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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성 한남대학교 탈메이지교양·융합대학 학장 |
이러한 도전 앞에서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대학은 기술을 가르치는 기관이자, 그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성찰하게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윤리적 판단과 책임 의식을 함께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대학의 핵심 사명이다. 특히 기독교 대학은 '책임 있는 AI'를 넘어 진리와 사랑의 원칙 위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교육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 신앙이 교육의 방향을 세우고, 기술은 그 철학을 구현할 때 대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간 존엄성이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모방할 수 있을지라도, 인간은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다. 기술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둘째, 책임 의식이다. 기술은 관리와 성찰이 필요한 자원이며, 그 사용에는 분명한 책임이 따른다. 대학은 학생들이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균형 있게 바라보고, 사회 전체의 유익을 위한 기술 활용 방안을 모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셋째, 공동체적 연대다. AI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편향된 알고리즘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기술을 설계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학생 교육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윤리적 책임의 주체로 서야 한다. 연구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자유는 사회적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데이터 사용, 실험 결과의 해석, AI 모델의 투명성 등은 모두 연구윤리의 핵심이다. 대학은 구성원 전체가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본보기가 되도록 제도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윤리적으로 성숙한 구성원이 설 때, 대학은 비로소 신뢰받는 지식 공동체가 된다.
이러한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은 AI 윤리 교과목의 필수화, 지역사회 문제 해결 프로젝트, 국제 윤리 포럼 개최 등 실천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자 양성을 넘어, AI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윤리적 리더를 길러내는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은 지식의 전달자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시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가치의 조타수가 되어야 한다.
AI 윤리는 특정 대학이나 집단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공동의 과제이자, 모든 고등교육기관이 함께 고민해야 할 책임이다. 그러나 기독교 대학은 그 속에서 더욱 분명한 정체성과 사명을 지닌다. "하나님을 경외함이 지식의 근본"(잠언 1:7)이라는 말씀은 지식이 겸손과 경외 위에서만 참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기독교 대학은 신앙과 학문을 아우르며,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않고 인간을 섬기게 하는 윤리적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AI는 속도를 제공하지만, 방향은 진리가 제시한다. 대학이 그 방향을 책임 있게 제시할 때, 기술은 인류를 대체하지 않고 인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진리 위에 기술을 세우는 일, 그것이 바로 AI 시대에 대학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사명이다.
유천성 한남대학교 탈메이지교양융합대학 학장 ( 수학과 교수.한남대학교 괴테선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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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