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설교가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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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설교가 끝나고 난 뒤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5-08-25 11:26
  • 신문게재 2025-08-26 19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독일 민담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는 독특한 이야기가 하나 실려 있다. 제목은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이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제자였던 안토니우스는 어느 날 설교를 준비해 교회로 나갔지만, 정작 교회는 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길이 막히자 그는 강가로 나가 물고기들에게 설교했다. 뱀장어, 잉어, 게, 창꼬치 등 갖가지 물고기들이 고개를 내밀고 그의 설교를 열심히 들었다. 물고기들은 마치 은혜 받은 듯 즐거워 보였지만,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설교가 끝난 후, 물고기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창꼬치는 여전히 도둑질을 했고, 뱀장어는 여전히 호색하고, 게는 여전히 굼뜨고, 대구는 여전히 탐욕스럽고, 잉어는 여전히 게걸스럽게 먹었다."

이것은 단순한 해학이 아니다. 말씀을 듣고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정확히 묘사한 풍자다.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들이 있다. 사도행전 2장에서 베드로는 성령이 임한 후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설교를 했다.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며 마음에 찔려 회개했고, 그날만 무려 삼천 명이 세례를 받았다. 설교 한 번으로 영원한 운명이 바뀌고, 공동체의 관계와 삶의 방향까지 변한 것이다.



반면, 사도행전 7장에서 스데반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마음에 찔렸지만, 회개 대신 이를 갈았다.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하나님의 사람을 돌로 쳐 죽였다. 같은 복음을 선포했는데 왜 결과가 이렇게 달랐을까? 설교자가 다른 것도, 본문의 주제가 다른 것도 아니다. 차이는 오직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태도'였다.

진리의 말씀이 내 가치관과 부딪히면, 어떤 이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지만, 어떤 이는 마음을 닫고 대적의 길로 간다. 작은 일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소극적인 불순종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굳어져 하나님을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적극적인 죄가 된다. 반대로,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듣고 작게라도 실천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조금씩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변화된다.

오늘 본문에서, 모든 청중이 설교를 듣고 이를 갈 때 단 한 사람만이 성령 충만했다. 그 사람이 바로 스데반이다. 어떻게 하면 설교 후 성령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예수님은 누가복음 11장 13절에서 이렇게 약속하셨다.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비결은 간단하다. 예배와 설교 시간에 집중하고, 간절히 사모하며, 하나님께 성령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은 반드시 응답하신다.

설교가 끝난 뒤, 우리는 두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베드로의 청중처럼 회개와 변화의 길로 갈 것인가? 스데반의 청중처럼 분노와 대적의 길로 갈 것인가? 오늘도 성령께 귀를 기울이고, 말씀을 붙들어 순종하며, 삶 속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를 맺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설교 후의 진짜 결론은 강단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써 내려가야 한다. /심영선 비래영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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