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강 특수? 먼나라 얘기"… 대전 인쇄업계는 고사 위기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 "한강 특수? 먼나라 얘기"… 대전 인쇄업계는 고사 위기

14일 대전 인쇄특화거리 가보니 영업 위축
인쇄업계 살릴 수 있는 대안 조속히 마련해야

  • 승인 2024-10-14 17:57
  • 신문게재 2024-10-15 2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인쇄거리 전경
14일 오전 10시께 대전 정동 인쇄특화거리 모습.
"한강 작가의 책 인쇄 판권 계약을 맺은 인쇄소만 호황이지 나머지는 '한강 특수' 없어요. 특히 대전의 인쇄업계는 지금 고사 직전이에요."

14일 오전 10시께 대전 동구 정동 인쇄특화거리 일대에서 만난 인쇄인들은 기자의 질문에 모두 고개를 휘저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종이책을 찾는 이가 늘어 인쇄소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는데, 대전은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 없이 조용했다.

도서 인쇄를 하는 업체도 찾기 쉽지 않았다. 종이책 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 지역보단 수도권의 출판사와 인쇄소를 이용하려는 분위기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서 출판 인쇄 매출은 30%가량 감소했다. 동구에만 도서 출판사가 70곳 가까이 있지만, 이용률이 줄면서 덩달아 인쇄소와의 거래 물량도 줄어 드는 상황이다. 최근 대전의 대표 향토 서점인 계룡문고까지 폐업하면서 인쇄업계의 고심도 깊어졌다.

인쇄 거리에서 10년째 출판사와 인쇄소를 함께 운영 중인 A씨는 "요즘은 작가 개인이 소량으로 책을 출판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며 "지자체 지원을 받는 지역 작가들도 대전에서 출판·인쇄를 하지 않고, 수도권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전시민 세금으로 지원받아서 책을 내는 건데 지역 업체를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대전 인쇄 거리는 서울 을지로, 대구 남산동과 함께 전국 3대 인쇄 특화 거리 중 하나다. 104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역의 무관심에 명맥을 잃을 위기다. 대전인쇄조합에 따르면, 이곳 인쇄 거리에서 800여 곳의 인쇄업체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최근 400여 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은 상태다. 전문 인쇄 장비 역시 60대가 있던 반면, 현재 등록된 인쇄기는 47대뿐. 그나마 대전과 세종에 공공기관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업체가 관공서 책자, 명함, 홍보 전단지 등 인쇄로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쇄장비
'ㅎ' 인쇄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쇄 장비. 제품 카탈로그를 인쇄하고 있는 중이다.
대형 인쇄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ㅎ' 인쇄소도 마찬가지였다. 인쇄기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곤 있지만, 인쇄소 안에는 도서 출판물보단 공공기관 책자, 공연 포스터, 제품 카탈로그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이곳은 인쇄거리에서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삼성 1구역 등 역세권 재개발, 재건축 추진으로 인쇄 거리 4개 구역 중 2개 구역의 인쇄업체 120여 곳이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다. 'ㅎ' 인쇄소도 그중 하나다. 'ㅎ' 인쇄소 대표인 김모 씨는 "대전에서 인쇄 산업이 사라질 판인데, 재개발·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의 대안은 10년째 없는 상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은 공공기관 인쇄 의뢰도 감소하는 상황이다. 매년 연구보고서 책자 발간을 위해 인쇄업계를 찾던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기관도 최근 3년에 한 번으로 책자 발간을 줄이면서 인쇄소 평균 업무량도 3분의 1이 줄었다는 것이다.

박영국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장은 "기관마다 자료를 디지털화시키다 보니 걱정"이라며 "인쇄업이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선거기간에도 정당에서 지역 인쇄소보단 수도권 인쇄소를 이용한다. 시에서 얼른 대안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인쇄거리는 5년 내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2. 대전 여야,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놓고 '공방전'
  3.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4. 90년 역사 품은 테미오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5.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1.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2. 대전 서구 '구청장 직통문자' 100일…민원 999건 접수
  3.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4. 탈석탄 충남, 신재생 전환 이익 절반은 역외로
  5. [세상보기] 각자도생의 시대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가 전국 교정시설 중 처음으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구축하고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해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신경과에 대한 시설 내 전문진료를 시작한다. 2005년 교정시설의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으로 여겨져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교도소에서 스마트 메디컬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롭게 조성하고 확보한 시설과 장비를 소개했다. 이날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과 이동철 의료 교정관이 참석하고, 김재술 대전교도소장 주관으로 임정혁..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시설 직원이 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재수사 돌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세종경찰청 강력마약범죄수사대는 시설 직원 A(30대)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대전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5월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시설 내 목격자 진술과 A 씨의 근무 시간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앞서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A 씨에게 무혐의 처분..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대전과 세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이 797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국어학급은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전·세종은 고교 단계의 한국어 교육 기반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전지역 고교 이주배경학생은 655명, 세종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학생 수를 합하면 797명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어학급은 모두 운영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