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도' 대전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선 생태계 조성을 통한 탄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그만큼 대전과학산업 진흥원(DiSTEP)의 역할이 중요하다. 2020년 설립된 DiSTEP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의 협력 강화에 집중하며 지역 과학 산업 간의 유기적 연계를 마련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덕구로의 청사 이전이 확정되면서 디스텝의 연구, 행정 기능 고도화와 대덕특구와의 협력 강화를 예고했다. 5월 말 한남대 캠퍼스 혁신파크로 둥지를 옮기는 디스텝은 단순 사무공간 이동을 넘어 대덕특구와의 연구 개발 역량과 원도심 산업 기반을 연결해 도시 전역의 균형 발전을 이끌겠다 다짐한다.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을 만나 대전시의 과학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방향성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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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사진= 이성희 기자) |
▲공무원이 된 후 첫 보직이 유성구청에서 과학실장, 대전광역시에서 벤처팀장이었다. 과학산업과는 처음부터 인연이 깊었다.
거의 25년 만에 하던 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랄까, 정말 많이 변했다. 그 당시의 대전이 1호 벤처기업 블루코드가 상장된 초기의 벤쳐도시 이미지였다면 오늘날 대전은 65개 기업이 상장된 대한민국 최고의 첨단기업도시로 변모하였다. 격세지감, 감개무량으로 요약된다.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이 출범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시민들에게 진흥원이 생소할 수 있는데, 기관의 역할을 소개해달라.
▲말 그대로 대전의 과학기술을 산업으로 바꾸는 크고 작은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대전시의 과학기술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지역의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볼 수 있다.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보고다. 이러한 과학기술로 산업을 일으켜 대전이 대한민국 넘버 원, 글로벌 넘버 원 도시로 갈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된다. 더불어 연구소·기업 간 소통·협력하여 네트워크를 넓히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대전시민들에게 과학기술 정보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저희들이 하는 대전의 과학산업에 대한 전략을 기획하고 주요사업을 평가하는 일들을 효율적으로 홍보할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의 역할을 시민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과학 도시'인 대전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 구축해야 할 것이 있다면?
▲도시 경제성장의 3요소는 기술, 인력, 자본이라고 한다. 최근 대전은 국내 최초로 대전투자금융을 설립하였다. 기존의 기술과 인력 외에 자본력까지 갖추게 되어 어느 도시보다도 3요소가 잘 갖춰졌다고 본다.
이러한 성장기반을 갖춘 도시가 글로벌 최고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간창조'가 필요하다. 소통·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주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주고 다른 분야와도 협력해야 한다. 뛰어놀 수 있는 마당과 놀이터가 필요하다.
한 가지 뛰어난 기술로는 전교 1등은 할 수 있어도 전국 1등, 글로벌 1등은 힘들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가진 괴짜들이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혁신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K-켄달스퀘어와 융합연구혁신센터 등이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엘론 머스크나 량원평 같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들이 앞으로 대전에서도 나올 것이다.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이 맡은 역할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몇 개 꼽아본다면?
▲첫째는 과학기술이라는 원석을 산업이라는 보석으로 바꾸는 일이다. 현재는 A(우주항공), B(바이오), C(반도체), D(국방), Q(양자), R(로봇) 등 6개 분야를 대전의 미래 먹거리인 미래성장산업으로 선택해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들이 잘 성장하도록 기획하고 지원·소통·확산하고 있다.
둘째로 과학도시에 걸맞은 대전시민의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시민개방에 매우 적극적이다. 출연연 개방행사 등은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드는데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셋째로 연구개발성과의 기술사업화를 넘어 기술산업화 생태계 조성이다. 기술기획부터, 기술이전, 창업 그리고 기업의 성장과 안착까지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시키는 브릿지 역할이다. 디스텝 연구원들은 연구소, 대학, 기업, 정부부처, 대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킹이 매우 우수하다. 이를 활용해서 새로운 기술들이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전략이다. 대전시는 대한민국 최고 과학도시라는 자신감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경제과학도시연합(GINI)'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혁신도시들끼리 연구소, 기업, 대학 간 다양한 교류와 협력이 일어나도록 연결할 것이다. 국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최고도시가 되기 위하여 세계로 나아간다는 전략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대전은 '과학도시'로 대덕특구와 대전시의 연계가 중요하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대덕특구와 대전시는 그동안 중앙혁신체계와 지방혁신체계라는 큰 틀에서 전략을 추진해 왔다. 대덕특구와 대전시는 하나의 팀, One Team 관계이다.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전의 최근 성장세는 수도권을 제외한 타 도시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다른 도시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최근 3년간의 상장기업 수를 보면 22년 2개, 23년 4개, 24년 8개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도 10개 이상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산업의 발전 역량은 원천기술의 개발과 기술의 산업화에 달려있다. 그런 차원에서 대전은 지금 폭발 직전인 임계점(Critical point)에 있다. 올해 카이스트 창업 목표가 150개다. 가히 용광로와 같다.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대전은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에 있다. 대전이 잘 돼야 대한민국이 잘 된다. 정부와 지방이 함께 윈-윈전략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이 대전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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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원장. (사진= 이성희 기자) |
▲디스텝의 대덕구 이전은 단순한 공간적 개념을 넘어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대덕군이 1989년 대전시에 편입된 이후 36년 만에 처음 있는 대전시 산하기관의 대덕구 입주다. 산학연 협력 거점센터 이전으로 대덕특구 기준의 공간적 협력범위를 기존의 유성구 위주에서 대덕구까지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대덕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물산업밸리 조성, 조차장 입체화, 연축동과 오정동의 혁신도시 개발 등이 탄력을 받을 것이고 대덕구에 위치한 기업, 수자원공사, 대덕구청, 한남대 등 모든 경제주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발전의 호기다. 대화 산단 등 전통산업과의 연계, 동구와 중구의 도심융합특구 조성, 대전역세권 개발 등과 어울려 원도심 간 균형발전의 통합시너지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꼭 추진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난 5년간 우리 진흥원의 주요 5대 임무 중 '기획, 연결, 확산, 소통' 4개의 임무에 있어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조정'의 임무를 수행에서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 조정의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각 출연기관들의 이해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 조정의 임무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남은 임기 동안 이 남아있는 숙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마지막 남은 우리 진흥원 임무의 퍼즐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동한 원장은…스웨덴 룬드대학원 경제학 석사,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3개 구(중구, 유성구, 대덕구) 부구청장, 기초지방자치단체(중구, 유성구, 대덕구) 10년, 광역기초단체(대전시) 8년, 중앙부처(국민권익위,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9년 근무했다. 특히, 1991 ㈜SK가스에서 시작한 이동한 원장은 1997 지방행정고시 3기 합격했다.
대담=강제일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김지윤·사진=이성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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