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의대를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열풍으로, 7세 고시는 옛말이고, 4세 고시를 넘어 1세 고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유명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영유아에게 대입 수능급의 문제로 테스트한다 하니, 이것은 열풍이 아니라 광풍(狂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봄 영유아의 인권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아동학대 7세고시 1만인 국민고발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7세 고시를 아동학대로 규정해야 한다고 진정했다. 필자도 그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 대열에 동참하였지만, 일부 지역에 4세 고시반의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는 등 광풍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유아 조기교육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적 효과보다 자기주도성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한다. 사랑을 받으며 마음껏 뛰놀 나이에 무한경쟁의 전선에 내몰리다 보니 영유아의 심리상태가 온전할 리 만무하다. 유아 교육의 선구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뢰벨(Friedrich Frobel)은 "놀이는 아이의 영혼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아이의 소중한 그 문을 닫아 걸고, 무한경쟁의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과도한 조기교육은 영유아의 인지능력이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작년 9세 이하의 우울증·불안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청구 건수가 3만 2천 6백여 건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리고 조기교육은 사회적인 문제도 야기하게 된다. 교육부가 통계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영어유치원 월평균 교육비가 15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를 학기로 환산하면 1천만원에 가까워, 경제적 수준이 열악한 일반 가정은 그 대열에 끼어들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결국 영유아간 교육 기회의 불균형은 물론, 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장식품이 아니다. UN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그 나이에 맞게 놀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31조는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그 단계에 맞는 교육이 차별 없이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도 헌법상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의 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는 영유아 조기 사교육 광풍을 국가가 나서서 잠재워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과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핀란드의 경우 8세 미만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문자교육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예에 비한다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회는 '영유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교육부는 개정 법률에 맞춰 하위 규정을 정비하여 조기 사교육 시장에 전면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맹수석(충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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