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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 영역에 속하는 사군자 그림은 대중에게는 어렵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 한국인이라면 일상생활 속에서 늘 접하고 있다. 5만 원권 지폐를 유심히 살펴보자. 앞면에는 조선시대 대표 여류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그녀의 대표작인 '포도'와 초충도가 도안돼 있다. 뒷면에는 조선 중기 화가 어몽룡(魚夢龍)의 '월매도'와 이정(李霆)의 '풍죽도'가 함께 그려져 있다. 이중 탄은(灘隱) 이정(1554~1626)은 2023년 11월 '공주시가 뽑은 이달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다.
탄은 선생은 세종대왕의 현손으로 석양군에 봉해진 인물이다. 시·서·화에 뛰어나 삼절로 명성이 높았으며, 유덕장(柳德章), 신위(申緯)와 함께 조선시대 묵죽화 3대가로 손꼽힌다. 묵매와 묵란에도 뛰어났던 탄은의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 대구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지에 소장돼 있다. 특히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23일부터 기획전 《삼청도도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열고 있다. 이 전시의 중심에는 탄은 이정의 《삼청첩》이 존재한다. 대구간송미술관 소장의 《삼청첩》은 조선 묵죽화의 본질을 보여 주는 작품이자, 국난의 시기에 유학적 이상과 지향이 응축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수리 복원 과정을 거쳐 보물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대중에게 전면이 공개돼 뜨거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시로 내년 서거 400주년을 앞두고 탄은의 미술사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그림 그리는 오른팔을 크게 다치고, 공주로 이거하여 30여 년을 살고 공주 땅에 묻힌 탄은의 일대기와 화마 속에서 지켜낸 《삼청첩》의 화제성도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의 세모, 문화유산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담고 있는 지폐 한 장에서 민족의 얼과 정신을 아로새긴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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