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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인공은 인스타툰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콘텐츠 창작자 '주주맘' 구하라 대표다. 그는 '그로우위즈(Growwiz)'라는 1인 콘텐츠 기업을 운영하며 육아툰, 감정툰, 브랜드툰, 릴스 영상 콘텐츠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구 대표는 5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와 꾸준히 소통하며, 감정에 닿는 한 컷의 힘으로 지역 기반 SNS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긴 서사보다는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스타툰'은 SNS를 기반으로 등장한 감정 중심의 짧은 웹툰 형식으로 작가의 일상과 감정을 전면에 드러내며 팔로워와 직접 연결되는 팬덤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본보는 '대·친·소: 대전 친구들을 소개합니다'라는 기획을 통해 지역 기반 창작자들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고민과 비전을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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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대표.사진=그로우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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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초기엔 육아 중심의 인스타툰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브랜드툰, 소비자 사연을 바탕으로 한 감정툰, 숏폼 영상까지 제작하고 있어요. 특히 숏폼을 시작한 건 시대 흐름에 맞춘 결과예요. SNS가 어느 순간부터 숏폼을 밀기 시작했고, 텍스트 중심 콘텐츠만으로는 계정 노출이 어려워졌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얼굴을 드러내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엄마 독자들이 "더 친근하다"고 말해주셔서 점점 익숙해졌어요.
-처음 웹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엄마는 책이라면 뭐든 사주셨고, 성인이 돼서도 퇴근 후 만화카페에 들러 만화를 읽고, 집에 와서는 웹툰을 보며 잠들곤 했죠. 그런데 제가 그리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웹툰은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대학 선배가 인스타툰으로 수익을 내는 걸 보고 '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밤 바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주문했어요. 당시 둘째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됐고 산후우울증이 심할 때였는데, 아이들 재운 뒤 인스타툰을 그리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됐어요. 몇 컷 올렸을 뿐인데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이후 광고 문의가 들어오면서 사업자 등록까지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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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정을 건드리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장면마다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상상하면서 그려요. 독자가 공감하거나 울거나 웃는 그 감정이 웹툰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악역이 어떤 말을 해야 주인공의 억울함이 더 잘 느껴질까, 그런 고민도 많이 해요.
-인스타툰은 기존 웹툰과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웹툰은 구조화된 스토리가 중심이라면, 인스타툰은 작가와 계정이 거의 동일시돼요. 작가가 곧 콘텐츠인 셈이죠. 독자들은 이야기를 보기보다 사람을 보는 느낌이에요. 마치 1인칭 시점의 브이로그처럼요.
웹툰이 '정찬'이라면, 인스타툰은 '패스트푸드' 같아요. 빠르고 쉽게 소비되고 자주 접할 수 있어요. 그런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 편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적어서 메시지를 압축하는 게 어렵기도 해요.
-팔로워들과의 소통 방식이 독특하다고 들었어요.
▲저는 제 팔로워를 '독자'보다는 '이웃 엄마'처럼 생각해요. 제 필명도 '주주맘'인데, 동네 엄마들끼리 이름 앞에 '맘'을 붙이듯이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실제로 핫딜 정보도 공유하고, 사연 신청폼이나 블로그 댓글로 사연을 받아 감정툰을 그리기도 해요.
사람들이 "이거 우리 얘기 같아요" 하고 댓글 달아줄 때 가장 뿌듯해요. 결국 만화는 사람 이야기니까요.
-지금까지 작업한 웹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나 독자 반응이 있다면요?
▲사연툰 중에 약혼자가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하고 파혼한 뒤, 아이는 혼자 키우다가 우연히 소개팅 자리에서 아이 유치원 친구 아빠와 만나 재혼하게 되는 시리즈가 있었어요. 정말 많은 분이 "이런 우연이 있냐"며 빠져들어 주셨고, 댓글로도 매번 다음 화를 요청해 주셨어요. 그릴 때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수익 구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세 가지예요. 브랜드 협업 광고, 위탁 판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메타 보너스예요. 광고는 대부분 메일로 오고, 간혹 팔로워 중 워킹맘 분이 회사에 제안해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직접 연결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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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에게 쓰는 편지' 일부 발췌.사진=그로우위즈 제공 |
▲교육이나 네트워크 인프라는 확실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요. 예전엔 서울까지 웹툰 수업을 들으러 다녔는데, 왕복 4시간이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대전에서도 관련 지원이 많아요. 특히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콘텐츠코리아랩에 입주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자에서 사업가로의 전환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지금은 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요?
▲네이버 웹툰 같은 플랫폼에 진출하고 싶어요. 일상 기반이지만 감정선을 깊게 가져가는 서사 중심 웹툰이 목표예요. 예를 들어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여성 3명의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요. 각자의 생애 주기에서 겪는 고민, 갈등, 그리고 성장까지 담고 싶어요.
그림으로 사람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콘텐츠, 위로되는 이야기를 계속 그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창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너무 준비만 하지 마시고, 그냥 해보세요. 올려보고 반응이 없으면 또 다른 걸 해보고. 꾸준히 올리다 보면 반드시 나에게 맞는 독자를 만나게 돼요. 중요한 건 진심과 지속성이에요. 저도 그걸로 여기까지 왔어요.
김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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