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재능보다는 열정과 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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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재능보다는 열정과 끈기

양성광 한양대학교 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6-06-29 16:45
  • 신문게재 2026-06-30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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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광 한양대학교 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얼마 전 은퇴한 후에는 시골에서 텃밭도 가꾸고 도서관에도 다니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 40년을 쉼 없이 달려오다가 급감속해 멈추고 나니 지난날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나의 삶은 성공적이었나? 아쉽게도 흔히들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지나고 보니 성공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도 생각된다. 그래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모하게 부딪치고 도전하다 보니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그릿(GRIT)'이라는 책에서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에는 열정과 결합한 '끈기(그릿)'가 있다."라고 했다. 저자는 "성공하려면 먼저 도전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와 실패한 뒤에도 계속 시도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재능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미국에서 신입 사원을 고용할 때 재능보다는 근면성을 고른 사람이 5배나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어려서 겁 많고 소극적인 아이였던 내가 실패해도 꺾이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남다른 끈기 덕분이었으리라. 그런데, 그 끈기마저도 타고났다기보다는 어릴 적의 빈곤과 궁핍이 준 선물이었다. 첫 대학 입시에서 떨어진 후 나는 공부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별다른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했었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딸부자 집의 외아들이자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나는 마냥 꺾어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온 가족의 희생 덕분에 공부에 전념할 수 있던 처지라 징징거리는 사치를 부릴 여유조차 없었다.

그 후 운 좋게 대학에 진학하게 됐고 이것저것 도전해 작은 성취를 이뤄갔으나, 그럴수록 주변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내 재능은 점점 볼품없어져 갔다. 그래도 부족한 재능만 탓하기보다는 더 많이 노력했던 것은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 덕분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작은 성취들이 하나둘 쌓여가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살면서 어려운 일에 마주하게 됐을 때 도망가거나 재지 않고 일단 나를 그 속에 던져넣고 보는 배짱도 생겼다.

더크워스는 저서 '그릿'에서 "성취를 이끄는 기술은 재능 곱하기 노력의 함수(기술 = 재능 x 노력)로 향상된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재능은 타고나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 한계와 멀리 떨어진 초입에 있어서 꾸준히 노력하면 재능과 기술이 함께 향상된다고 했다. 그는 또 영국의 10대 쌍둥이 2,000쌍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릿(끈기)은 37%가 유전으로 나머지는 경험으로 영향받는다고 하였다.

노력하지 않는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에 불과하다. 재능을 발현시키는 끈기는 타고난 건 어쩔 수 없지만, 얼마든지 경험으로 향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아이를 믿고 끈기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의 자발적인 노력은 강요보다는 부모나 교사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줄 때 생긴다.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여 작은 성취라도 얻게 된다면 그릿이 따라 성장해 인생을 용감하게 부딪치며 살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이를 한둘밖에 안 낳는 요즈음 젊은 부모들은 조급함에 아이가 끈기 있게 노력해 이뤄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무작정 공부만 강요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어릴 때 아이들은 아직 열정의 대상을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흥미를 자극해 관심사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나 교사가 따뜻하게 격려해 준다면 더 즐겁고 보람 있게 임할 수 있다. 몰아붙이기만 하면 열정과 결합한 끈기가 생길 수 없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이것도 못 하냐고 다그치면 아이의 노력 의지는 꺾이고 움츠러들어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아이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공의 동력인 끈기는 나이가 들면서 성장한다고 하니 어릴 때는 열정의 대상을 찾도록 시간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학원의 공포 마케팅에 현혹돼 아이들을 이리저리 내돌리지 말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스스로 목표를 세워 끈질기게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자. /양성광 한양대학교 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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