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삿포로에서 먼저 만난 가을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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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삿포로에서 먼저 만난 가을 향기

  • 승인 2024-11-03 10:16
  • 이정학 기자이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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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 환경미화원
나는 환경미화원이다. 직업 특성상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일을 한다. 덕분에 날씨와 기온에 무척이나 민감한 편이다. 올 여름은 유독 덥고 습했던 날씨로 인해 힘든 날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기운을 낼 수 있는 것은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느낄 수 있는 계절 고유의 향기와 변화해 가는 자연의 모습들 덕분이다. 외부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인 나는 누구보다 이런 계절의 변화를 더 빨리, 그리고 뚜렷하게 느낀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전해진 행복 뉴스! 민선8기 단양군 특수시책인 우수공무원 해외 테마 연수로 작년에 이어 올해 환경미화원 5명을 뽑아 일본으로 3박 4일간 연수를 보내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된 나. 무더위에 고생하는 현장 근무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추진하는 이 기회가 내겐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출국일을 기다리며 매일 매일 가슴이 벅차고, 연수에 함께 하는 동료들과도 수시로 연락하며 행복한 상상에 젖어 있었다.

첫 방문지로 도착한 곳은 오타루. '오타루 운하'로 유명한 곳으로 해양성 기후로 인해 시원하고,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으로 인상깊은 곳이었다. 다음으로 '오르골 당'을 방문했는데, 청아한 오르골의 소리와 유리장식 제품의 소리가 마치 사찰에 방문했을 때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청아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정신을 맑아지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니세코 밀크공방'으로 이동했는데, 산으로 둘러싸인 멋진 풍경과 가을 들녘처럼 넓은 초원과 들판, 신선하고 시원한 공기,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여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가을'그 자체였다.



연수 이튿날에는 '도야호수'와 '노보리베쓰' 온천에 들러 유황이 흘러넘치는 계곡을 보게 되었다. 가을비 속에서 느껴지는 유황 계곡의 열기와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또 다른 운치를 느끼게 했다. 저녁에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삿포로'에서 비오는 거리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가을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정겹게 느껴지고, 분명 화려한 도시 한 가운데에 있지만 분주하기보단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가을비의 마법인가?' 라고 생각했다.

셋째 날에는 라벤더가 유명한 '후라노'의 '팜 도미타'에 도착해서 광대한 화원을 관람했다. 여기에 오니 가을 향기가 한층 더 진하게 느껴졌다. 개화시기가 지나 라벤더를 못 본 것이 조금 아쉽지만, 라벤더 아이스크림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산 전체에 가득한 꽃들로 인해 가을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마냥 즐거웠던 여행으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번 연수의 목적은 일본의 폐기물 배출방법 및 처리방식을 비교해 보고, 우리 단양군에 적용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 했었다. 그래서 방문하는 곳마다 꼼꼼히 살펴보고, 우리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집 앞에 폐기물을 배출하는 반면, 이곳은 '집적소'를 통해 폐기물 배출 및 수거를 하고 있어 거리가 깨끗했다. 또한 까마귀나 고양이에 의해 쓰레기봉투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 형태의 네트를 덮어둔 것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 이유는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려서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특히 위험한 물건들을 그냥 버려서 각종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다고 한다.

이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됐던 '가을 향기'가 내게는 더 좋은 느낌의 기억과 향기로 남을 것 같다. 이제 치유된 이 기운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군민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한선수 단양군 대강면사무소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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