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씨는 "남편은 된장찌개 없이는 밥을 못 먹지만, 우리 아이는 하루라도 보르쉬를 안 먹으면 서운해해요"라며 웃는다. 요즘 그녀는 김치볶음밥에 마늘을 듬뿍 넣고, 그 위에 사워크림을 올리는 새로운 퓨전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한국 음식은 조리 시간이 짧아 바쁜 일상에 잘 어울리지만, 중앙아시아 음식은 대체로 손이 많이 가고 조리 시간이 길다. 특히 플로피는 양고기, 당근, 쌀, 향신료 등을 차례로 볶고 찌듯이 익히는데,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마리나 씨는 그 긴 조리 과정 덕분에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겨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즘 다문화가정에서는 이렇게 각국의 음식을 결합한 새로운 식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김치와 보르쉬의 조합, 잡채 옆에 놓인 만토우, 쌈장과 함께 먹는 양고기 꼬치까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맛을 경험하면서 편견 없이 자란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향신료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남편도 "이건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식탁 위의 만남 속에서 낯선 맛은 점차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시어머니조차 "보르쉬 국물 참 시원하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이렇듯 문화는 언어뿐 아니라 식탁에서도 배울 수 있다. 같은 재료라도 나라마다 전혀 다른 요리가 탄생하듯, 다문화가정의 삶도 각기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마리나 씨는 "우리 집은 이제 김치냉장고에 사워크림도 같이 보관해요"라며 웃는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언어와 음식, 문화를 넘어선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가이 알리나 명예기자(카자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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