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서원에서 돌솥비빔밥까지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서원에서 돌솥비빔밥까지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4-11-10 11:24
  • 수정 2024-11-10 14:35
  • 신문게재 2024-11-1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
김덕균 소장
몇 년 전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등 한국의 대표적인 서원 10곳이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중국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문화유산을 빼앗아갔다며 난리가 났다. 공적 언론 방송은 물론 개인 간의 SNS 단체방에서도 성토분위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런 형국에 한국을 잘 아는 중국 교수 한 사람이 "서원의 뿌리가 중국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한국의 서원은 중국과 다르다. 한국의 서원 상당수는 지금도 옛날 서원에서 하던 기능과 역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선현 제사는 물론, 수시로 경전강독, 효와 예절교육 등 옛날 하던 것들을 그대로 이어간다." 한국의 서원을 직접 방문해서 현장을 목격했기에 가능한 말들이다. 그리고 "중국의 서원들은 현재 어떠한가? 상당수 방치 훼손된 상태이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일부 서원들도 서원 본래의 기능은 다하지 않고 관광지로 전락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반성을 촉구했다. 이후로 인터넷상의 일방적인 성토 분위기는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오늘날 중국의 서원들은 확연히 달라졌다. 건축물이 남아 있는 유형의 서원들 상당수가 본래의 기능을 찾아 활동하고 있고, 이름만 남은 서원들도 일반 호텔이나 공공장소를 빌려서 경전 강독과 전통사상을 강의한다. 서원의 이름으로 학생과 일반인 대상 전통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전통문화와 사상을 강조하는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얼마 전 중국 조선족의 음식 돌솥비빔밥이 중국 국가무형문화로 등재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문제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일었고, 중국이 한국의 돌솥비빔밥을 뺏어갔다는 성토분위기가 있었다.

불현듯 중국의 서원을 한국이 빼앗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고 불만했던 중국인들의 성토 분위기가 떠올랐다. 엄밀히 말해서 문화는 원래의 뿌리가 있어도 그것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원래의 특징을 간직한 것도 있고 변형된 것도 있다. 유교문화의 핵심 공간 서원이 그렇듯 돌솥비빔밥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우리 거니까 너희들이 이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매우 편협한 문화패권주의다. 현재 중국에는 조선족이 창업한 돌솥비빔밥 전문점이 전국적으로 성업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 수많은 분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조선족은 자신들의 전통먹거리 돌솥비빔밥을 최고의 음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용기 있게 국가무형문화로 올렸다. 주지하듯 조선족 문화는 한국에 뿌리를 두었던 사람들이 중국에 거주하며 이룩한 문화다. 문화의 뿌리가 한국과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55개 소수민족가운데 조선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큰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음식문화를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국가문화로 등재시킨 것은 비빔밥의 국제화 차원에서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혹간 그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킬 것이란 성급한 판단도 하지만 유네스코 무형문화 등재는 다양한 변수가 있고, 각 나라마다 년 한건밖에 올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매우 요원한 문제다. 이를 예단하며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도 성급하다.

이참에 돌솥비빔밥을 K-한류 열풍에 힘입어 세계화하는 것은 어떨까? 일부 지자체에서 하는 먹거리 축제에 전 세계 각지의 돌솥비빔밥을 함께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국 조선족, 미주 한인들, 재일동포, 중앙아시아 고려인들, 사할린동포들의 돌솥비빔밥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차이와 공통점을 찾아 정리해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가치가 있다면 그때 힘을 모아 함께 올린다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돌솥비빔밥이고 비빔밥 자체가 다양한 음식의 조합이자 조화라면 돌솥비빔밥으로 국제간의 화해와 조화를 상징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화해와 조화의 상징 돌솥비빔밥으로 문화패권주의란 오해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문화포용주의를 추구함이 더 좋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1.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