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15강 자사타천(自辭他薦)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15강 자사타천(自辭他薦)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04-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215강 自辭他薦(자사타천) : 자기(自己)는 사양(辭讓)하고 타인(他人)을 추천(推薦)하다

글 자 : 自(스스로 자) 辭(말 사/ 사양하다) 他(다를 타) 薦(천거할 천)

출 전 : 三國史記(삼국사기)

비 유 : 자기에게 주어진 좋은 관직의 기회를 사양하고 훌륭한 인재에게 양보함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이래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서 파면(罷免)이라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고 있다.

국정(國政)은 거의 마비상태로 공직자들은 긴장하고, 경제인들은 두려워하고, 국가안보는 불안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외국의 압력은 점점 거세지고, 국내의 상황은 분열현상이 가열되어 6·25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모두들 불안하고 걱정하는 판국에 유독 정치인들만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 마치 윤대통령의 파면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통령 해보겠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혹 실성한 사람들 아닌가? 하는 의심적인 생각마저 든다. 선조들은 어떻게 했는가!

반면교사로 삼아보자.

고구려 제 9대 고국천왕(故國川王)은 이름이 남무(南武)이고, 신대왕(新大王)의 둘째 아들이다. 신대왕이 죽자 장자(長子)인 발기(拔奇)의 사람됨이 부족하므로 차남인 남무를 왕으로 삼으니 그가 바로 고국천왕(故國川王)이다. 어느 날 고국천왕이 말했다.

"최근에 관작(官爵)을 덕행으로써 행하지 아니해서 그 해(害)가 백성들에게 미치고, 왕실을 어지럽게 했으니, 이는 과인이 정사에 밝지 못한 까닭이다. 하니 사부(四部)에서는 현량(賢良)한 사람을 기탄없이 천거하도록 하라."

이에 여러 신하들이 동부(東部)의 안류(晏留)라는 사람을 천거하므로 왕이 그를 불러 국정(國政)을 맡기려 하자 안류가 말했다.

"신(臣)은 용렬(庸劣) 우매하므로 큰 정사에 참여하기는 부족하나이다. 서쪽 압록 좌물촌(左勿村)에 을파소(乙巴素)라는 사람이 있사온데 그는 유리왕(流璃王/고구려 2대왕)때의 대신 을소(乙素)의 손자로서, 지략이 심대하오며 정의(正義)로운 사람입니다. 지금은 세상이 알아보지 못하여 등용되지 않으므로 농사를 짓고 있나이다. 대왕께서 만약 국정(國政)을 잘 하시고자 하오면 그 사람이 가장 적임자라 생각되나이다."

왕은 곧 사자를 파견하여 을파소를 초빙하여 중외대부(中畏大夫/지금의 부총리 직)삼았다가 작위를 우태(于台/국상에 직위 할 수 있는 작위)로 높여주며 말했다.

"과인이 왕업을 계승하였으나 덕망과 재량이 부족하여 아직 정사를 옳게 다스려 백성을 제도하지 못하고 있소이다. 선생은 재덕(才德)을 감추고 향촌(鄕村)에 파묻혀 있은 지 오래되었으나 지금 나를 버리지 아니하고 곧 와주어 기쁘고 다행한 일이니, 어찌 사직(社稷)과 백성의 행복이 아니리오, 청컨대 공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

그러나 을파소는 받은 벼슬이 정사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므로 공손히 사양했다.

"신(臣)이 불민한 탓으로 엄명을 받잡지 못하겠나이다. 원하옵건데 현랑(賢良)한 사람을 뽑아 더 높은 벼슬을 주어 대업을 성취하시옵소서."

그제야 왕은 그 뜻을 알고 국상(國相/지금의 국무총리)을 제수하여 정사를 맡도록 했다. 이에 구신(舊臣/엣 신하들)들이 반대했으나 그를 끝까지 신임했다.

을파소가 왕에게서 물러 나와 사람들에게 말했다.

"선비는 때를 만나지 못하면 몸을 감추고, 때를 만나면 벼슬길로 나가는 것이 떳떳한 일이다. 지금 왕은 나를 후의로써 대우하니 어찌 다시 몸을 숨기리오."

그는 지극한 정성으로 왕을 받들고, 정교(政敎/정치, 교육)를 밝게 하며, 상벌을 신중히 하니, 민생이 안정되고 내외의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왕이 안유를 불러 말했다.

"만약 그대의 소개가 없었다면 내가 을파소를 얻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했을 것이오. 지금 많은 공적이 나타남은 오로지 그대의 공로이니 참으로 고맙소"하고 그에게 대사자(大使者)로 삼았다.

산상왕(山上王/고구려 10대왕)에 이르러 을파소가 죽으므로 온 나라 사람들은 그 공적을 추모하며 슬피 통곡했다.

이는 능력보다도 무조건 윗자리에만 서려는 사람과는 달리, 항상 자신을 낮추고 남의 실력을 인정할 줄 아는 덕행과 인격을 갖춘 사람의 표본이라 하겠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론이 분열되어,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국민들의 원성이 높지만 누구하나 내 잘못이라는 고백은 들리지 않는다. 오늘의 정국이 어쩌면 역사 속의 그때(자사타천)와 완전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추한모습의 경쟁이 또 뜨거워지고 있다.

'나는 아니다'라며 양보하는 이는 없고, '내가 필요하다'며 버티는 자는 많으니 정치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自上者人下之 自下者人上之(자상자인하지 자하자인상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려 하는 자는 남들이 자신을 낮추려 할 것이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자는 남들이 자신을 높여 준다)는 교훈의 말씀이다.

조선의 영재(英才)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선생의 가르침이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교수님-수정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낙동강레일파크 10년간 266만명 찾았다
  2. '맥도날드·세종시립박물관' 차례로 오픈… 고운동 정주여건 좋아진다
  3.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4. 천안시, 광덕면 물놀이 관리지역 현장 안전점검 실시
  5. 한기대 STEP, '스마트직업훈련 패키지 과정 3기' 모집
  1.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2. 천안청수도서관, 원어민과 함께하는 '모든 영어 모든 독서' 운영
  3. 천안어린이꿈누리터, 8월 '2026 찾아가는 팝업놀이터' 운영
  4. 천안도솔도서관, 여름방학 맞이 다채로운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
  5. 아산시, 골목형상점가 4곳 추가 지정

헤드라인 뉴스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대전 서구의 한 무허가 예식장이 구청으로부터 형사 고발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받았으나,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대전 서구의회가 예비부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전 서구의회 청년의원 일동은 7일 오전 10시 의회 앞에서 적법한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인 서구 월평동의 모 예식장에 대한 소비자 피해 방지와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업체는 공연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예식 영업을 했고, 일반음식점 영업 신고 없이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 했다. 서구청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도 4만건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단축하고 계약 전 위험을 점검하는 예방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사기피해자 등 결정 및 피해주택 매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LH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1만256가구로 집계됐다. 피해주택 매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4년 90가구에 불과했던 매입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977가구(월평균 163가구), 하반기 3924가구(월..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세종시에서도 '기림절' 의미를 되새기는 사진전과 시민 행사가 차례로 열린다. 사진전은 이 기간 세종시청 1층 로비에서 선보이고, 기림의 날 시민 행사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세종호수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 일대에서 진행된다. 세종여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의 뜻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하고 있다. 세종여성회(대표 이혜선)가 주최·주관하고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조상호)가 후원하는 '제1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절 기억주간 사진전'은 오는 10일부터 14일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