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다문화] 김치와 보르쉬, 쌈장과 플로프가 만나는 다문화가정의 식탁

  • 다문화신문
  • 예산

[예산다문화] 김치와 보르쉬, 쌈장과 플로프가 만나는 다문화가정의 식탁

  • 승인 2025-08-17 13:07
  • 신문게재 2024-11-03 1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서울에 사는 마리나 씨 가족의 저녁 식탁에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갓 담근 김치 옆에 뜨거운 보르쉬가 놓이고, 찰진 흰쌀밥 대신 향신료 가득한 중앙아시아식 플로프가 등장한다. 남편은 경상도 토종 한국인이고, 아내인 마리나 씨는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이다. 이 가족의 주방에서는 매일 '문화의 요리쇼'가 펼쳐진다.

마리나 씨는 "남편은 된장찌개 없이는 밥을 못 먹지만, 우리 아이는 하루라도 보르쉬를 안 먹으면 서운해해요"라며 웃는다. 요즘 그녀는 김치볶음밥에 마늘을 듬뿍 넣고, 그 위에 사워크림을 올리는 새로운 퓨전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한국 음식은 조리 시간이 짧아 바쁜 일상에 잘 어울리지만, 중앙아시아 음식은 대체로 손이 많이 가고 조리 시간이 길다. 특히 플로피는 양고기, 당근, 쌀, 향신료 등을 차례로 볶고 찌듯이 익히는데,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마리나 씨는 그 긴 조리 과정 덕분에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겨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즘 다문화가정에서는 이렇게 각국의 음식을 결합한 새로운 식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김치와 보르쉬의 조합, 잡채 옆에 놓인 만토우, 쌈장과 함께 먹는 양고기 꼬치까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맛을 경험하면서 편견 없이 자란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향신료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남편도 "이건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식탁 위의 만남 속에서 낯선 맛은 점차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시어머니조차 "보르쉬 국물 참 시원하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이렇듯 문화는 언어뿐 아니라 식탁에서도 배울 수 있다. 같은 재료라도 나라마다 전혀 다른 요리가 탄생하듯, 다문화가정의 삶도 각기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마리나 씨는 "우리 집은 이제 김치냉장고에 사워크림도 같이 보관해요"라며 웃는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언어와 음식, 문화를 넘어선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가이 알리나 명예기자(카자흐스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5극 3특 전략에 라이즈 초광역 개편하는데 지역은 '논의 無'…"선제 기획 필요"
  2. 오용준 한밭대 총장 “기업 상주형 첨단전략 거점 과기대 필요"
  3. "종량제봉투 사재기 자제해야"…대전 자치구 '수급 안정'
  4. 대전 학교 급식 다시 파업… 직종교섭 난항으로 26~27일 경고파업
  5. 대전 안전공업 참사 첫 발인 엄수… 희생자 장례 절차 본격화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책임 두고 김태흠 지사.김선태 의원 격돌
  2. 대전충남경총 제45회 정기총회… 지역경제 발전 공로 7명 표창
  3. [사설] 수도권 '쓰레기 대란', 비수도권도 남 일 아니다
  4. [중도일보 독자권익위 3월 정례회] 행정통합·산단화재·지역의사제 등 논의
  5. [사설] 정부, 중동發 경제 위기에 비상 대응

헤드라인 뉴스


“1시 58분에 마지막 통화”… 구조 공백 밝혀지나

“1시 58분에 마지막 통화”… 구조 공백 밝혀지나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려졌던 대전 안전공업 화재 당시 일부 희생자가 그 이후에도 한동안 생존해 있었던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확보에 나선 119 신고기록과 통화내역이 당시 구조 공백을 밝힐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대전경찰청은 26일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복원하기 위해 피해자별 통화내역과 119 신고기록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이후 현장 안팎에서 오간 통화와 신고 시점을 대조해 피해자들의 생존 시간과 구조 요청 경위, 대피 상황 등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유가족 측은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생자..

[재산공개] 이장우 대전시장 29억…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마이너스 3억
[재산공개] 이장우 대전시장 29억…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마이너스 3억

충청권 광역단체장 4명 가운데 김태흠 충남지사를 제외한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등 3명의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충청권 시도의장 4명 중에는 이양섭 충북도의장이, 대전 5개 구청장 중에는 서철모 서구청장이 가장 재산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 재산현황을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가운데서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29억 6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전년보다 9300만 원 늘어난 규모다...

한화 이글스, 28일 대전서 2026 KBO리그 첫 승 노린다
한화 이글스, 28일 대전서 2026 KBO리그 첫 승 노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한화는 개막전 선발투수로 외국인 용병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를 낙점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에르난데스는 우완 스리쿼터 유형으로 최고 156㎞, 평균 150㎞ 이상의 구속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4.50의 기록했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이닝당 출루 허용(WHIP·0.90)과 피안타율(0.167) 등의 세부 지표는 준수하는 평가를 받는다. 키움은 지난 시즌 8승 4패, 평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화재 참사 희생자에게 사과하는 안전공업 대표이사와 상무 화재 참사 희생자에게 사과하는 안전공업 대표이사와 상무

  •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 서산 석유비축기지 시찰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산 석유비축기지 시찰하는 이재명 대통령

  • 천안함 46용사 묘역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 천안함 46용사 묘역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