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킬러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과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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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킬러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과 모순

  • 승인 2025-05-15 16:44
  • 신문게재 2025-05-16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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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과' 포스터.
손톱이라 불리다가 한자어 조각(爪角)이라는 이름으로 산 여자가 있습니다. 40년을 킬러로 지내며 이제는 조직의 대모가 되었습니다. 벌레 같은 인간들을 소리소문없이 처단해 온 그녀에게 사적인 감정은 평생의 금물이었습니다. 돌보거나 지켜야 할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도 철저히 회피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늙은 여성 킬러 조각을 세 명의 젊은 남성과 연관 짓습니다. 유사 모자 관계라 할 만합니다. 자경단 조직의 손 실장과 그녀는 철저히 킬러로서의 영역에서 만납니다.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인물을 제거해 온 조직을 금전적 이익과 결부시키려는 손 실장을 그녀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손 실장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완연히 킬러입니다. 또한 비정한 대모이기도 합니다.

수의사 강봉희와 그의 딸에 대하여 그는 킬러라기보다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그려집니다. 오랫동안 감췄고, 금기시했던 사적 감정과 인간적 돌봄의 관계, 지켜야 할 만남을 이어갑니다. 이것은 킬러로서의 그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 되고, 영화의 서사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지금 그녀는 인간 본연의 애정에 노출되었습니다.

끝으로 자경단 조직인 신성무역에 갓 영입된 젊은 킬러 투우와의 관계에서 그녀는 휘청입니다. 강봉희 가족을 대하는 애정을 빌미로 그녀의 목을 노리는 투우에 대해 그녀는 잔혹한 전설적 킬러의 면모를 강력하게 드러냅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이 오래전 유사 모자 관계로 만났음을 보여줍니다. 조각을 향한 투우의 공격이 애증의 산물이듯 그녀 역시 투우에 대해 잔인함으로만 대하지 못합니다. 그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일에 대해 미안함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 미안함을 타고 들어오는 투우의 공격과 그를 자식처럼 사랑했지만 처단해야 하는 어머니와 킬러로서의 양립할 수 없는 조각의 극단적 정념이 스크린을 뒤덮습니다. 영화는 전반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달콤한 인생>(2005)을 잇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서 조각과 관련한 복잡한 서사가 이어지며 관객들의 생각을 깊어지게 합니다. 아내와 어머니가 되어 사는 평범한 여성의 삶을 버리고 평생을 살다가, 다시금 지켜야 할 것에 결부되는 그녀가 애처롭습니다. 한편으로 그녀를 그렇게 만든 세월과 세상을 생각합니다. 사람다움을 상실한 벌레투성이 말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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