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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청소년이 신체적으로는 "건강하다"고 응답했지만, 정서적으로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지쳐 있는 세대, 외형적으로는 활기차지만 내면은 불안한 시대에 서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는 너무 많은 것을 보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비교가 일상이 됐으며, 멈춤이 허락되지 않는 경쟁이 습관이 됐습니다.
요즘의 청춘이 겪는 불안은 단순히 진로나 성적의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충분한 사람인지,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의 내가 괜찮은 존재인지 묻는 존재의 근원에서 솟아오르는 불안입니다. SNS에는 늘 누군가의 성공이 떠 있고, 타인의 빛나는 순간이 나의 평범한 하루를 무의미하게 느끼게 합니다. 연결돼 있을수록 더 고립되고 공허해지는 시대에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구경하지만 정작 마음에는 닿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포장해야 한다는 강박,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마음은 조금씩 닳아갑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겪는 가장 깊은 상처는 바로 '나는 나로서 충분하지 않다'는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문화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교육은 달라져야 합니다. 지식 전달을 넘어 마음을 돌보는 일로 확장돼야 합니다. 배움은 머리로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를 통해 깊어집니다. 건강한 정신이 있어야 학문이 지속될 수 있고, 행복한 사람이 돼야 배움이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학은 그런 배움이 피어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캠퍼스는 단순히 강의만 이뤄지는 장소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관계를 배우는 작은 사회입니다. 교수의 한마디 조언, 친구와의 대화, 동아리에서의 협업과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경험이 한 사람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학문이 아니라 삶을 배우고,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배우는 일, 그것이 대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괜찮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는 일이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회복을 향한 첫걸음임을 알아야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멈춰서도 괜찮으며, 방향을 잃었다면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힘입니다. 그 힘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손길, 따뜻한 말, 함께 있어주는 시간 속에서 자랍니다. 교육은 어쩌면 그런 '곁에 있어주는 일'을 다른 언어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야 합니다. 지식의 크기보다 마음의 깊이를 키우는 일, 그것이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배움의 형태입니다.
결국 교육의 본질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단단해질 때 그가 전하는 배움은 깊어지고, 건강한 마음들이 모일 때 공동체는 온기를 갖습니다. 그 안에서 교육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사람을 배우는 과정'으로 완성됩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성적을 높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사회 속에서 따뜻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흔들리고 넘어지며 자랍니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도 좋습니다. 그 느림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지식을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그보다 더 깊은 공부입니다. 건강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식보다 마음이며, 그 마음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오늘의 교육이 품어야 할 가장 고귀한 사명이라 믿습니다. /이정화 대전보건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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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