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땜 내리꽂는 끝없는 국수가닥
칸칸이 잘라대는 대교(大橋) 밤을 날린 칼끝이다.
서울 간 메밀국수 신기루에 매달렸다
빌딩의 창틀에서 새처럼 깃을 치다
냄비에 오체투지하여 삶의 여한 삶는다
깊어진 밤 강바람에 휘휘말은 불빛들도
한 저범씩 건져 올려 주린 배를 채우니
아리수 구곡간장 돌아 주룩주룩 흘러간다.
<시작노트>
한강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흐르는 한없이 두터운 기록의 책이다. 서울 시민의 눈빛과 꿈과 애환은 한강으로 흐르며 수도민이라고 도도하기 짝이 없다. 그 어깨의 높이만큼 말도 안 되게 비싼 집에서 산다. 그 집값이 한국의 경제이다.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이 나라 백성들의 금언이었고 꿈으로 흘렀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처럼 물길이여 가닥가닥 한강으로 모여서 흐르거라. 민심도 역사도 권력도 한강으로 흐른다. '아리수'는 한강의 옛 이름이다. 서울시민은 아리수가 있어서 그 많은 인구가 물을 대먹고 산다. 천강의 물길이 모이고 모여 양수리에서 두물머리가 한데 묶여 팔당댐에서 마지막 국수가닥처럼 내리꽂아 서울시민의 수원이 된다.
서울시민은 그 풍요로운 국수를 먹고 살아간다. 긴 국수가닥을 국수공장에서 칸칸이 자르는 모습을 보았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들이 마치 국수가닥을 자르는 칼날과 같다. 칼날은 끝없는 세월을 자동차의 불빛으로 잘라댄다. 6.25 전쟁당시 한강대교가 폭파되었고, 현대사에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역사적인 악몽이 일어난 일 말고는 한강의 수많은 대교들은 불 칼질을 멈춘 적이 없다. 불칼에 잘린 아리수 국수는 높고 높은 빌딩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저 산골 촌놈들이 들어앉는 신기루이다. 메밀밭에서 온 촌놈은 마음의 칼을 갈며 허리끈 졸라매고 빌딩의 창틀에 새처럼 올라앉아 깃을 치다가 냄비에 오체투지로 들어가 삶의 여한과 결기를 삶아 국수를 삶는다. 국수 냄비에 비치는 휘황찬란한 불빛과 강바람을 삶아 자신의 몸속으로 흐르는 한강을 의식한다. 서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온 몸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개발도상국가의 국민이 되었다. 뼈저린 이야기로 진짜 빌딩을 올렸다. 아이들이 다시는 가난에 허덕이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는 희망의 나라를 부르며 신명에 찬 피땀을 기쁘게 흘렸다. 반짝이는 아리수는 구곡간장을 돌아 시원하게 흘렀다.
오백년 조공을 바치며 엎드려 살아온 나라, 열강의 밥이 되어 검은 국수를 비비다가 일제에 매국노가 헐값에 나라를 팔아먹어 깨어진 국수 그릇 밑에서 식민지의 국적 없는 노숙자로 땅에 떨어진 국수 가닥을 주워 먹고 살아온 국민, 열강의 개입으로 허리를 잘려 민족 동란을 치르며 밀밭까지 다 불사른 폐허 위에서 눈물로 새 씨앗을 심고 가꾼 나라, 그래도 도도히 흐르는 아리수가 있어서 목숨 줄을 이으며 기적의 불을 지폈다.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거기에 발목 잡히는 내란으로 제 발등 찍지 말고 아리수처럼 줄기줄기 질서 있게 앞날을 향해서 흘러가자. 기성세대의 사자후이다. '나 때'라고 조롱하면 억울하다.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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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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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