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철거 위기를 견뎌낸 이 건축물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혜안을 모아야 한다. 처음 만든 시점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복원·보수를 거쳐 등록문화재로 만드는 작업은 지상 과제다.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느냐 상업·문화복합시설 등으로 재구성해 활용하느냐의 해묵은 논쟁은 아직 정리가 덜 됐다. 건축물 가치가 시민들에게 스며들도록 긴 호흡으로 가자는 제안도 의미심장하다.
대전의 첫 번째 청사였고 첫 도시계획 시설이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부청사, 미군정, 대전시청사 등을 거치며 도시를 대표하는 공공 문화시설인 공회당(共會堂)에 민족말살통치 과정의 수탈 흔적이라는 그림자를 씌우는 것은 문화유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부가 충남산업장려관으로도 사용된 이력을 들어 지역 혁신가들이 모이는 거점을 만들자는 것은 한국근대건축보존회(도코모모 코리아) 세미나에서 제안된 내용이다. 추가적인 시민공청회를 통해 건축물의 상징성을 지키면서 원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대안을 찾길 바란다.
지금 기준으로는 세련되고 '모던'한 건물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준공 당시엔 대전 최고층 건물이며 어엿한 랜드마크로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였다. 국내 일제강점기 공회당 건물 중 희귀하게 잘 보존돼 있기도 하다. 냉동고에서 깨어났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원형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근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집약된 문화재적 보존 가치로 볼 때 국가문화유산 등록은 필수다. 공공건축물의 미래 유산화에도 좋은 모델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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