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간 대전 정뱅이 마을…집은 복구됐지만 트라우마는 '여전'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일상으로 돌아간 대전 정뱅이 마을…집은 복구됐지만 트라우마는 '여전'

지난 7월 수해 입었던 대전 정뱅이마을 다시 가보니
자원 봉사자 2086명 도움 손길로 마을 대부분 복구
주민 "비만 와도 무서워"…농민 생계, 주거 불안 지속

  • 승인 2024-11-03 15:54
  • 수정 2024-11-03 21:37
  • 신문게재 2024-11-04 1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마을 1
7월 수마가 할퀴고 갔던 대전 정뱅이 마을. 3달에 걸친 복구 작업 끝에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 한 주민의 주택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엊그제도 비가 많이 오니까 너무 무서워서 옆집 애기 엄마한테까지 연락을 했어… 아들이 금방 갈테니 테레비라도 켜놓고 있으라고 했는데, 무서워서 테레비도 껐어 그냥. 금방이라도 내 방에 물이 들어올 것만 같아."

올해 7월 수해를 겪었던 대전 정뱅이 마을 주민 문옥남(84) 어르신은 지난 여름의 아픔이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폭우에 하천 제방까지 무너져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던 그날, 처마 끝까지 차오른 탓에 지붕에 위태롭게 매달리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웃 모두가 살아 있음에 감사했지만, 손 쓸 수 없이 폐허가 된 집에 절망적일 때도 있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마을 복구를 위해 힘써준 온정의 손길 덕분이다. 지난 3달 동안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서 71개의 단체, 자원봉사자 2086명이 정뱅이 마을을 찾아 가재도구 정리, 집수리, 입주 청소 등 지원에 나섰다. 문옥남 어르신은 "마을 복구를 위해 애써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뱅이 마을 1
7월 수마가 할퀴고 갔던 대전 정뱅이 마을. 3달에 걸친 복구 끝에 진흙 밭이었던 마을 골목길은 차량이 돌아다닐 정도로 정리됐다. (사진=정바름 기자)
11월이 된 현재, 정뱅이 마을 27가구 중 6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는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2일 오후 2시께 마을에 가보니, 진흙밭이었던 마을 골목길은 차량이 드나들 정도로 정리된 상태였다. 건물이 부서지고, 진흙과 물건들이 뒤엉켜 폐가처럼 변했던 주택들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마을주민들은 이제야 비로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마당에 화분을 장식하고, 텃밭을 가꾸는 여유도 생겼다. 가족끼리 웃으며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주민들은 두 달 가량을 대피소인 기성복지관과 경로당에 모여 텐트 생활을 했다.

흙집
7월 수마가 할퀴고 간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3달이 지난 지금 흙집은 여전히 부서진 모습이다. (사진=정바름 기자)
물론 아직 수리 중인 집도 있었다. 박숙자 어르신이 거주하는 집 앞마당에는 나무판자와 벽돌 등 자재들이 쌓여 있고 인부들이 도배·장판을 하는 등 복구 작업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지난 여름, 뜨거운 폭염 탓에 엄두도 못 내다 이제 막 수리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흙집들은 부서진 채로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허물고 새롭게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을 2
7월 수마가 할퀴고 갔던 대전 정뱅이 마을. 여름 내내 복구 작업 끝에 내년에는 풍년을 기대하며 마늘과 감자, 비트 등 농작물을 심기 시작한 농민의 모습이 보였다. (사진=정바름 기자)
일부 농민들은 다시 농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홍명춘(70)씨는 물에 떠내려갔던 결실을 뒤로하고, 여름 내내 망가졌던 밭을 개간해 비트와 감자, 육종 마늘을 키우고 있었다. 홍 씨는 "지난번 수해로 비닐하우스에서 말리던 약초들도 전부 물에 떠내려갔다"며 "피해 규모는 말도 못할 정도로 컸지만, 먹고살려면 다시 움직여야 한다. 자원봉사자분들이 정리를 도와주셔서 고맙고 신세를 많이 졌다"고 말했다.

비닐 하우스
7월 수마가 할퀴고 갔던 대전 정뱅이 마을. 수해를 입은지 3달이 지난 지금도 무너진 비닐하우스는 그대로다. (사진=정바름 기자)
하지만, 농업인 대부분 여전히 생계와 주거 걱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을에 있는 대다수 비닐하우스는 아직 손도 못된 채 무너져내린 모습이었다. 365일 농작물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집 없이 비닐하우스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수해 이후 생활할 곳이 없어 지자체의 주거 지원 확대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마을에서 9년째 농사를 지었던 임모(64)씨는 "마을 주민과 달리 우리는 임대주택 지원이 3개월밖에 안돼 당장 10일 뒤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거주할 곳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야 한다. 우리는 풍수해 보험을 들었다는 이유로 구청에서 피해 보상도 받지 못했는데, 받는 보험료도 하우스에 씌울 비닐 한 장 값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둔산 상권 촉각…백화점 유지 변수
  2. 당진푸르지오3차 입주민, 투기꾼 탓에 추가 분담금 위기 맞자 '어깨띠' 매고 거리로
  3.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 ESS 화재…배터리팩 28개 전소
  4. 행정수도 온통대전 충청 밥상머리 민심 관통 전망
  5. 최재근 일자리진흥원장과 전용석 대전신보재단 이사장 각각 임명
  1. 대전시 지역 첫 방산 소부장 특화단지... 'AX 클러스터' 시정동력 탄력
  2. 허태정 "트램 흔들림 없이 추진" 정상 추진의지 밝혀
  3. 중부권 최대 민속놀이 대축제…제36회 충남도지사배 민속대제전 성료
  4. 석 달 파행 끝낼까…대덕구의회 21일 의장단 선출
  5. 충남 천안·아산 7개 산업단지, 반도체 후공정 특화단지 지정

헤드라인 뉴스


충남 3선 국회의원 지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사의

충남 3선 국회의원 지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사의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오늘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2025년 이재명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지 1년 4개월 여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50조 원을 목전에 둔 대전 예금은행 저축성예금 수신 잔액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금리를 3% 중반까지 올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지난 14일 같은 상품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올린 이후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이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 만기 예금 금리는 연 3.4%에서 3.5%로 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지자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산·바이오·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필요한 전력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충청권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송전망과 무탄소 전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전력 공급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이 AI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집중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전력공급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