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어떻게 쓰였느냐가 중요한 고향사랑기부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어떻게 쓰였느냐가 중요한 고향사랑기부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5-06-29 16:31
  • 신문게재 2025-06-30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환
고두환 대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3년 차다. 모금 실적과 기부자 혜택에만 초점이 맞춰진 초반 분위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주목해야 할 때다. 기부는 주어진 예산과는 성격이 다르다. 타지에 사는 이들이 지역을 걱정하고 응원하며 자발적으로 보낸 돈이다. 사용처가 불분명하거나 형식적 보고에 그친다면 반복 기부는 요원해진다.

경상북도 영덕군은 산불 직후 고향사랑기부금을 재난 대응에 신속히 활용했다. 민간플랫폼 위기브에서 기사와 영상으로 기부자에게 소식을 전달했고, '내 기부가 실제로 쓰였다'는 신뢰를 만들었다. 영덕군의 이런 시도는 고향사랑기부금이 단지 예산 보조가 아닌, 긴요·긴급한 문제 해결 수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기부자 초청 행사를 연달아 진행하며 기부자와의 스킨십을 높이는 시도를 가시화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통해 광주 동구가 3년째 운영 중인 발달장애 청소년 이티야구단은 최근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야구대회'에 참가했다. 매 시기마다 꾸준히 야구단 소식을 알렸던 광주 동구는 기부자를 대상으로 이번 대회 응원단을 모집했고, 총 8명의 기부자가 초청됐다. 이티야구단은 해당 대회에서 우승하는 영광을 차지했으며, 해당 과정 일체가 위기브에서 기사와 영상으로 기부자에게 전달됐다. 또한, <폭삭 속았수다> 촬영지로 주목받은 국내 최고(最古) 단관극장 광주극장은 고향사랑기부금 2억 2천만 원을 투입하여 영사기를 교체했다. 문화예술 보존과 확산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기부자들의 열망이 실현된 셈인데, 위기브를 통해 기부자 초청 영화제를 진행하고 지역 여행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는 프리패스 제도를 함께 시행한다. 광주 동구는 지난해 24억 원을 모으며 기초지자체 모금 1위를 차지했었다.

경북 영덕과 광주 동구의 시도는 '일회성 기부·세액공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가 지역의 삶 속에 머무르고 인식을 공유하는 책임 인구로의 전환을 꾀했다. 얼마를 모았느냐보다 어떻게 쓰였느냐에 집중해야, 내 마음속 고향을 기부 지역으로 삼고 그 지역을 책임지겠다는 의식의 전환까지 꿈꿀 수 있는 셈이다.



강원도 양구군과 경기도 안성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한 기부가 아닌, 지역 내 납세 인구가 확대되는 생활인구에 방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기부자 데이터 기반의 체류형 관광, 생활 인구, 복수주소제 등을 연계하여 '사이버 시민증' 제도를 실험 중이며, 특히 강원도 양구군은 시행 반년 만에 정주 인구의 10%가 훌쩍 넘는 사이버 군민을 확보했다.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을 중심으로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할인과 혜택 제공,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 등과 연계된 체류형 관광 지원에 나서며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방 소멸을 극복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지방재정 확충(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 지역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은 기부금 사용 내역은 갈수록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시에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양쪽의 노력이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방한 때마다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기부 행위에는 순수한 의도와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이 혼재돼 있다"… 우리는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에 주목한 나머지, 기부에 순수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석 달 후 시행될 고향사랑기부제에 부쳐 묻고 싶다. 나는 지자체에 기부한다면, 내 기부금이 어디에 쓰일지 그리고 상세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 역시 기부에 중요한 유인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2022년 10월 14일,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3개월을 앞두고 필자가 중도일보에 기고했던 내용이다. 나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실뱀장어 4만2천마리 방류
  2. '병아리들의 시장 나들이'
  3. 아산시, 교통약자 '맞춤형 교통서비스' 확대
  4. '2025 아산시행복키움페스타' 성료
  5. 서울 아파트값 6년 9개월만 최대치… 지방에선 전북·세종·충북만 상승세
  1. 우리는 문화가족, 골든벨을 울려라
  2. 도로교통공단 TBN 대전교통방송 2025년 2분기 시청자위원회
  3. 대전출신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4. “시내버스 서비스 평가 포상금 종사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5.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헤드라인 뉴스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을 앞에 둔 가운데 집권 초 영호남을 직접 찾아 현안을 챙긴 반면, 충청권은 이같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지역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속도전을 고리로 충청 홀대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지역을 찾아 행정수도 완성 등 의지를 확인해 주길 바라는 여론이 크다. 이 대통령은 4일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취임 이후 지역 일정을 두 차례 소화했다. 첫 일정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험지인 영남이었다.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

장마철 시작되며 채소류 가격 꿈틀... 배추·열무·상추 인상 조짐
장마철 시작되며 채소류 가격 꿈틀... 배추·열무·상추 인상 조짐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채소류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여름 배추와 열무, 상추 등의 가격 인상 조짐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른 장마와 휴가철이 겹치며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나온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6일 기준 대전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3783원으로, 한 달 전(3148원)보다 20.17% 인상됐다. 1년 전(3599원)보다는 5.11% 오른 수준이다. 제철 채소인 대전 열무 가격은 이미 급격하게 치솟은 상황이다. 대전 열무(1kg) 소매 가격은 27일 기준 3213원으로, 한 달 전(21..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이하 센터·센터장 마재경)는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중·고등학생을 위한 기숙형 대안교육기관이다. 2010년 10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당시 대전의 중·고등학생 학업 중단율은 1.2%로 전국 평균인 1.1%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교육 다양성 제고와 가정에서의 갈등과 폭력, 해체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학습권을 제공하기 위한 센터가 필요했다. 센터는 올해로 16년째 정규 학교 울타리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학교가 돼 주고 있다. '경청과 환대'라는 운영 이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 국민의힘 대전시당,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궐기대회 개최 국민의힘 대전시당,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궐기대회 개최

  • 도심 속 접시꽃 ‘눈길’ 도심 속 접시꽃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