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살기 편안한 도시 대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살기 편안한 도시 대전

조한묵 대전건축사회 회장

  • 승인 2024-05-20 13:41
  • 신문게재 2024-05-21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공식사진
조한묵 대전건축사회 회장
요즘은 지자체마다 명품 도시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이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는 건축사로서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경제개발 논리로만 접근하던 도시와 건축을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고, 잘 만들어진 건축물과 그것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정치, 경제적 논리로 보아도 이득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명품도시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져 경제에 도움이 되고 높아진 시민의 삶의 질은 지자체의 큰 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 도시를 만들기 위해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고민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명품건축물의 정의부터 바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명품도시와 건축물은 크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좋은 디자인(GOOD DESIGN), 둘째는 좋은 품질(GOOD QUALITY), 셋째는 좋은 사용성(GOOD USABILITY)이다. 첫 번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설계자를 선정하여 설계를 맡겨야 한다. 그를 위해서 지명현상공모 방식을 주로 취한다. 국내외의 유명한 스타 건축가를 지명하여 참여권을 주는 것이다. 여러 지자체에서 주로 실행하는 방법이다. 좋은 설계안을 받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스타건축가의 고정된 스타일에 무리스럽게 맞춰진 설게 안은 그 지역의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높은 설계비와 공사비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실력 있는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잘 고민해야 할 것이고, 세 번째의 좋은 사용성을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도 잘 반영되어야 한다.

명품도시는 몇 개의 명품건축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먼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잘 읽어내어 반영한 마스터플랜 안에서 모든 건축물과 도시 기반시설이 계획되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건축물은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지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품질을 보장할 수 있지만 도시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민간 건축물의 품질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품질로 완공된 건축물에는 인센티브를 주어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대전시도 해마다 대전광역시 건축상 제도를 통해 건축주와 건축사에게 상장과 상패를 수여하고 명판을 제작해 건축물에 부착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선정되는 작품에 부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더 추가하고, 작품집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여러 방송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상금도 책정하여 건축주나 건축사에게 명품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의 도시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1, 2위를 다투는 것이 항상 살기편안한 도시와 재미없는 도시일 것이다. 살기편안도시가 갖추어야 할 기능적인 요건은 많이 있겠지만 필자는 대전이 그러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감성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분지에 자리 잡고 있고, 세 개의 천이 흐르는 밀도가 높지 않은 편안한 풍경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한다. 대전 어느 곳에서나 멀리 산이 보이고 근처에는 천이 흐르고 있으니 편안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대전이 감성적으로 점점 살기 불편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구도심을 고층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점령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판상형의 고층아파트들은 멀리 보이던 산을 가리고 그 자신이 콘크리트 산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로라면 거의 모든 구도심이 아파트 단지로 변할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힌다. 전국 어디나 똑같은 풍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이 편식을 하면 건강할 수 없듯이 도시도 한가지 형식의 건축물이 도시를 점령한다면 결코 건강한 도시라고 할 수 없다. 환경을 생각하고 풍경을 고려한 자율조정된 다양한 형식의 건축물들이 잘 짜인 마스터프랜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 명품건축물과 명품도시는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없을지라도 편안한 도시 대전이 나는 좋다. /조한묵 대전건축사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3. "준비 안된 채 신입생만 받아"… 충남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건립 지연에 학생들 불편
  4.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5.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1.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2.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3.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4.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일제히 반발…"역할부터 예산·인력충원 無계획"
  5.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