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7강 천고마비(天高馬肥)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7강 천고마비(天高馬肥)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9-14 10:4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37강: 天高馬肥(천고마비) :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글 자 : 天(하늘 천), 高(높을 고), 馬(말 마), 肥(살찔 비)로 구성되어있다.

출 전 : 사기(史記) 흉노열전(匈奴列傳),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

비 유 : 맑고 상쾌한 가을 날씨 곧 가을은 기후가 매우 좋은 계절임을 형용하여 이르거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



가을!

더없이 청명하고 풍성함이 연상되며 괜히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게 된다. 우선 추석(秋夕)이 있다. 추석하면 먼저 먹을 것과 많은 놀이가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지난 8일은 24절기 중 15번째 절기인 백로(白露)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한다. 그에 따라 옛 문헌에 중국 사람들은 백로입기일(白露入氣日)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그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가을을 상징하는 용어는 역시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따라서, 천고마비의 고사성어 어원을 더듬어본다.

한서(漢書)흉노전(匈奴傳)에 기록되어있는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어원이다.

옛 중국 사람들이 생각하던 흉노족은 지금의 만리장성(萬里長城)너머 북방에서 말을 타고 수렵 생활을 하며 사람을 해치거나 재물을 강제로 빼앗던 유목 기마민족이었다. 이들은 넓은 초원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 풀을 먹여 말을 살찌웠는데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가을이면 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농민들의 가축과 곡식을 약탈해 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하라는 뜻으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말이 단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이라는 말로 바뀐 것은 일본에 의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북방 오랑캐의 침범을 겁낼 까닭이 없으니 새(塞)를 빼고 추(秋)를 천(天)으로 고쳐 '천고마비'라 해 가을을 수식하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천고마비'는 단순히 청명한 가을을 상징하는 말을 넘어 외침(外侵)과 그에 대한 경계심(警戒心)을 깨우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반고(班固)이후 후대에 중국 최대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렸던 두보(杜甫)의 조부인 두심언(杜審言)이 북방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蘇味道)가 하루빨리 장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지은 시(詩)에도 이 말이 나온다.

雲淨妖星落 秋高塞馬肥/ 운정요성락 추고새마비

據鞍雄劍動 搖筆羽書飛/ 거안웅검동 요필우서비

구름은 맑고 요성도 사라져 가을은 높고 요새의 말도 살찐다.

안장에 기대면 영웅의 칼이 동하고 붓을 갈기면 깃 꽂은 글이 날아간다.

구름이 맑다는 것은 정세가 조용해졌다는 뜻이고 요성(妖星)은 전란이 있을 때면 나타난다는 혜성(彗星)을 말한다. 그 별이 사라졌다는 것은 이제 변방이 조용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깃을 꽂은 글 즉, 우서(羽書)는 전쟁의 승리를 알리거나 격문을 보낼 때 빨리 날아가라는 뜻으로 닭의 깃을 꽂아 보낸 데서 생긴 말이다.

이 시는 소미도(蘇味道)라는 친구가 어서 개선해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뜻을 담은 시(詩)다.

한편,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보면, '천고마비'라는 이 말은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민족인 흉노가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되었지만 그들은 해마다 가을철에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의 농민들을 약탈하여 기나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했으므로 이 일을 당하는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天高馬肥)'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기후에 걸맞게 이 좋은 계절을 알차게 보내고자 한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활동하기 좋은 때라 남을 위해 무한한 봉사를 실천한다.

가을의 중심인 추석(秋夕)을 시작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어떨까? 특히 포항, 경주지역의 재해를 당하고 힘들어 하는 같은 민족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4.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