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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교수 |
두 음식은 기원과 조리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뚜렷하다. 모두 '이동의 경로'에서 탄생했고, 서민의 삶을 반영하며 도시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대전의 칼국수가 플랫폼의 음식이었다면, 나가사키 짬뽕은 항구의 음식이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은 사람에게는 위로였고, 도시에게는 정체성의 씨앗이었다. 두 음식은 다문화적 포용성과 도시 발전의 결과로 탄생한 '도시형 면 요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두 지역의 면 요리가 마주하게 되었을까? 이는 대전과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지역 대학 간 교류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4년간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지역 대학은 학제 간 교류를 추진했고,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며 문화적 이해와 교감을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지역이 나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체계"임을 체험하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지식 학습을 넘어, 삶의 기반에 대한 재인식, 공공적 시민성의 함양,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대전이든 나가사키든, 두 지역은 인구 감소, 고령화,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함께 고민하며, 각 지역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비교하고 '지역 정책의 다양성'에 대해 배워왔다. 국경을 넘어 지역 문제를 함께 바라보며, '지역 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며, 나의 삶은 지역을 통해 형성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양국의 지역 대학은 글로벌·학제 간 종합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 캡스톤 발표회, 상호 지역 방문, 지역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건축공학, 공공정책학, 인문학, 소비자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지역 주민(Local Player)들이 참여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제화가 아니라, "지역에 뿌리내린 세계시민(Local-rooted Global Citizen)"을 양성하는 교육 철학의 실천이다. 나아가 지역 소멸의 시대에 대학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이들은 전공 지식을 넘어 실천적 문제 해결력, 다문화 이해, 협업 능력, 사회적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대학 간 교류는 단지 '외국 친구를 사귀는 경험'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지역사회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고, "그 지역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는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인 것이다.
다시, 칼국수와 짬뽕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학 간 교류를 넘어 지역 주민의 참여로 확대되면서, 양 지역의 대표 음식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전의 칼국수'와 '나가사키의 짬뽕'이 지역적 감성을 바탕으로 마주 앉는 풍경이 기대되었다.
이 두 음식은 도시 브랜드이자 관광 콘텐츠이며, 문화 교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면 요리 도시 탐방", "한일 짬뽕 페스티벌", "골목 국수 다큐 프로젝트"와 같은 음식 인문학 기반의 교류는 관광·예술·교육이 만나는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음식 교류는 도시 간 우호를 넘어, 기억과 공동체의 연대를 형성하는 인문학적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대전에는 2003년 창업한 '이비가 짬뽕'이라는 지역 브랜드가 있다. 나가사키 짬뽕이 중국 유학생들을 위한 음식으로 시작된 다문화 항구 도시의 산물이라면, 대전 이비가 짬뽕은 교통 중심지인 대전에서 탄생한 한국형 중식의 현대적 진화라고 평가한다. 같은 이름의 두 짬뽕이지만, 각기 다른 뿌리에서 성장한 도시의 맛인 셈이다.
결국, 칼국수와 짬뽕 또한 지역별 짬뽕과 짬뽕이 오늘날 다시 마주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맛의 교류가 아니라, 기억을 공유하고 도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인문학적 만남이 될 것이다. "지역의 토착색이 강한 것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성(Locality)의 가치를 이해하고 가꾸려는 인문학적 성찰 덕분이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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