 어머니에게 문신을 새기게 하였다.

악비의 어머니는 서슴없이 아들의 등에 '진충보국(盡忠報國)' 네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 후 악비는 북벌을 하여 휘종과 흠종을 모셔 오고 빼앗긴 강토를 수복하자고 주장했지만 휘종(徽宗)의 아홉째 아들 고종은 화의(和議)를 주장하는 진회(秦檜)의 말만 듣고 악비의 말은 무시하였다.

결국 악비는 진회의 음모에 빠져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국가에 충성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며 송나라는 금나라에 군신(君臣) 관계를 맺기에 이르렀다.

악비의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아들의 등에 진충보국(盡忠報國)이란 문신을 새겨 주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악비와 같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개인의 이익은 돌보지 않고 일하는 것을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보다 훌륭한 어머니들이 수없이 많다

그 중 안중근 의사(安重根 義士)어머니이신 조 마리아께서 아들(안중근)에게 보낸 짧은 서신을 소개한다. (아들이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소식을 듣고 보낸 서신이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抗訴)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日帝)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大義)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이보다 더 가슴 아프고, 쓰라린 어머니의 심정이 있을까!

당시 이 편지를 쓴 어머니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가 있는 한 우리 대한민국은 또 다른 안중근을 기대할 수 있다.

6월!

조국(祖國)을 위해 진충보국을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의 결의에 찬 진심된 각오를 믿는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다시 조국(祖國)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206070100031920000928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