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6강 계륵(鷄肋)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6강 계륵(鷄肋)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9-06 10: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36강: 계륵(鷄肋) : 닭의 '갈빗대'라는 뜻으로 버리기는 아깝고 먹기에는 얻을 것이 없는 것

글 자 : 鷄(닭 계), 肋(갈비 륵, 갈빗대 륵)

출 전 :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비 유 : 어떤 것을 취해보아도 이렇다 할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



위 성어는 많은 사람들이 애용(愛用)하고, 회자(膾炙)되는 고사성어 중의 하나이다.

위(魏)나라 조조(曹操)가 촉(蜀)나라 유비(劉備)를 치기 위해 한중(漢中)으로 진격했다.

조조는 사곡(斜谷)의 입구에 주둔했다.

서기 219년, 한중(漢中)에서 조조가 유비와 격전을 벌이는데 제갈량(諸葛亮)의 신출기묘(神出奇妙)한 작전술로 조조의 전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조조는 '군사를 물려서 한중을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조조는 둔병을 한 지 오래되어 군사들을 진격시키자니 마초(馬超)가 굳게 지키고 있어 진격이 어렵고, 군사들을 거두어 돌아가자니 촉(蜀)나라 유비의 군사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마음속으로 망설이며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취사병이 저녁식사에 닭국을 들여왔다.

조조는 그릇에 있는 닭갈비를 보고 마음 속에 어떤 느낌을 받았다.

조조가 머뭇거리고 있는데 마침 하후돈(夏侯惇)이 군막에 들어와 야간 군호(軍號)를 물었다. 조조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계륵이라고 해, 계륵"이라고 하자 하후돈이 모든 군관들에게 '계륵'이라고 야간군호(夜間軍號)를 전달했다.

이는 조조가 환군(還軍)하여야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무심코'계륵(?肋-닭갈비)'이라는 영을 내리니 관속들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주부(主簿) 양수(楊脩)만이 그 속뜻을 알아듣고 스스로 군장을 엄히 꾸리니 하후돈이 놀라 양수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짐을 꾸리는가?"

양수가 말했다,

"왕이 계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무릇 계륵(?肋)은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기에는 얻을 것이 없는 것으로 이를 한중(漢中)에 비유한 것이니 왕께서 환군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았소이다."

하후돈이 그럴듯하게 여겨 전군에 철군을 위한 짐을 꾸리도록 명령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마친 조조가 잠시 영내를 순찰하다가 병사들이 짐을 싸고 철군 준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하후돈을 불러

"무엇 때문에 군사들이 짐을 싸고 있는가?"라고 묻자 하후돈이 답하기를

"양수가 암호를 듣고 왕의 명령으로 곧 철군을 할 테니 미리 짐을 싸두라고 해서 군사들에게 지시하여 군사들이 짐을 싸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였다.

조조는 평소에도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멋대로 움직이는 양수에게 괘씸함과 분노를 느껴 양수를 '군의 사기를 동요시킨 죄'로 처형했으며 하후돈도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다. 이어 조조는 전투 중 촉의 명장 위연(魏延)이 쏜 화살에 인중을 맞고 앞니가 나간 뒤, 결국 한중을 공략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하고는 군사를 물렸다. 양수의 판단이 맞은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조조는 평소에 닭고기에 한방 재료를 넣고 만든 보양식을 챙겨먹으며 건강관리를 했다는데, 이를 후세에 '조조 닭'이라고 불렀다. 닭하고 꽤나 인연이 있는 듯하다.

우리말 속담에 "저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깝다."라는 말이 있다. 묘하게도 본 고사는 정치적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곧 선거 때 자기의 당선을 위해 애써준 동지가 권력에 편승되면 점점 힘을 얻어 권력을 많이 남용하여 당선자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지만, 내치자니 자기에게 헌신한 공로를 잊으면 안 되는 의리가 작용하고, 그냥 두자니 점점 더 선을 넘어 권력을 독차지하여 당선자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로 그냥 둘 수가 없는 매우 난처한 경우가 많다.

보자, 그런 경우를.

월(越)나라가 오(吳)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범려(范?)였다.

범려는 20여 년 동안 월왕 구천(句踐)을 보필하면서 그를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그 공로로 범려는 상장군(上將軍)이 되었지만, 구천이란 사람의 이중(二重)성격을 간파하고 전쟁이 끝나서는 갖은 핑계를 대고 구천에게 작별을 고한 뒤 제(齊)나라로 갔다.

제나라로 간 범려는 자신과 절친했던 월나라의 대부 문종(文種)에게 편지를 썼다. "하늘에 새가 다하면 좋은 활도 창고에 넣어 두게 되고,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으며, 적국이 망하면 모사가 죽는 법이오. 게다가 월왕 구천의 상은 목이 길고 입은 새 부리처럼 생겼는데(長頸烏喙/ 긴 목에 까마귀 부리 같은 뾰족한 입)이런 인물은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으나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소. 그대는 어째서 떠나지 않는 것이오?" 문종은 편지를 본 후 병(病)을 칭하고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 후 월나라 간신들은 문종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참소했다. 월왕이 문종에게 칼을 주며 말했다. "그대가 과인에게 오나라를 치는 일곱 가지 술책을 가르쳐 주었고 과인이 그중에 셋을 써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나머지 네 가지가 그대에게 있으니 그대는 나를 위해 선왕을 따라 시험해 보라." 이에 문종은 자살하고 말았다.

이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어원이기도 하다.

옛 말에 용략이 주인보다 앞서게 되면 그 신변이 위험해지고, 공로(功勞)가 천하를 덮게 되면 오히려 상(賞)을 받지 못한다(勇略震主者身危 功蓋天下者不賞/용락진주자신위 공개천하자불상)라고 했다.

요즈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계륵과 닮았다. 위정자(爲政者)분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정독하고 정치에 임했으면 좋겠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4.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