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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
1990년대 400만 명을 바라보던 부산시의 인구는 2025년 현재 326만 명으로 줄었고 인천시와의 격차가 30만 명도 되지 않는다. 대구시도 2003년 254만 명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20여만 명이 감소했다. 광주시와 울산시도 10여 년 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인구유출을 막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도 2006년부터 저출산 예산에 누적으로 380조 원을 투입했다. 올해만 해도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예산으로 88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광역자치단체도 12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듯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 대전시에서 일어난 인구증가는 분명 무엇인가 큰 의미를 갖는다.
대전시는 개척자들의 도시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 1914년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교통과 물류의 결절점으로 발달했다. 그 당시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또는 생계를 위하여 지금의 원도심이라하는 동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을 제1세대 개척자라 한다. 그렇게 성장하던 대전은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 1990년대 정부대전청사가 대전에 입지하면서 지금의 유성구와 서구에 제2세대 개척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러한 대전이 이제 제3세대 개척자들을 맞이하려 한다.
최근 대전의 딥테크 기업들의 선전은 한강의 기적과 같은 '대전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상장된 기업 66개 기업이 시가총액 70조 원을 넘어 100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엄두도 못 내는 일을 대전이 하고 있다. 19개 대학에서 쏟아지는 인력과 학생들의 창업 열기가 그 어느 도시보다 뜨겁다. 카이스트는 올해 스타트업 140개를 목표로 뛰고 있다. 이달 말 대전시청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에는 둔곡동에 자리잡은 외국계 기업 머크가 처음으로 참여한다. 많은 학생이 대전으로 몰려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놀라운 성과는 곧 관심으로 나타난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벤처캐피탈의 최고 관심사는 대전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의 대전의 성장세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첨단기술도시들과 견줘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 대전시의 인구가 줄지 않고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다. 대덕연구단지 50년의 과학기술들이 그동안의 오랜 숙성 끝에 빛을 보고 있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의 혁신 열기와 맞물려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데스밸리를 넘긴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줄을 잇는다. 여기에는 대전만의 고유한 특징인 '선한 영향력'이 한몫을 하여 더더욱 그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제3세대 젊은 개척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들은 대전의 눈부신 과학기술과 경제 성장을 동경하며 공부를 위해, 창업을 위해, 취업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올해 대전시 전입 인구 중 60% 이상이 청년인구라는 것은 대전이 얼마나 젊어지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대전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매력적인 도시다. 다른 도시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이 대전에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대전은 배가 고프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120년 역사의 개척자들로 이루어진 평범한 도시였던 대전, 이제 글로벌 넘버원 초일류경제도시로 가는 서막이 열렸다.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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