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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식 논설위원 |
긍정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다만 이 시대에도 과학을 제대로 쓰는 위정자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무슨 연고에선지 극심한 경쟁과 배타적 대립의 터널을 지나 신동·둔곡지구로 선정되고도 끝이 안 보인다. 제1탄 과학논리 허리채기, 제2탄 정치논리 후리기, 이제 제3탄 경제논리 업어치기 시리즈로 직행했다.
이건 안다. 이 지루한 핑퐁게임에 딱히 내세울 논리는 없다. 거점지구 노른자위를 독식했으니 부지매입비를 토해내라는 식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본질은 최소 약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아니 최대 1조5000억원까지 추산되기도 하는 천문학적 부지매입비를 부담할 능력이 대전시라는 지자체에 있느냐다. 그걸 외면한 채 과학벨트 심리게임에 다시 빠져든다면 문제다. 성공적인 완수에 대한 시민적 정서를 공유하는 것과 대전 땅에 서는 개발 프로젝트니까 부담하라는 것은 별개 사안이다. 대전시 파산하라는 악의가 아니라면 그럴 수 없다.
가정을 해본다. 처음부터 매칭펀드 방식을 조건화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대구에서 한국뇌연구원을 쉽게 '낚은' 이유가 있다. 경합하던 대전과 인천이 해당 사업비가 부담스러워 발을 뺀 '어부지리' 덕이 크다. 알고도 유치한 대구는 지금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대전이 놓친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또 다르다. 41% 중앙정부, 18% 지자체, 41% 민간으로 투자 몫을 나눴다. 지방정부가 부지 제공을 한다고 종합계획에 못 박았을 정도다.
이걸 생각하자. '지자체와 협의할 수 있다'고만 한 부실한 과학벨트 특별법은 어떤 법이던가. 쉽게 표현해 예산안 날치기 때 동반 통과했던 그 법이다. 거기에 관련 비용 분담 내용이 세세히 담겼을 리 없다. 그렇다 치자. 입지 확정이 그때 안 돼 부지 예산이 0원이었다가 상황이 달라졌다는 설명은 군색하다. 지방재정의 근간을 흔들 규모인 거점지구 부지매입비를 대전시가 감당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난센스다.
수도권 대형 국책사업 땅값은 수도권이 다 댔던가. 친절하게도 미래대전기획 서밋포럼에서는 지방채 발행으로 땅값 충당하자는 안이 불거졌다. 유희열 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이 그 '해설자'였다. “빚 얻어 막아”가 아이디어라니 무슨 카드를 만지작거리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대전시는 다급해졌다. 국비로 하라 마라 할 필요도 없다고 손사래 쳤으나 느긋할 여유가 없다. 오죽하면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의 KAIST 문지캠퍼스 입주 방안을 꺼내들었을까 싶다. 부지매입비 절감 대안의 하나다. 그렇지만 국책사업 직접사업비 국가 부담이라는 전제는 살아 있다. 여전한 요지부동의 상수(常數)다.
실상도 그렇기 때문이다. 과학벨트는 '개발공약 폭탄'이나 '빚 공약'이 아니다. 그냥 '묻어가기'네 날로 먹다 체하네 하며 유화하지 못한 멘트로 심리적 불편함을 주지 않길 바란다. 말했듯이 대전시가 질 '책임'이 있다면 도시 정주여건과 연구환경 조성을 돕는 일이다. 시간 끌지 말고 땅값은 국고로 지원해야 합당하다.
“벨트는 원래 길다”는 현역 국회의원의 시시한 농담이 가슴을 친다. 연구단 선정, 인력 확충, 연구환경 구축 등 갈 길이 천리만리인데 과학벨트는 길어도 너무 길다. 대전 토론회에서 김창경 교과부 제2차관은 “10년 내에 세계 5대 강국으로 가려는 기본을 과학벨트로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세계가 주목할 R&D 거점이 땅값 시비로 얼룩져 최후통첩 게임처럼 가면 옳지 않다. 미실이 환생해서 봐도 그럴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선물보따리에 대한 상호성의 법칙을 땅값 부담에 적용하면 각론으로 넘어가서는 지뢰밭이다. 총론은 몰라도 가능성 0에 수렴할 수도 있다. 부담 의향이 없다기보다 대전시 자체 재원으로는 부담 능력에 못미쳐 부담 주체가 되기 힘들다.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그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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