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귤과 찹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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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귤과 찹쌀떡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승인 2022-12-11 09:13
  • 수정 2022-12-11 09:22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미나 중앙청과 대표
송미나 대표
책상 달력을 넘겼다. 이젠 12월 한 장만 남았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한 해가 마무리되려 한다. 해는 바뀌어도 세상은 여전히 웅성거리며 소란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2022년 한해는 어떤 날은 아주 재미있고 귀한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예민하고 쉬이 넘어가지 않았던 날들도 있었다. 잠시 멈춤을 하고 한해를 돌아보았지만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12월이 되면 농산물 도매시장에는 귤의 잔치가 벌어진다. 요즘에는 한여름에도 하우스 귤이 나오지만 겨울 귤맛을 따라올 수는 없다. 지금의 귤이 가장 달고 맛있다. 물론 과일이 단지 달기만 해서 맛있는 것은 아니기에 품종별로 단맛과 신맛의 최적 균형을 이루는 시기를 제철로 본다. 이러한 제철에 재배한 귤에는 비타민C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겨울철에 먹는 귤이 건강에도 더 좋다.

제철의 맛을 뽐내는 귤은 나에게 12월을 떠오르게 하고 12월은 귤을 떠오르게 한다. 귤 맛은 제주도 연간 기상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조금은 싱거운 귤이 난다. 수학기에 다가선 겨울 강수량도 또한 영향을 준다. 올해는 귤 맛이 좋은 해다. 추운 겨울에 먹는 과일이지만 따뜻한 방에서 한 바구니 가득 올려져 있는 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상큼하고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과일이다.

우리나라 귤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전해지고 있으며 이 당시 귤을 심고 재배한 기록이 있다. 그리고 조선 시대에 이르러 귤이 귀중한 상품으로 여겨지며 중요한 행사에 귤을 내어놓고 과거에 합격한 유생에게 귤을 나눠주었다. 가끔 드라마의 역사극에서 임금님이 좋아하는 여인에서 진상품으로 올라온 귀하디귀한 귤을 옷소매에 하나 숨겼다가 살포시 전해주는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겨울의 간식으로 불릴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 귤이라면 나에게 겨울이면 귤과 함께 생각나는 소리가 있다. 지금은 듣기 힘들지만 어릴 적 겨울밤이면 골목 어귀에서 아련히 들려오던 "찹쌀떠~억!" 소리가 생각난다. 사서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찹쌀떡 장수를 놓쳐버리고 아쉬운 입맛만 다셨다. 지금이야 배달 관련 앱이 휴대전화에 설치되어 있어서 언제든 내가 원하는 음식을 종류와 맛 취향까지도 고려해서 배달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이렇게 망설이다 한번 놓쳐버린 기회는 긴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 구수한 목소리가 사라졌다.

한해를 뒤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소중한 일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잠시 주변을 돌아본다. 몽실몽실 놓여있던 귤을 하나 까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아들의 입에 넣어주었다. '갑자기 이게 뭐야' 하던 아들이 톡톡 튀는 새콤달콤한 귤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 더 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 입에 다시 한번 귤을 까서 넣어주면서 모처럼 오랜만에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씩 한번 웃음을 지어주더니 아이는 다시 휴대전화 동영상을 본다.

언젠가 아이가 내 나이가 되어서 문득문득 어린 시절 기억의 편린들을 떠올린다면 12월에는 이러한 순간들이 기억났으면 좋겠다. 사라져 버린 소리이지만 나에게는 달콤한 맛과 그리고 그리움이 담긴 "찹쌀떠~억" 추억의 소리처럼 아이에게는 엄마 손끝에 묻어 있던 따뜻한 귤의 향기로 재미난 그리움으로 어린 시절 어느 12월의 겨울밤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12월의 남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을 고마워하면서 지난날을 추억하고 새날은 맞이하면서 그렇게 마지막 달을 보내려 한다. 내일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귤을 챙겨 가져다주어야겠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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