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역을 힙(hip)하게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지역을 힙(hip)하게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 승인 2024-10-29 16:19
  • 신문게재 2024-10-3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3082801010014786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한국 문화예술의 힘이 대단하다. K팝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강남스타일, BTS는 세계인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얼만 전 프로야구 응원단의 아웃송 댄스 삐끼삐끼춤이 인기를 끌더니, 요즘은 '아~파트 아파트'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술자리 게임에서 유래된 노래인데, 재미와 에너지가 넘친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고, 2021년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올해에는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번역서로만 읽었던 노벨문학상 작품을 한글로 읽게 되었다.

한국 문화예술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적이라는 점은 공통적일 것 같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던 놀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오징어 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은 어릴 적 우리의 전통적 놀이였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한국 사회의 삶을,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항쟁을 주제로 삼고 있다. 우리의 지역적 이야기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의 지역에서의 삶이 정보매체의 힘을 통해 바로 세계인과 공유되는 시대다.

한국적인 것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역 축제가 그렇다. 안동 국제 하회탈춤 축제, 보령 머드축제, 함평 나비축제, 원주 치악산 고구마 축제의 '고구마 길게 깍기 대회', 연천 구석기 축제의 '고인돌 옮기기 체험' 같은 지역축제가 Z세대의 웃음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노잼도시로 유명한 대전은 빵지순례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맛있는 빵만 먹을 수 있다면 먼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닌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을 찾아 그곳에서만 파는 빵을 사 먹는 것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와 웃음이 개인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전략이 먹히고 있다. 누구나 가보는 유명 관광지는 한 번으로 족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아드리아 해변의 작은 도시를 다녀왔다. 7년 전에 갔을 때는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둘러보았다. 나도 가봤다는 의식이 함께 하면서 말이다. 다시 찾은 그곳은 인구 규모가 작은 도시였다. 그곳도 인구가 감소한다고 하니 우리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했지만, 지역의 역사와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은 많은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있었다. 이국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와 작지만 인심 좋은 레스토랑은 재방문의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문사회과학에서 중요하게 대두된 개념이 있었다. '글로컬(glocal)'이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개념이었다. 세계화 과정 속에서 역설적으로 지방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점이다. 첨단기술과 교통 및 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특성이 세계 경쟁력 확보의 초석임을 강조한다. 국가중심적 발전보다는 지역중심적 발전이 국가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국가나 중앙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방은 단순히 따라가는 구조 하에서는 지역의 발전도 없고, 국가의 발전도 없다는 개념이다.

지역이 바로 세계와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역이 없다면, 국가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의 특성이 세계와 직접 소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율성이 구현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새로운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 해의 신조어가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라고 한다. 우리의 삶이 묻어 있는 동네다움이 세계의 경쟁력이고, 국가 경제발전의 초석이다. 지역을 힙(hip)하게 만드는 로컬힙 전략,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2.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5.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4.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5.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대전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목줄을 끊고 탈출해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사건에서 견주가 동물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됐다. 담장도 없는 열린 마당에 목줄만 채웠고, 탈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최소 6시간 지나서야 신고했다. 맹견사육을 유성구에 허가받고 실제로는 대덕구에서 사육됐는데, 허가 주소지와 실제 사육 장소가 다를 때 지자체의 맹견 안전점검에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