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여회 발생 '문제 학교'…최근 4년간 2건으로 '뚝'
소통 강조한 차별정책 주효…교육부 장관상 수상
(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학교와 가정, 사회의 의무입니다"
충북 제천의 세명고가 펼치는 차별화된 학교폭력 예방책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연간 10건 이상 발생, '문제 학교'로 불리던 세명고의 학교폭력은 지난 4년간 단 2회로 줄었다. 그 비결은 학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예방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변화는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세명고는 잘못한 학생에게 벌점을 주고 잘한 학생에게 상점을 주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세명고만의 새로운 '운영의 묘'를 찾아냈다.
우선 사전에 상·벌점을 차등화한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신상필벌' 방침을 분명히했다.
잘못을 했을 때는 벌점을 다른 학교보다 2배 이상 무겁게 주고 그 사실을 학부모에게 즉시 알렸다. 물론 좋은 일을 하면 여러 번 칭찬을 받도록 했다.
학생들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하려고 시작한 이 방법은 곧 긍정적인 방향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상·벌점 카드에 담임교사, 지도교사, 교감의 사인을 받게도 했다.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여러 교사가 다양한 시각에서 학생과 직접 대화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소통토록 하자는 취지였다.
지난해부터는 1년에 두 차례 학교폭력 관련 학생과 교사가 함께 1박2일 캠핑을 떠나는 '사제동행 캠프'를 시행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며 마음 터놓고 대화하니 친밀감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추세에 맞게 새로운 대화 창구도 마련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익명의 학교폭력 신고 창구인 '학소챗'(학생-교사 소통 CHAT)이 그것이다.
단순히 학교폭력 신고만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고 내용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로 활용, 학생들이 더 편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세명고는 지난달 30일 열린 교육부 주최 '제3회 학교폭력예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학교폭력예방 우수학교로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학교폭력 예방 우수학교 충북도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고학교'에서 학교폭력 근절의 '모범학교'로 완전히 탈바꿈했음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 학교 임병용 학교폭력담당 교사는 "학교폭력은 밝혀내고 처벌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학부모, 학생, 교사가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고민한 방법을 실천에 옮기니 자연스럽게 학교폭력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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