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9강 윤언접종(輪言漸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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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39강 윤언접종(輪言漸腫)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9-29 19:5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139강: 윤언접종(輪言漸腫) : 말은 굴릴수록 점점 부풀려진다.

글 자 : 輪( 바퀴 륜). (말씀 언). 漸(점점 점). 腫(종기 종/부풀리다)

출 처 : 오상원(吳尙源) 우화(寓話), 임종대(林鐘大)의 한국고사성어(韓國故事成語)

비 유 : 헛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퍼질수록 부풀려진다.



창조주(創造主)가 사람을 만들 때 귀는 둘이요, 입은 하나로 만들었다. 이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신경 쓰라는 배려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말이 상대방에게 주는 비중은 무겁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말로 인해 입은 상처는 영영 치유하기 어렵고, 오래 동안 상처로 남는다. 특히 말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진실과는 달리 엉뚱하게 부풀려져서 친구가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장끼 꿩이 어린 새끼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타일렀다.

"얘들아, 첫눈이 내렸으니 이제부터 각별히 조심들 해야 한다. 눈이 내리기 전에는 아무리 숲 속을 쏘다녀도 발자국이 남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디를 가도 눈 위에 발자국이 남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우리를 잡으려고 독(毒)이 든 먹이를 놓아두거나 덫을 치거나 사냥꾼들이 몰려올 것이다."

"사냥꾼이 뭔데요?"

"응, 숲 속에 사는 짐승들이나 우리들 날짐승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이지, 그들은 아주 냄새를 잘 맡는 개를 거느리고 총(銃)을 갖고 다닌단다."

"총이 뭔데요?"

"응, 그것은 쇠구슬을 화약으로 쏘는 기계인데 아무리 재빨리 도망치려 해도 총 앞엔 당할 수가 없단다. '쾅' 하고 터지는 순간에 그 총알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죽게 된단다."

"언제 사냥꾼들이 몰려오는데요?"

"이제 곧 두 셋씩 떼를 지어 몰려와서 이 산속이 떠나갈 듯이 총질들을 해댈 것이다."

이때 그 근방을 지나가던 토끼가 장끼 식구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헐레벌떡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루가 물었다.

"어이, 토끼! 무슨 큰 변이라도 생겼나?" 토끼가 "큰 변이고말고요. 총을 든 사냥꾼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다는 거예요."

"아니, 누가 그러던가?"

"네, 저 밑 콩밭 위에 있는 오솔 바위 곁에서 장끼 아저씨가 꼬마들더러 빨리 피해야 한다고 서두르고 있었어요. 숲 속이 떠나가게 총질이 시작될 거래요."

노루도 깜짝 놀라 어린 것들이 남아 있는 깊은 바위 숲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노루 양반, 무슨 변고라도 생겼소? 숨이 하늘에 닿게 쫓아가고 있으니 말이야."

어린 것들을 거느리고 계곡 쪽으로 내려오던 멧돼지가 물었다.

"멧돼지 양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네. 첫눈이 내리자마자 사방에서 사냥꾼들이 이 숲 속으로 올라오고 있다지 않나."

노루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그래? 그럼 사냥꾼들을 누가 직접 봤다던가?"

"토끼가 하는 말이 저 콩밭 위 오솔 바위 쪽에서 장끼네 식구가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것을 봤다는 거야. 탕탕 총소리도 들렸다나 봐."

"큰일 났군, 이 어린 것들을 어쩌지, 아까 저 아래 숲 속에서 심상치 않은 폭음 같은 게 들리는가 싶었는데 바로 그게 사냥꾼들의 총소리 였구먼."

멧돼지는 새끼들을 재촉하며 산허리를 타고 급히 올라갔다.

산허리를 넘어설 즈음에 어슬렁거리고 내려오는 곰과 마주쳤다.

"아니, 왜 이렇게 부산을 떠나? 누가 자네의 새끼들에게 몹쓸 짓이라도 했나?"

"곰 친구, 말도 말게. 사냥꾼들이 지금 사방에서 이 숲을 에워싸고 몰려 올라오고 있다지 않나."

"누가 그러던가?"

"긴말할 사이 없네. 저 콩밭 위 잔솔바위에서 장끼 식구들이 사냥꾼들의 총에 당했다지 않나!" 그 말을 듣자 곰도 깜짝 놀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큰일이다. 큰일이야!" 곰은 헐레벌떡 둔한 몸집을 뒤뚱거리며 달려갔다.

그 때에 새끼들을 거느리고 산 위로 올라오던 장끼 식구가 곰과 마주쳤다.

"아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수? 곰 양반"

곰은 장끼 식구를 보자 자기 눈을 의심했다. 사냥꾼 총에 변을 당했다던 장끼 식구들이 도리어 태연하지 않은가. 자초지종을 듣고 난 장끼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말의 경계에 대한 단어나 속담, 사자성어는 유달리 많다.

그것은 그만큼 말이 우리의 일상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반증(反證)하는 이유이다.

'말이 있기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그대보다 나을 것이다.'(사아디 고레스탄),

'질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 화근(禍根)은 입을 좇아 나온다(太平御覽),'

'입은 화(禍)의 문(門)이요 혀는 이 몸을 베는 칼이다.(全唐詩)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성경에도 '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그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 하느니라.'(잠언 29:20)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 17:9)' 하였다.

선각자(先覺者)나 성인(聖人)들은 유독 말에 대해 조심하고 절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요즈음 사회적 통례는 말을 잘 하면 똑똑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말이 많으면 신뢰도 떨어지고 오히려 자신의 약점까지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요즈음 대한민국은 말의 천국이다. 특히 정치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무제한급이다. 특히 대중의 판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언론이나 대중매체인 방송은 신중하기 이를 데가 없어야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는 나라 기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적의 침범을 막아야하는 국방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단결을 갈라놓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함을 알아야할 것이다.

도덕경에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 참으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참으로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고, '지부지상 부지지병' (知不知上 不知知病/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상책이요,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병이다.)라고 했다. 말하는 것보다 많이 듣는 것이 더 현명하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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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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