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5강 夜臥八尺(야와팔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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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5강 夜臥八尺(야와팔척)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2-14 11:0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56강:夜臥八尺(야와팔척) : 집이 천 칸인 큰 집이라도 누워 잠자는 공간은 여덟 자면 충분.

글 자 : 夜(밤 야) 臥(누울 와/ 누워 자다) 八(여덟 팔) 尺(자 척/길이를 나타냄)

출 처 : 도연명(陶淵明)의 독산해경(讀山海經)의 詩

비 유 : 욕심 없이 일신(一身)과 정신(精神)이 편안히 쉬고자 함의 비유



이 글은 본래 大廈千間 夜臥八尺(대하천간 야와팔척)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천 칸이나 되는 큰 집도 밤에 누워 자는 곳은 여덟 자면 충분하다'는 뜻 이다.

*여덟 자는 주(周)나라 ~ 한(漢)나라까지 1尺은 22.5cm(22.5*8=180cm)이었다.

집이라는 것이 원래 원시시대의 동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바람과 맹수의 습격을 막고,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해 먹고, 잠을 편히 잘 수가 있는 동굴이면 집으로서 족하였다.

衆鳥欣有託(중조흔유탁/ 뭇 새들은 의탁할 곳 있어 기뻐하고

?吾亦愛吾廬(오역애오려/ 나 또한 내 초막 사랑한다오.

이는 도연명(陶淵明)이 산해경(山海經)을 읽고 지은 시(詩)의 내용 중 일부이다.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나태주 시인의 짧은詩 '행복'의 전문이다.

중국 역사를 보면 요·순(堯舜)임금 시대에는 임금들도 초가집을 궁궐로 삼아 선정(善政)을 베풀었다. 그러다가 하(夏)나라 걸 왕(桀 王)이 인도에서 들여온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면서부터 요·순시대의 근검절약 정신이 깨어지기 시작했다.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다 보니 거기에 맞는 밥그릇과 밥상을 새로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방의가구들도 사치해지고 결국 집 전체가 달라졌다.

그러나 아무리 방이 천 개나 되고 넓고 화려한 집에 산다 하더라도 밤에 잠자리로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여덟 자(사방 약 2m) 안팎일 뿐이다.

징기스칸이 유라시아대륙에 걸치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을 영토로 차지하였지만 결국 얼마 되지 않는 넓이의 무덤에 빈손으로 누웠을 뿐이다. 그는 자기를 관(棺)속에 넣을 때 두 손을 관 밖으로 내놓으라고 유언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자신의 장례식을 통하여 인생은 결국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夜臥八尺"으로 자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져 감사와 만족이 늘 따르는 인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 중기 때 문신 '면앙정 송순(宋純)'은 대사헌과 우참판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벼슬에서 물러난 후 전남 담양에 지은 집이 겨우 초가삼간(草家三間)이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 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역시 고풍스런 선비의 의연한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당시 양반들은 유교의 덕목인 검소함을 실천하기 위해 작은 집에 살아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삶의 개념을 '大廈千間 夜臥八尺(대하천간 야와팔척/ 큰 집이 천 칸이라도 밤에 잘 때는 여덟 자면 만족하고) 良田萬頃 日食二升(양전만경 일식이승/좋은 밭이 만 이랑이라도 (하루에 먹는 쌀의 량은)두 되 정도면 족하니라.)'

이는 선비들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을, 열심히 학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삼고, 사치와 욕심을 배척하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살았던 것이다.

집이란 인간의 피곤한 삶에 지친 몸을 편안하게 쉴 수 있고, 또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내일의 일에 대하여 계획하는 공간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가정을 이루어 부모, 부부, 자식까지 서로 믿으면서 화합하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무한한 행복의 터전인 것이다. 이것이 어쩌다가 재산증식이란 욕심의 중심적 역할이 되어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꼴이 되었다.

명절이나 큰일을 치르고 나서 집에 오면 모두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기어들어갔다 기어 나와도 내 집처럼 편안한 곳이 없다."라고들 한다.

온 나라가 부동산문제로 시끄럽다. 사태의 본질은 시장 자율화를 통한 충분한 공급정책을 펴지 못한데 있다. 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집값이 내려가면 내려가는 데로 희비가 교차한다. 이는 편안함의 공간이 아니라 욕심을 부추기는 재산의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옛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을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욕심의 중심에서 편히 쉬는 공간이 화(禍)를 부르는 재앙덩어리가 되지 않토록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집은 작고 허술해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으면 최고의 '행복 공간'이 되는 것이다. 집이 욕심과 사치의 상징이 되면 쉴 공간도 없이 평생을 피로함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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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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