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엔 무게가 없다… 너의 마지막 순간도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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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엔 무게가 없다… 너의 마지막 순간도 '따뜻하게'

[제1회 동물보호의 날 기획취재-반려동물 산업 현장을 가다]
가족과의 이별… 사람처럼 존엄 지키는 장례문화 확산
장묘업체 증가 속 이용률 21% 그쳐… "인식 개선 필요"
천안 21그램, 상담부터 화장·인도까지 '맞춤형 서비스'

  • 승인 2025-09-29 16:47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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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의 존엄을 지키는 장묘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반려인구 1500만 명.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3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짝이 되는 동무, 반려(伴侶)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인간과 동물은 같은 지붕 아래 함께 정을 나누며 삶을 공유한다. 이에 발맞춰 국내·외 반려동물 연관 산업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0월 4일, 첫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동물보호의 날'을 맞아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위한 먹거리와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는 장묘문화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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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발려동물 장묘업체 21그램 전경. /사진=이은지 기자
1. 마지막 순간까지 '웰다잉'… 천안 반려동물 장묘업체 '21그램'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 반려 가족들에게 위로가 돼주고 있다는 이 이야기엔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만 하는 반려동물과의 사별, 재회에 대한 기대감이 녹아있다.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을 하루아침에 볼 수 없다면 어떨까. 개와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0~15년인 것을 고려하면, 반려동물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는 과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여겨진다. 막을 수 없는 이별, 하지만 마지막 순간을 챙겨줄 수 있다는 사실은 작은 위안이다. 반려동물 장묘사업은 이런 의식에서 출발했다.

최근 '펫산업'은 단기간 내 실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유치원·호텔 등 돌봄부터, 먹거리, 헬스케어, 장례문화까지 눈부신 진화에 힘입어 반려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펫테크'까지 등장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건강, 안전, 편의, 감정까지 관리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반영됐다. 123개 국정과제 중 80번째로 제시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 내용을 보면, 동물 '보호'에서 '복지'로의 정책 전환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동물복지 정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키로 했다. 현재는 40개 이상의 동물 관련 법률이 제정돼 다양한 부처에서 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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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묘업체 21그램 내부에 전시된 장례 용품들. /사진=이은지 기자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반려동물 장묘업도 진화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허가된 동물 장묘업은 장례식장, 화장시설, 건조장시설, 수분해장시설, 봉안시설로 구분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에 분포된 장묘업소 수는 2020년 57곳에서 2024년 83곳으로 늘며 반려인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동물의 사체가 폐기물로 처리된 과거와는 다르게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장례문화로 변하고 있다.

9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현장 취재를 위해 찾은 반려동물 장묘업체 '21그램'에서는 낮부터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기 위한 엄중한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이어지고 있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21그램은 '사람과 동물의 겉모습은 달라도 영혼의 무게는 같다'는 의미의 사명을 내걸고,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건강한 삶을 누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이별을 맞도록 장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깔끔한 외관과 시설은 마치 카페를 연상시켰는데, 실제로 카페로 오인해 들어오는 고객도 많았다고 한다.

장례는 온라인이나 전화 예약을 통해 장례 상담, 염습, 추모예식, 화장 및 수분골, 봉안 및 인도로 이뤄진다. 모든 장례 절차는 담당 장례지도사가 배정돼 개별 장례로 진행된다. 보호자를 위한 화장 참관실 등이 설치돼 사람의 장례 절차와 똑같이 구현한 점이 인상 깊다. 장례식과 유골함으로 구성된 기본적인 35만 원 상품부터 최고급 관과 수의까지 준비되는 135만 원 프리미엄 상품까지 선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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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유골 보석과 유골함. /사진=이은지 기자
장례를 치르는 동물의 종은 개와 고양이에 국한되지 않고 토끼나 고슴도치, 햄스터, 새, 물고기 등 소동물까지 다양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권신구 대표는 "개와 고양이 비중이 90~95%에 달하지만, 최근 작은 동물들의 장례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며 "파충류 등 본인이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다 데리고 오신다. 21그램엔 소동물들을 위한 작은 유골함, 수의 등도 준비돼있어 화장이 가능한 대부분의 동물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려동물의 유골분 부패를 막고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유골 보석'도 제작이 가능한 점도 눈길을 끈다. 화장 후 남은 뼛가루만으로 구 형태의 투명한 보석을 만들어 유골함에 담아가는 방식이다.

21그램에서만 한 달에 250~300건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 장례 소요 시간은 상담까지 포함해 평균 2~3시간, 유골 보석 제작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할 땐 4~5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반면 국내 반려인들의 장례업체 이용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24년 기준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업체 이용 비율은 21.4%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아직도 사체 매립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전염병과 환경오염 등 여러 부작용을 생각하면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확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반려동물 장묘시설에 대한 인식 부족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초 업체 설립 시 화장장에 대한 악취와 공해 우려가 존재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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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화장 절차 참관실. /사진=이은지 기자
권 대표는 "과거엔 장난감 등 플라스틱을 함께 소각해 문제가 됐지만, 저희 업체에선 천연재료의 관이나 수의를 사용하고 있다. 또 오염물질을 필터로 꼼꼼히 걸러내 주민들이 우려하는 악취나 공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장례지원 사업 등을 통해 긍정적 인식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대비할 수 있도록 조언도 잊지 않았다.

권 대표는 "반려동물을 갑자기 떠나보내는 순간이 오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그럴 땐 최대한 옆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장례식장으로 오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1그램은 천안아산점(2호점)을 포함해 경기도 광주(1호점), 남양주(3호점)에도 지점을 운영 중으로, 내년엔 김포·화성을 비롯해 대전·세종까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세종=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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