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불상 만나려 전국서 발길…광배·좌대 잃고 화상의 불상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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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불상 만나려 전국서 발길…광배·좌대 잃고 화상의 불상 '안타까워'

서산 부석사 친견법회에 시민들 참여
불상 봉안한 설법전에서 사진으로 담아
천수만과 부석면 일원 중흥 역사 재주목

  • 승인 2025-01-28 07:07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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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설법전에 봉안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한 관람객이 촬영하고 있다. 주불인 관세음보살이 있고 좌우측에 용왕과 남순동자가 함께 서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서산 부석사로 옮겨지고 지난 647년간의 모진 풍파를 몸에 새긴 불상을 직접 보려는 방문객 발길이 서산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화상을 입고 좌대가 분실되는 등 상처만 지닌 채 잠시 귀향한 불상을 측은히 여기면서도 관람객들은 서산지역 역사를 새롭게 알았다는 반응이다.

1월 26일 찾은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의 부석사는 관람객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면서 불상을 모신 설법전은 출입구에 문턱이 닳도록 붐볐다. 설 명절을 앞두고 부모님을 부축해서 불상 앞에서 합장 기도하는 가족부터 나들이로 서산을 찾았다가 부석사를 방문해 기도하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5월 5일 부처님오신날까지만 부석사에 머문 뒤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5월 11일께 반환될 예정으로 그사이 친견법회에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것. 부석사 설법전은 원래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좌·우측에는 용왕과 남순동자를 협시로 두고 있는데, 이번에 금동관음보살을 함께 봉안했다. 부석사는 방문객들이 불상을 자세히 바라보고 간직하도록 촬영을 허용하고, 심검당 앞마당에는 전통의 투호 놀이를 체험장을 마련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이곳에서 2023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탐사를 벌여 사찰은 고려시대 말에서 조선시대 초에 석축 전면을 대지로 구성하면서 변경되었고, 조선시대에 2동의 건물을 조성해 유지하였으며 근래에 현재의 모습으로 이어온 것으로 판단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조사 보고서를 통해 "고려청자와 암막새 등의 존재로 보아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부터 법맥이 이어져 왔음을 살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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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목룡장·심검당 지붕 너머 서해 천수만으로 이어지는 부남호가 보인다. 고려 때 이곳은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해안가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임병안 기자)
부석사는 서산 시내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도비산(358m) 중턱에 있는 사찰로서, 1950년 신축된 부석사 상량문에는 677년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1400년 전후의 시기에 무학대사가 중건했다고 기록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부석사 앞바다에는 바닷물이 빠지거나 들어와도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이 보이는 검은 돌섬이 있어 이를 부석이라 했는데, 절 이름은 여기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 때 서산은 중국으로 출항하는 포구 마을로서 오랫동안 불교를 비롯한 중국 선진 문물 수입의 주요 거점으로 번창했고, 지금도 20여 개의 고찰이 남아 있다. 사찰의 증축이나 불상의 제작, 선박 제조를 맡은 기술자와 여러 장인이 서산에서 활동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튀니지 대사를 역임한 김경임 작가는 책 '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에서 "서산은 예로부터 화려한 대도시는 아닐지라도 다양한 산업기반을 갖추고 해로교통의 요지이자 불교의 고장으로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활기찼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부석면일대가 너른 논으로 벼농사 농경지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모두 간척의 매립지이고, 고려 말 당시에는 도비산 발치까지 천수만의 바닷물이 출렁이었고 천수만을 따라 내포까지 내륙 깊숙이 배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는 '고려 말의 왜구와 서산 부석사' 논문에서 "서산은 고대 이래 많은 불교유적을 보존한 곳으로 백제 마애삼존불로부터 시작해 보원사·개심사·문수사·안국사·부석사 등이 대표적 예"라며 "부석사는 해변의 절은 아니지만, 해안에서 가까운 위치의 절이어서 왜구 침입 시에 이들의 공격 표적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이 본격화되는 것은 1350년부터이면서, 기록에 의하여 확인되는 왜구의 침입 지역 수는 591개소, 침구 횟수는 303회, 침구 집단의 수는 16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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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한 부석사 관음보살상에는 보관과 광배, 좌대가 분실된 채 손끝에는 화상 흔적이 보인다.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고려 때 서산 주민들이 계층 구분 없이 한마음으로 조성하고 봉안했다는 것이 그의 복장물에서 나온 발원문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1951년 일본 대마도 관음사 주지는 불상의 몸속에서 복장물을 처음 발견했는데, 발원문에 따르면 부석사 불상의 시주자 32명 중에는 석이(石伊), 악삼(惡三), 시수(豕守)와 같이 성이 없는 천민(賤民)으로 보이는 이름도 여럿 섞여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아 불상 결연문은 마을 주민들이 계층 구분 없이 한마음으로 유대를 다짐하며 관음상을 조성하고 봉안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부석사 관음보살상은 높이 50.5cm, 무릎 너비 35.8cm 크기로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얹은 다음 왼발을 오른 허벅지 위에 얹은 가부좌 자세로 두 눈은 지그시 감은 채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소장한 금동관음보살좌상(높이 60cm)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불상을 자세히 보면 상처 입고 불상을 받치는 좌대부터 온데간데없이 온전한 형태가 아니다. 왕관처럼 만들어 불상의 머리에 씌우는 보관이 분실됐고, 불상 등쪽에서 나오는 빛을 표현하는 광배 그리고 좌대가 망실되고 도금의 흔적이나 개금의 흔적도 전혀 없다. 불상의 손가락 끝과 가사자락 끝은 화상으로 문드러졌다.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은 이날 중도일보와 만나 "불상이 647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으나 금빛도 잃고 금관과 좌대가 없이 화상의 상처를 입은 모습을 보면서 애처롭기까지 하다"라며 "100일간 친견법회를 갖는 동안 불심이 널리 자리잡기를 바라고 불상을 반환한 후에는 대마도 관음사와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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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세스료(78·사진 가운데) 일본 대마도 관음사 전 주지와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수덕사 주지 도신스님,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 등이 합장 인사하고 있다.
서산 부석사의 관음보살상 100일 친견법회는 일본 대마도 관음사의 불상 대여 방식으로 이뤄지는 중으로, 이미 불상의 소유는 일본에 반환됐다. 지난 24일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수장고에서 불상을 꺼내 부석사로 옮길 때 이운식과 고불식에 참석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다나카 세스료(78) 주지는 일본에서 가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5월 중순 대마도로 돌려받은 뒤 전에 있던 관음사에 봉안하거나 대마도박물관 보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마도 관음사는 같은 대마도 서산사(西山寺·세이잔지)의 말사인데, 서산사는 조선시대 사절이나 조선 통신사가 파견되었을 때 정사가 묵는 숙박시설로 사용된 역사가 있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1330년 부석사 대중이 봉안한 불상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단순한 반환을 넘어 한일 간 문화유산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으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한일협정 올해 60주년을 맞아 반환과 교류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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