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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유등천의 한 다리 밑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은 전날 밤 많은 비가 내리자, 급히 인근 정자로 피신했다. 이들은 수개월째 다리 밑에서 지내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현장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지난 4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 문창교 다리 아래서 지내는 노숙인 2명은 높은 지대에 있는 인근 정자에 몸을 피신한 상태였다. 이들은 수개월째 다리 밑에 가재도구와 마실 물, 폐지를 쌓아놓고 지내는 중으로 대전천이 불어날 때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폭우 때 다리 밑 침수로 이들 2명이 고립돼 경찰이 긴급히 대피를 돕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노숙인 A(70대)씨는 부사동에 집이 있지만, 3개월째 문창교 다리 밑에서 노숙 중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A씨는 "대전에 자녀가 살고 있지만, 성격 차이로 같이 살지는 않는다"며 "자녀도 내가 바깥에서 지내는 걸 알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전날 밤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필요한 가재도구 몇 가지만 챙겨 근처에 전통시장 안으로 피신했다. 노숙을 시작하기 전 부사동 주택에서 지낸 A씨는 현재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없다 보니 주거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노숙인 B씨 역시 정자로 피신해 거리에서 모아온 폐지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두 노숙인에게 노숙인 쉼터 등 안전한 곳으로 갈 의향은 없냐고 묻자 "갈 생각은 없다"라고 답했다.
두 노숙인 외에도 호우 특보를 앞뒀던 지난 3일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위험에 노출된 교량 밑 노숙인들을 조사한 결과 삼성교, 목척교, 대흥교 등에서 총 9명이 파악됐다. 7월 17일 대전 하천관리사업소에서 파악한 교량 밑 노숙인은 7명으로 이 중 4명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졌으나, 이후 노숙인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노숙인들은 지자체와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응급잠자리 및 노숙인쉼터에서 지내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모르는 이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월세를 지원하거나 주거 취약계층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지원 역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대상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때문에 호우 특보 시라도 관계기관이 협력 체계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주기적 순찰·점검, 대피 안내·지원을 하는 방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노숙인들의 짐을 강제적으로 정리하는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분에게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라며 "각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안전 조치를 취하고, 교량 밑을 살펴 이분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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