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5평 방 한 칸의 '화양연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5평 방 한 칸의 '화양연화'

김낙철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장

  • 승인 2024-09-18 17:11
  • 신문게재 2024-09-19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KakaoTalk_20240913_104258664
김낙철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장
2010년대 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청년층 사이에서는 소위 말하는 힐링 컨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대표격인 도서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요즘 청년들은 "청춘은 아플 수 밖에 없다"거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등의 말을 거북해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엔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 듣기도 싫어'라는 에세이가 출간되기까지 하였으니, 도대체 무엇이 그 시절 베스트셀러를 따가운 눈총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것일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하기가 쉬워진 요즘엔 '평균 올려치기'라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했다. 서울권 대학 졸업, 대기업 재직, 외제차와 아파트 소유, 호캉스와 오마카세를 밥먹듯이 즐기는 것이 국내 청년들의 '평균'처럼 여겨질 정도로, SNS에는 온갖 화려한 삶의 단면이 가득하다. 심지어 월급 300만원대 직장인을 '300충'이라며 비하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SNS상에서 이뤄지는 평균 올려치기가 청년세대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통계청에 의하면 30대 무주택자는 75%에 달하며,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은 300만원대에 불과할 뿐이다. 사회에서 형성된 평균값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청년층 과반이 애초에 도달하기 힘든 1인분의 무게로 시달리고 있다.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조차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자각을 갖기가 어려운 판국에, 미취업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런 경우 포기하는 쪽이 더 쉽고 합리적인 선택지가 된다. 결혼, 내집 마련, 취업… 그렇게 하나 둘 선택지를 지워가다 보면 어느새 은둔 청년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영역에서부터 선제적인 청년 정책 적용이 절실하다. 특히 대전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청년이 많은 도시인 만큼 단순 재원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보다는 맞춤형 정책 발굴에 힘쓰고 있다.

대전시는 전국 최초로 청년정책공공기관인 대전청년내일재단을 출범했다. 장학사업은 물론이고 '청년월세 지원', '창업지원', '학자금 이자지원', '미래두배 청년통장','임차보증금 이자지원'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 청년활동공간운영, 결혼장려금 지급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많은 청년들이 대전청년내일재단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도움을 얻고 다채로운 의견을 개진해주기를 소망한다.

매년 9월 셋째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청년들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대전청년주간 행사가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개최된다. 올해 대전청년 주간의 슬로건인 '화양연화'는 꽃처럼 빛나는 시기, 즉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나 또한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던 때가 있었다. 여러 번 곱씹어 보아도 영 좋지 못한 날엔 '이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었다'며, 사금파리같은 행운의 조각을 찾아 온 하루를 뒤적이던 기나긴 밤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던 평범한 순간들이, 심지어는 절대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느꼈던 나날들조차 훗날 안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어쩌면 삶의 모든 순간이 그 자체로 화양연화가 아닐까. 지금은 비록 눈앞에 흔들리는 그림자가 하나하나 꽃인 줄 모를 수도 있겠지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마 퀸’ 여서정, 금빛 질주 이어간다.
  2. 부산 영도 아이들이 고른 53곳, 한 장의 지도로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5.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 원년되나
  1. 서산해미읍성, 600년 시간의 문 활짝, "서산의 맛과 사람들 한자리에"
  2.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대전 옛 대덕경찰서에 ‘육군 AX 거점’ 10월 문 연다
  5. 예산장터 삼국축제 10주년…'린' 소주 20만 병에 축제 홍보

헤드라인 뉴스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르포] "이게 선사시대 움집?"…둔산선사유적지 곳곳 '허술한 보존'

29일 대전 서구 월평동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둔산선사유적지.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시민들은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여느 도심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유적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청동기시대 집터를 재현한 움집 세 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선사시대 움집 재현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움집 외벽은 짚이나 갈대로 덮여 있었지만, 지붕에는 인조 볏짚 형태의 합성소재가 덧씌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파란..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로 농협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기반 흔들'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협동조합 조합원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신규 가입 조합원 역시 40대 미만은 7%대에 불과해 농협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현황을 분석해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농협 조합원은 모두 202만 846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08만 7359명에서 2022년 207만 6055명, 2023년 206만 3765명, 2024년 204만 6229명, 2025년 202만 7481명으..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공주시 제72회 백제문화제 10월 3일 개막... 웅진백제 역사·예술의 진수를 만난다

제72회 백제문화제가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가운데 웅진백제의 역사와 예술을 결합한 대표 프로그램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30일 공주시에 따르면 올해 백제문화제는 웅진백제의 핵심 유물인 '청동거울'과 무령왕비 서거 1,5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연과 퍼레이드 등을 선보인다. 대표 공연인 '웅진판타지아'는 10월 4~5일과 7~10일 오후 9시 금강신관공원 주무대에서 모두 6차례 열린다. '청동거울에 비친, 찬란한 백제'를 주제로 대형 LED와 특수효과를 활용한 무대에 전문 무용수 등 40여 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잠들어 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