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역을 바꾸는 힘, 대학이 주도하는 로컬창업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지역을 바꾸는 힘, 대학이 주도하는 로컬창업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 승인 2025-07-01 09:33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230905_091438420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지역소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저출산·고령화, 산업의 수도권 편중 등으로 지역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민간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가 바로 '로컬창업'이다. 특히 대학이 로컬창업을 주도하는 모델은 지역 재생과 청년창업 활성화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컬창업은 지역의 자원, 문화, 문제, 사람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을 의미한다. 단순히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넘어, 지역과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형태다. 예컨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음료 브랜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로컬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스타트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로컬창업은 단순한 생계형 자영업과는 지향하는 바나 운영 방식이 상이하다. 외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지식, 인재, 기술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핵심 자산으로서 청년 인재를 지역에 정착시키고 지속 가능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창업교육의 허브로서 학생들에게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무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청년창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이 로컬창업의 거점이 될 때, 청년창업 활성화와 지역혁신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대학이 주도하는 로컬창업 모델은 다양하다. 창업보육센터와 연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지역 기업과 산학협력, 지역 문제해결을 위한 캡스톤디자인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밀착형 창업을 유도한다. 또한 대학이 보유한 연구 성과나 기술을 로컬창업에 접목시켜 기술 기반 지역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도 있다.



최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지역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에서도 기존에 추진해 오던 산학협력을 이제는 지·산·학 협력 개념으로 확장함으로써, 협력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이 가진 장점과 특성화 역량을 활용해 지역 수요에 기반한 인재양성 및 취·창업 지원 체계 수립은 물론 시민 평생교육, 초·중등 교육 연계, 외국인 교육·정주 여건, 지역 문제해결 및 로컬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과 협력하며 혁신을 주도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가 로컬창업이 중요한 시기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지역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단순한 인구 감소나 유출이 아니라 지역의 기능과 정체성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드는 대안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의 취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사회적 가치와 연결된 창업이 새로운 경력관리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적은 자본과 인프라로도 창업이 가능해졌다. 로컬에 기반한 콘텐츠, 상품,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지역에 머무르면서도 전국적이고 글로벌한 비즈니스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학이 지역과 공존하는 방법은 더 이상 연구나 봉사활동에 머무르지 않는다. 로컬창업은 대학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제도적 지원, 지역사회의 열린 협력, 정책적 뒷받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은 캠퍼스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전체를 배움의 장이자 실험의 공간으로 삼는 '오픈 캠퍼스'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그 해결을 위한 창업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학은 단지 교육기관이 아닌 변화를 만드는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국립대 첫 여성총장… 미래인재 육성·교육 균형발전 기대
  2.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3. 교육청-학교 책임 떠넘기기? "대전가원학교 지금 당장 휴업하라"
  4. [사건사고]물놀이 50대 다이빙 후 하반신 마비호소…교통사고 70대 운전자 사망
  5.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4년제 대학 신입생 74.7%가 일반고 출신… 기회균형선발 9.3%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갑천 국가습지 보전대책 본격화…교란식물 제거·울타리 설치
  5. 재료연 AI가 실험하는 자율실험실·전기연 대형 시험설비 현장 가 보니

헤드라인 뉴스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본인이 조선의 온돌과 일본의 다다미를 결합해 보문산에 지은 별장의 복원 공사가 완료됐다. 별장 주변에 나무를 심어 조경 복원만 남겨두었으며, 쓰지 만타로의 아들이면서 대전에서 나고 자란 쓰지 아츠시(87) 씨의 바람대로 일본과 한국 교류의 상징이면서 시민 휴식시설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시 공원관리사업소는 보문산 야외음악당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 쓰지 만타로(1909~1983)가 지은 근대식 별장의 복원을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보문산 중턱에 정남향으로 세워진 2층 건물로 현관과 햇볕 잘 드는 테라스를 겸한 복도, 침실 1·..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인 한화이글스의 성적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전시가 이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6월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1일 한화이글스 소속 류현진 선수를 대전시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이와함께 류현진·오상욱 선수-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홍보대사는 도시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대내외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한다. 대전시는 펜싱황제 오상욱과 트롯가수 김의영, 축구선수 황인범, 배우 이필모 등 20여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013세대로 전월보다 2.2%(591세대) 늘었다. 이는 2013년 6월(2만 7194세대)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2만 2397세대로 83% 비율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