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등으로 93억여 원 편취… 지휘·통솔 체계 갖춘 캄보디아 범죄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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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등으로 93억여 원 편취… 지휘·통솔 체계 갖춘 캄보디아 범죄조직

  • 승인 2025-10-28 13:17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조직도
캄보디아 조직도.[사진=충남경찰청 제공]
"속아서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충남경찰청이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4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범죄는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지인들의 제안을 수락하거나 인터넷 광고를 보고 직접 범죄에 가담했다. 이 중 몇명은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고 새로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이들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강제로 범행을 시켰다는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건' 총책이 조직한 범죄집단에 가입했다. 이 집단은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DB관리, 입출금관리, 아이패드 수리 등의 물품관리, 가짜명함 제작 등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CS팀부터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까지 총 5개 팀으로 역할을 분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조직에 가입한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숙소, 게스트하우스 등을 옮겨다니며 단속을 피해 범행을 이어갔다.

피해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보이스피싱팀은 24년 후반부터 25년 2월까지 태국 방콕에 거점을 두고 우체국 택배기사,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을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우체국 배송기사인데, 카드 발급돼서 전화드렸습니다. 카드발급이 아니시면 카드회사 전화번호 알려드릴테니 연락해 보세요." 라며 자연스럽게 2차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게 하고 2차 조직원은 피해자들에게 원격 프로그램 설치하게 했다. 이후 검찰 또는 금감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전화를 걸어 돈을 이체하게 하는 방법으로 편취했다. 피해금액은 총 59억여원으로 피해자는 21명이다.

로맨스스캠팀은 24년 후반부터 25년 5월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점을 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조건 만남 업체 매니저와 실장으로 사칭한 후 조건 만남을 원하는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가입비.인증비를 입금하도록 유인했다. 이에 속은 피해자는 23명으로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의 피해를 봤다. 피해금액은 총 26억원이다.

코인 투자설명회 사진
부건 조직이 개최한 코인 투자설명회.
코인 투자리딩사기팀은 올해 2월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점을 두고 활동했다. 이들은 '월드코인 정식 텔레그램방'을 만들어 참여자들에게 "월드 코인이 곧 업비트에 상장된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우리한테 투자하라고"속였다. 또 서울 강남에서 투자 세미나를 열고 이를 온라인 생중계하며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은 57명이었고 피해금액은 4억여원이다.

노쇼사기팀은 서울 남부교도소 직원을 사칭해 유통업체 사장 등에게 대금결제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1억 7000여만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는 9명이다.

부건 조직의 사기 행각으로 인한 피해자는 총 110명으로 이들의 피해금은 93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이들은 총책 및 관리자 지시 하에 모든 피싱 사기 수단을 망라하는 다양한 수법의 범행을 했다. 하지만 이 모든걸 지휘한 총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언제든지 이 같은 범죄 조직이 부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대부분 현지에서 구금 중에도 총책이 소위 '관작업'으로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을 믿어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거나 귀국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부건조직을 단서로 미검 조직원들 검거에 전력을 다하겠으며 캄보디아 범죄단지 등을 거점으로 한 피싱조직 소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내포=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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