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제작 오페라 사상 초유 공연 취소… “부실업체 때문”

  • 문화
  • 공연/전시

대전예술의전당 제작 오페라 사상 초유 공연 취소… “부실업체 때문”

예당 측 "외주업체 제작 기간 지연, 부실 제작으로 문제 비롯"
제도적 한계로 전문업체 못 들어와, 부실업체 피할 길도 없어
문화계 "말도 안되는 일 발생…관객과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

  • 승인 2023-11-08 17:43
  • 수정 2023-11-08 19:50
  • 신문게재 2023-11-09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1108171332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제작 오페라가 공연 하루 전날 돌연 취소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무대 세트 제작을 맡은 외주 업체의 계약 위반 때문이라며 대전예당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예술의전당은 19번째 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을 8일부터 11일까지 아트홀 공연장에 올릴 예정이지만, 7일 오후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외주를 맡긴 무대세트 제작업체의 기간 지연과 부실 제작에서 비롯됐다는 게 예당 측의 설명이다.

예당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계약에 따라 11월 2일까지 무대 세트 20개 품목 납품 후 설치를 완료했어야 하지만 기한을 어기고 공연 예정일인 현재까지도 전체 세트를 납품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납품된 6개의 품목마저도 업체에서 규격과 재질, 방염처리 등 시방서에 따른 제작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예당은 그동안 제작 업체가 과업 기간에 대한 거짓을 반복해왔다고 말한다. 또 공연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고 법적으로 업체가 서면으로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계약을 강제로 해지할 수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예당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공문도 보내고 여러 번 연락도 했으며 직접 제작소를 찾아 갔었다"며 "제작 업체가 오늘 들어온다, 내일 들어온다며 납품일을 지키지 않고 거짓을 반복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제도적 한계로 전문업체를 구하지 못하거나, 부실업체를 가리지 못하는 것 역시 지적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해당 업체는 오페라 공연 무대세트 제작전문업체가 아닌 일반 공연 세트 제작 실적이 있는 전기 장비·조명·전시 업체다. 경기도 소재의 이 업체는 올해 9월 대전시 회계과에서 공고한 무대장치 제작설치와 철거 위탁용역 입찰을 통해 낙찰받았다.

당초 설계한 오페라 무대 세트 설치, 철거 진행에 따른 추정 가격은 1억 원 이상이었는데, 법적으로 예산 2000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 대전시 사업소인 대전예당이 수의계약을 하는 것이 아닌 대전시가 입찰 용역을 진행해야 한다.

당시 공고를 보면 '사업자등록상의 업태 또는 종목에 무대장치 또는 무대제작 등의 항을 포함해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은 자로서 입찰 참가 등록마감일까지 자격조건을 갖춘 업체'라고 자격 기준을 정해놨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은 오페라 무대 세트 제작 전문 업체가 아닌 일반 무대 제작 업체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중기업이라 규모도 있었고 공공기관과 거래, 무대 설치 관련 실적도 있었다"며 "오페라 무대 세트 제작 전문 업체라는 실적 제한을 두려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시한 금액 이상일 경우 제한을 걸 수 있는데, 기준이 2억 2000만 원이다. 기준 금액보다 낮아 세부 자격 기준을 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전예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전예당에서 이렇게 공연을 취소한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공공공연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신뢰도 면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안전상의 문제도 있어 공연 취소가 불가피했다"며 "우리만 겪는 아픔이 아니고, 서울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용역을, 공연을 주최하는 예당이 맡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2.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3. 정부 유류세 인하조치 이달 말 종료 "기름 가득 채우세요"
  4. '경기도 광역교통망 개선-철도망 중심’ 국회 토론회
  5.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안전지식 체득하는 시간되길"
  1. 2025년 한국수어통역방송 품질 향상 종합 세미나
  2.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안전지식 마음껏 뽐내길"
  3.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학년을 뛰어넘은 집중력… 15개 시군 안전지식 최강자들 치열한 접전
  4. [2025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 중도일보 사장 "여러분들은 이미 안전지식 챔피언"
  5. 손소리복지관.우송&굿모닝보청기, 청각장애인 청력 지원 위한 업무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국민의힘 대전-충남 통합 엇박자…동력저하 우려

대전 충남 통합이 내년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여야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엇박자 행보가 우려되고 있다. 애초 통합론을 처음 들고나온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이슈 선점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수 야당 지도부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밋밋한 스탠스로 일관하면서 정부 여당 때리기에만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통일교 게이트를 덮으려는 이슈 전환용은 아닌지, 대통령이 관권선거에 시동을 거는 것은 아..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스타 류현진.오상욱, 꿈씨 패밀리를 만나다

대전의 대표 스포츠 스타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펜싱 국가대표 오상욱 선수와 꿈씨패밀리의 콜라보 굿즈가 23일 출시된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류현진 선수와 오상욱 선수의 소속사, 대전관광공사, 대전디자인진흥원과 함께 '류현진·오상욱×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선수별 품목 디자인을 완성했고, 대전관광공사가 제작과 유통, 판매를 맡았다. "우주올림픽 준비 대작전! 꿈씨패밀리 지구 특훈 모험!"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각 캐릭터는 선수 특유의 귀여움과 훈훈..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확정, 2026년 이렇게 조성한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의 '모두가 만드는 미래'가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강주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공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상욱. 이하 LH)와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선작은 행복도시의 자연 경관을 우리 고유의 풍경인 '산수(山水)'로 해석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적 풍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 특징은 △국가상징구역을 관통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