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견리망의(見利忘義)' 시대에 대학의 존재 이유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견리망의(見利忘義)' 시대에 대학의 존재 이유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4-06-10 14:36
  • 신문게재 2024-06-1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4010801000544400020711
김정태 교수.
교수신문은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이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으로 원래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그 정반대의 뜻인 견리망의가 파생해 세상에 퍼지게 됐다.

견리사의는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뤼순 감옥에 투옥돼 있을 때 남긴 글로도 유명하다. 안 의사는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을 보거든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고 (국가가) 위태로운 것을 보면 목숨을 바쳐라'라는 유훈을 후손들에게 물려줬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견리사의' 대신 '견리망의'를 좇는 정치인들과 고위직들이 너무도 많다. 현재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과 '채 해병 특검법' 부결, 이태원 사건 등의 어수선한 정국을 바라보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 만연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책임지는 문화가 있었다. 비록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부하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상급자, 또는 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불문율이었던 것이다. 특히 군대에서는 비록 말단에서 벌어진 사건과 사고에 대해서도 그 부대의 최고 책임자가 보직 해임이 되고 승진을 하지 못 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근 '견리망의'의 이런 사례들을 너무도 많이 목격하게 되면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나는 대학교의 교수로서 사회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 학생들 보기가 너무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할라치면 내 잘못이 아닌데도 학생들 앞에서 한숨만 나오게 된다.

'견리망의'의 사회 분위기는 140여 년 전 구한말의 시대상과 너무도 닮아 있다. 사회 지배층이었던 왕족들, 양반들과 관리들은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이었고 백성들은 그 착취의 대상이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의로움을 뒤로 했던 자들에게 배재학당의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는 교훈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였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이것은 1885년 설립된 배재학당의 교훈이었다.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는 구한말 정치, 경제, 사회의 타락상과 탐관오리들의 착취에 시달리는 민초들의 삶을 보면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이 교훈을 성경의 마태복음 20장 26-28절에서 차용했다. 그는 왜 이런 교훈을 지었던 것일까? 바로 당대의 지배층들이 백성들을 섬기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에 대한 착취가 극에 달해 나라가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화의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절에 아펜젤러 선교사는 대학교육을 통해 사회 변혁을 시도했다. 그는 1895년 서재필 박사와 함께 독립신문을 편찬하고 협성회를 조직해 조선의 젊은 인재들에게 민주적인 토론의 장을 열어줬다. 이 협성토론회는 곧이어 독립협회와 만민토론회로 발전하여 자주독립, 자유민권, 자강개혁 등의 주제로 토론의 대중화와 다양화를 이끌었다. 결국 협성회장으로 토론회를 이끌던 이승만은 1898년 왕정 폐지와 공화국 수립을 도모하였다는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게 됐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설립한 배재학당 대학부는 수많은 민족의 선각자를 배출했다. 당시 대표적인 배재학당 졸업생들은 초대 대통령인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를 비롯해 민족시인 소월 김정식, 사회운동가 신흥우 박사,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 의학의 선구자 오긍선 박사 등이다. 이들은 암울했던 시대에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는 배재학당의 교훈을 몸소 실천했던 인물들이었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은 학생들에게 특정한 학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목적은 특정 지식을 기반으로 사회 속의 유용한 인재로 배양하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서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개선함으로 사회 시스템을 변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용한 인재들을 배양해야 한다. 즉 '견리망의'보다는 '견리사의'를 실천할 수 있는 인재를 배양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3.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4.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5.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1.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2.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3.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4.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5.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