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人] 상상 그 이상의 것, 무한한 생각의 窓 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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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人] 상상 그 이상의 것, 무한한 생각의 窓 백남준

서거 10주년 … 백남준아트센터 등 추모행사

  • 승인 2016-01-29 09:0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한人] 3. 백남준 비디오작가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덧 서거 10주기입니다. 제 기억 속에 이분은 멜빵바지와 탑처럼 쌓여 올려진 TV모니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예술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나이에 만났던 그의 작품들은 낯설었지만 홀로 사유케 하는 힘을 주었던 미지의 예술가였습니다. ‘대한人’ 세 번째 주인공은 비디오작가 백남준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1932년 서울 부유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백남준은 미술사와 미학, 음악학, 작곡을 공부한 엘리트였습니다. 일본 동경대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으로 유학을 떠나죠. 그리고 그곳에서 백남준의 인생을 뒤바꿀 운명적이고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됩니다. 사실 백남준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알기 전에 우리는 ‘그 만남’에 먼저 주목해야합니다.

▲인생을 바꾼 존 케이지

“내 삶은 1958년 8월 다름슈타트에서 시작됐다.
그를 만나기 전 해인 1957년이 내게는 기원전(B.C)1년이다.”

1958년 백남준은 그보다 20살 많은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를 만납니다. 존 케이지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현대예술사에 많은 영향을 남긴 사람입니다. 대표작은 ‘4분 33초’인데 4분33초 동안 연주자는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 관객들이 자연적으로 내는 환경적 소리를 발견케 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예술로 동양의 공(空)사상을 풀어낸 놀랍고도 철학적인 예술이었죠.

백남준은 그의 공연을 접한 뒤 동양의 선불교 체득하게 되고 존 케이지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그를 위한 헌정 작품을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 등이 있습니다. 이후 백남준은 존 케이지의 무작곡 예술세계를 뛰어넘는 무음악의 예술 영역을 보여주며 스승을 뛰어넘는 진화된 자신만의 예술세계에 진입 하게 됩니다.

그를 위한 수식어는 오직 ‘센세이션’뿐 백남준

▲바보상자가 아닌 실험상자

백남준은 독일에서 막 보급되기 시작한 TV에 주목합니다. 1963년 그의 첫 개인전에서 13대의 텔레비전을 전시했습니다. 얼핏 보기에 고장 난 듯 굴러다녔지만 텔레비전의 내부회로를 조작해 실험 TV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백남준은 텔레비전과 전자 매체에 집중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는데, 이곳에서 슈아 아베를 만나고 ‘로봇 K-456’을 탄생시킵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손을 잡으며 정점으로 올라섭니다. 그녀는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을 이끌던 사람이었는데, 백남준의 몸이 첼로가 되고, 전라의 몸으로 연주하고, TV로 만든 첼로를 켜는 등 전통적인 공연방식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펼칩니다. 두 사람은 세계를 돌며 금기에 대항하고, 전통적인 예술을 거부하는 독창적인 예술관을 정립했습니다.

‘TV부처’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돌부처가 앉아있고 부처는 TV를 보고 있지요. 그 TV화면에는 돌부처의 얼굴이 비춰지고 TV 너머에는 부처를 찍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무엇이 느껴지십니까?

백남준은 존 케이지로 인해 선불교 사상에 젖어 있었는데 이 또한 그 연속성에 있는 작품입니다. 비디오 신호와 그 신호가 창조하는 이미지는 결국 하나의 고리 안에 존재하고 그 안에서 결합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처가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무한한 수행의 순간에 빠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 볼 수 있습니다. 백남준은 파격을 추구했지만 그 안에 반드시 사유의 힘을 강조했던 것이죠.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1974년 백남준은 독일 쿤스트페라인에서 본인이 직접 부처상이 되어 텔레비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미술이나 음악과 달리 비디오 아트와 행위적 예술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다소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백남준의 작품도 얽혀있는 TV회로처럼 세계관이 다소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작가의 의도와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1월29일은 백남준 작가의 서거 10주기입니다. 그가 생전에 보여줬던 센세이션한 작품들은 현대 비디오아트의 역사적인 첫발이었습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히 현재와 동일한 시간을 걷습니다. 촌스럽지 않은 네모난 예술 놀이터. 요리조리 꼬여있는 회로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백남준의 텔레비전은 상상 그 이상의 세상입니다. /이해미 기자

*작품사진은 저작권을 이유로 싣지 못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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