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소인배가 설치는 군자의 나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소인배가 설치는 군자의 나라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9-0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중국 당나라 사서 <구당서>는 신라를 군자의 나라(君子之國)라 적었다. 이후 왕조가 바뀌어도 한국의 이미지는 변함이 없었다.

유교에서 말하는 이상적 인간상은 궁극적으로 성인이다. 성인은 지고지순한 완전체여서 탈인간적이다. 인간에 보다 근접한 현실적 이상상이 '군자(君子)'이다. 군자에 대한 언급이 워낙 많아, 그마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대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것이다. 그를 바탕으로 세상에 참여, 하늘의 뜻을 실현코자 천인합일을 추구하여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곧 지도자상이기도 하다.

군자학이 아니라도 자신을 바르게 만들어 가려, 누구나 부단히 노력 한다. 유독 정치인만 게을리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정치적 술수만 있고, 공동선이랄까, 추구하는 이상은 없어 보인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오감으로 배웠다 해도 내 것으로 만드는 내면화 과정이 없으면 공부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알지 못하면 안목이 없어 꿈이 작아지거나 갖지 못한다. 꿈이 만들어져도 그를 살찌우고 알차게 실현시키려는 공부와 노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이 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조금만 성찰이 있어도, 약간의 이상만 준비해도, 지금과 같은 정치판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중요시 되는 것이 더불어 사는 것이요, 아름답게 어울리는 조화로운 집단이다. 그럼에도, 요즈음 도드라지는 것은 극단적 편당이다. 더욱이 그 속에는 사생결단만 있을 뿐, 작은 정의나 사랑도 없어 보인다. 당파적 이익, 권력탈취에만 몰두한다. 그 방법도 거짓, 조작, 꼼수, 막말로 점철되어있다. 다시 위정편을 보자. "군자는 여러 사람과 조화로우면서도 당파를 이루지 않고, 소인은 당파 형성으로 여러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지나친 이상향일 수 있지만, 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에게는 당파가 필요 하지 않다. 군자는 붕당이 마련된다 해도, 상호 도움으로 힘을 보태 효율성 배가와 이상 성취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화롭게 상부상조하려는데 선 긋기가 왜 필요하랴.



정치집단이 그러하다 보니 일반인까지 그에 편승해, 사회전체가 양분된 상황으로 보인다. 정치이야기라도 할라치면 극한 대립, 상호 비방, 편당만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공중분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특정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무리나 문화현상을 '팬덤'이라 부른다. 이것이 정치와 유착되어 '팬덤정치'란 말이 부상한다. 필자는 정치 팬덤은 일반 팬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일반 팬덤은 소비 팬덤이라서 개개인의 개성, 다름이 존중되지만 정치 팬덤은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다. 둘째로 미디어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일반 팬덤과 달리 지속시간이 짧다. 일반 팬덤은 성패를 따지지 않고 더불어 즐긴다. 정치 팬덤은 즐기기보다 승리에 매달린다. 패배와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착각하는 것이 있다. 조직에 대한 이해의 부재다. 조직은 일반적으로 삼등분하여 설명한다. 꼭 필요한 부류, 있으나 마나 한 부류, 불필요하거나 방해되는 부류이다. 능동적이고 뛰어난 인재, 그저 그런 계층, 게으른 사람으로 말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집단, 중간, 싫어하는 것의 비율이다. 질적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구성비는 크게 차이가 없다 한다. 지도자 역할은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지, 구성비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특정부류를 제거해도 그 부류가 구성비만큼 다시 만들어진다는 것이 조직이론이다. 개미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2:6:2의 구성비다. 우리 정치판에 대한 국민 성향도 극렬 지지층으로 볼 때 유사한 일정 구성비가 있다는 생각이다. 중간층으로 분류되는 무리 중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참여하는 중도 층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 팬덤으론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전체를 외면하고, 집토끼니 뭐니 하면서 팬덤에 매달린다.

바르지 못한 것, 무지한 것에 대해 두려워해야 한다. 같은 책 계씨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있다. 천명(天命)을 두려워해야 하고, 위대한 성인(聖人)을 두려워해야 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해야 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위대한 성인에게 함부로 대하며,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지도자라 생각한다면 더욱 두려워 할 일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서구 새마을금고 파크골프 어울림 한마당 성황
  2. 청주시에 코스트코 입점한다
  3. 금강환경청, 논산 임화일반산단 조성 환경영향평가 '반려'
  4. 9월의 식물 '아스타', 세종호수·중앙공원서 만나보세요~
  5. 둔산경찰서, 기초질서 확립 교통안전 캠페인 실시
  1. 한남대, 대전 소제동서 로컬 스타트업 Meet-up Day 개최
  2. 대산산단 산업위기대응지역 지정에도 '대기업들은 효과 글쎄'
  3. 대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4.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경로당 활성화 지원사업' 맞춤형 프로그램 마무리
  5. 대전성모병원 홍유아 교수, 최적화된 신장질환 치료 전략 제시

헤드라인 뉴스


소아과 전문의 절반 수도권에 집중… 환자 당 전문의 편차 2배

소아과 전문의 절반 수도권에 집중… 환자 당 전문의 편차 2배

국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절반가량이 서울과 경기에 쏠려있는 사이 충청권은 대전 217명, 세종 78명, 충남 175명, 충북 146명으로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청소년 인구 1000명당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격차는 서울 1.15명일 때 충남 0.56명으로 최대 격차(0.59명)를 보였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소아·청소년 의료체계 개선방안연구'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6490명으로, 지역별로는 서울(1510명)과 경기(1691명), 인천(350명) 등 수도권이 전체의 56%를..

메가충청스퀘어, 연내 첫 발 뗄 수 있을까
메가충청스퀘어, 연내 첫 발 뗄 수 있을까

대전 도심융합특구의 중심 사업인 '메가충청스퀘어'가 연내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대전 혁신도시에 자리한 '메가충청스퀘어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이 중요해지고 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메가충청스퀘어 조성 사업은 대전 역세권 동광장 일원에 연면적 22만 9500㎡, 지하 7층-지상 49층 규모로 컨벤션, 상업·주거시설, 호텔 등 주요 시설을 포함한 건물 2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대전역 동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되는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정부, 美 관세 피해기업 긴급경영자금 연말까지 13.6조 푼다
정부, 美 관세 피해기업 긴급경영자금 연말까지 13.6조 푼다

정부가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은 수출기업에 연말까지 1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공급한다. 대전·세종·충남의 경우 대미 수출기업은 1317곳으로 지역 전체의 30.2%를 차지하는 만큼, 상당수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3일 관계부서 합동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美 관세협상 후속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 관세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췄지만, 수출 하방 요인이 여전해 이번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 여력과 자금력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2026학년도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