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전 칼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의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대전 칼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의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 승인 2025-06-15 16:27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5042701002306000097661
김규용 교수
대전 칼국수는 철도 도시의 뿌리에서 태어났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대전역 주변, 수많은 유동인구의 허기를 달래주던 칼국수는 어느덧 대전의 대표 서민 음식이자 도시의 정체성이 되었다. 반면, 나가사키 짬뽕은 바다를 건너온 음식이다. 19세기 말, 중국 푸젠성 출신 유학생들을 위해 나가사키 항구의 작은 식당에서 만들어졌고, 이후 일본 현지에서 자생적으로 변형되어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일본·서양의 문화가 공존했던 항구 도시 나가사키의 다문화성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 그릇에 담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두 음식은 기원과 조리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뚜렷하다. 모두 '이동의 경로'에서 탄생했고, 서민의 삶을 반영하며 도시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대전의 칼국수가 플랫폼의 음식이었다면, 나가사키 짬뽕은 항구의 음식이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은 사람에게는 위로였고, 도시에게는 정체성의 씨앗이었다. 두 음식은 다문화적 포용성과 도시 발전의 결과로 탄생한 '도시형 면 요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두 지역의 면 요리가 마주하게 되었을까? 이는 대전과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지역 대학 간 교류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4년간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지역 대학은 학제 간 교류를 추진했고,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며 문화적 이해와 교감을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지역이 나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체계"임을 체험하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지식 학습을 넘어, 삶의 기반에 대한 재인식, 공공적 시민성의 함양,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대전이든 나가사키든, 두 지역은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함께 고민하며, 각 지역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비교하고 '지역 정책의 다양성'에 대해 배워왔다. 국경을 넘어 지역 문제를 함께 바라보며, '지역 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며, 나의 삶은 지역을 통해 형성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양국의 지역 대학은 글로벌·학제 간 종합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 캡스톤 발표회, 상호 지역 방문, 지역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건축공학, 공공정책학, 인문학, 소비자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지역 주민(Local Player)들이 참여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제화가 아니라, "지역에 뿌리내린 세계시민(Local-rooted Global Citizen)"을 양성하는 교육 철학의 실천이다. 나아가 지역 소멸의 시대에 대학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이들은 전공 지식을 넘어 실천적 문제 해결력, 다문화 이해, 협업 능력, 사회적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대학 간 교류는 단지 '외국 친구를 사귀는 경험'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지역사회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고, "그 지역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는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인 것이다.

다시, 칼국수와 짬뽕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학 간 교류를 넘어 지역 주민의 참여로 확대되면서, 양 지역의 대표 음식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전의 칼국수'와 '나가사키의 짬뽕'이 지역적 감성을 바탕으로 마주 앉는 풍경이 기대되었다.

이 두 음식은 도시 브랜드이자 관광 콘텐츠이며, 문화 교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면 요리 도시 탐방", "한일 짬뽕 페스티벌", "골목 국수 다큐 프로젝트"와 같은 음식 인문학 기반의 교류는 관광·예술·교육이 만나는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음식 교류는 도시 간 우호를 넘어, 기억과 공동체의 연대를 형성하는 인문학적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대전에는 2003년 창업한 '이비가 짬뽕'이라는 지역 브랜드가 있다. 나가사키 짬뽕이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음식으로 시작된 다문화 항구 도시의 산물이라면, 대전 이비가 짬뽕은 교통 중심지인 대전에서 탄생한 한국형 중식의 현대적 진화라고 평가한다. 같은 이름의 두 짬뽕이지만, 각기 다른 뿌리에서 성장한 도시의 맛인 셈이다.

결국, 칼국수와 짬뽕 또한 지역별 짬뽕과 짬뽕이 오늘날 다시 마주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맛의 교류가 아니라, 기억을 공유하고 도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인문학적 만남이 될 것이다. "지역의 토착색이 강한 것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성(Locality)의 가치를 이해하고 가꾸려는 인문학적 성찰 덕분이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단만필] 서글프지 않은 이별을 배우기까지
  2. '민주 박수현·국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자 등록 완료
  3. 충남교육감 후보자 등록 첫날, 이병도·김영춘·이병학 등록 마쳐… 이명수 15일 등록으로 변경
  4.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빛바랜 스승의날 '씁쓸한 교사들'
  5. 목원대 라이즈 사업단, 동아리로 학생 창업 역량 키운다
  1.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말도 안 되는 민원 안 받게…" "민원 안전장치 필요"
  2. 2022년 화재참사 현대아울렛 점장·소방업체 소장 실형 구형
  3. 대덕경찰, 오정중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상담
  4. 중국에서 돈 벌겠다 출국 후 보이스피싱 가담한 30대 징역형
  5. [스승의 날] '스승이 제자에게' 대전교사노조 범시민 교권회복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 최대 승부처 충청권 시도지사 매치업 구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정권교체로 이른바 공수교대 뒤 재대결이 이뤄졌거나 정치가와 행정가의 승부, 보수와 진보 진영을 서로 바꿔 경쟁하는 경우까지 꿀잼 매치가 즐비하다. 대전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4년 만의 리턴매치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가 공수를 교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제8회 지선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당이었던 이 후보가 연임을 노리던 허 후보에..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대전시댄스스포츠연맹은 16일 한밭체육관에서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대전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하고 대전시와 대전시체육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라인댄스, 힙합, 방송댄스,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함께한다. 전국 각지에서 선수와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참가자들은 장르별 무대를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과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눈길을 끈다. 대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라인댄스 무료 워크숍은 참가..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