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과학기술과 설화를 통한 현실의 성찰

  • 문화
  • 문화 일반

[김선생의 시네레터] 과학기술과 설화를 통한 현실의 성찰

  • 승인 2025-05-01 15:54
  • 신문게재 2025-05-02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0430_101253158
영화 '귀신들' 포스터.
이상의 시 <거울>이 생각납니다. 거울 속의 나는 나와 매우 유사하지만 나와 반대이며 소통하거나 연속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화자는 이런 사실에 대해 불안하고 슬픈 마음을 드러냅니다. 영화 속 귀신들이 이와 같습니다. 귀신은 사후 즉 현실의 나 이후의 존재입니다. 그런데 거울 속 내가 아닌들 나를 만날 수 없다는 시 구절처럼 영화는 AI가 만들어낸 미래의 나를 통해 현실을 성찰합니다.

죽음 이후의 존재이면서 산 사람 주변을 맴돌며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는 귀신은 분명 고색창연한 유산입니다.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오랜 귀신을 최첨단의 미래 산물인 AI의 비유로 쓴다는 것입니다. 이성과 지식 체계의 산물인 과학기술의 존재를 신화, 전설, 민담 등 설화적 모티프를 통해 풀어냅니다. AI 복제물과 귀신은 과학과 설화라는 판이한 영역과 마찬가지로 현재적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와 과거로 나뉘지만 공히 현실의 욕망과 얽혀 있습니다.



실현되지 않은 욕망과 해결되지 않은 비애의 현실이 죽음 이후로 이어질 때 원혼은 극락왕생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산 사람에게 해코지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속 상상의 세계를 합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오히려 그런 상상을 만들어낸 현실의 욕망과 그것을 억압하는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들여다보는 게 설화의 본질적 가치일 것입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 영화 속 다섯 가지 에피소드들은 이 같은 점을 성찰하게 합니다. 유한한 인간 존재의 사유와 욕망을 미래로 지속되게 하려는 AI의 정체를 봅니다. 문제는 시간의 지속이 욕망의 실현으로 연결되지 못하리라는 점입니다. 위의 시 <거울>처럼 별개의 존재이면서도 원본인 나를 닮았기에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합니다. 나와 동일한 존재이면서 현실의 나를 온전히 극복한 '초인'이 되지 못하리라는 냉정한 예감입니다. 어쩌면 영화 속 AI 귀신들이 극락왕생하지 못하고 계속 현실을 떠돈다는 것이 불안과 공포의 진정한 본질일 수 있습니다. AI로 대변되는 첨단 과학이 인간을 유토피아로 이끌 수 없으리라는 비관적 태도가 이 작품의 주제 의식으로 이해됩니다.



이 작품은 SF 장르이지만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SF 장르의 형식을 갖추는 데는 기술과 자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학과 설화를 연결하여 현실을 성찰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찰할 만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5.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