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 광화문이 세종 국가상징구역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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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광화문이 세종 국가상징구역에 묻는다

임성만 세종의 정신 확립을 위한 시민모임 대표

  • 승인 2026-01-27 15:44
  • 수정 2026-02-11 10:27
  • 신문게재 2026-01-28 18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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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상징구역 안에 들어와 있는 임난수 은행나무와 숭모각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세종특별자치시는 더 이상 실험적 신도시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이 들어서는 행정수도로서, 대한민국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분명해진다. 국가상징구역은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웅장한 건축과 세련된 스카이라인만으로 국가의 중심을 말할 수 있을까. 국가의 심장부라면, 그 공간에는 반드시 정신이 뛰어야 한다.

서울 광화문을 떠올려보자. 광화문에는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이 함께 서 있다. 이는 단순한 조형물의 병치가 아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워진 이순신 장군상은 국가 생존의 위기 앞에서 희생과 책임이라는 윤리를 상징했다. 민주화 이후 들어선 세종대왕상은 힘의 과시가 아닌, 백성을 향한 통치 책임과 제도의 품격을 상징한다.

무(武)와 문(文), 위기 대응과 일상 통치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광화문이라는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힘으로 유지되는 나라가 아니라, 책임으로 운영되어야 할 나라라는 선언이다.

이 정신은 대중에게도 분명하게 각인돼 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의 대사는 이를 상징적으로 압축한다. "무릇 장수된 자의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여기서 '충'은 특정 군주에 대한 복종이 아니다. 권력을 쥔 자가 누구를 위해 결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다. 충의 방향은 위가 아니라 아래, 즉 백성과 공동체를 향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광화문의 상징은 오늘의 세종으로 이어진다.

세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권한과 의사결정이 모이는 도시다. 그렇기에 세종 국가상징구역은 더더욱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기준을 묻는 공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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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만 대표.
어야 한다. 행정수도의 중심에는 권력을 강화하는 상징이 아니라, 권력을 절제하고 책임을 환기하는 정신의 좌표가 필요하다.

세종의 땅에는 그 좌표가 될 수 있는 역사적 뿌리가 존재한다. 고려 말 충신 임난수 장군이다. 왕조 교체라는 극심한 권력 변동 속에서도 불사이군의 원칙을 지킨 그의 선택은, 오늘날 헌법과 국가, 공공가치에 대한 일관된 책임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곧 "권력이 바뀌어도 기준은 바뀌지 않는다"는 행정 윤리의 핵심이다.

세종시 연기면 일원에 남아 있는 숭모각과 임난수 장군이 심었다 전해지는 은행나무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다. 이 은행나무는 세종시 출범 이후 첫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국가가 그 역사성과 상징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국가상징구역이 추구해야 할 진정성은 바로 이런 '이미 존재하는 정신 자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가상징구역 논의 과정에서 이 역사자산이 개발 논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설계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 인정한 역사와 정신을 국가상징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상징도시는 속도보다 원칙이 우선돼야 하며, 특히 국가의 이름을 내건 공간일수록 더욱 그렇다.

국가상징구역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이자,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묻는 장소다.

"무릇 장수된 자의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순신의 말은, 오늘 행정수도 세종에 이렇게 되묻고 있다. 이 도시의 권력은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세종의 뿌리를 존중하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현재의 서울 광화문은 미래의 세종 국가상징구역에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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