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人] 외길이라도 좋다 소리는 운명이었다 명창 ‘공대일’

  • 문화
  • 대한人

[대한人] 외길이라도 좋다 소리는 운명이었다 명창 ‘공대일’

곡부 공씨 세습무예 집안에서 태어나 판소리와 춤에 능해 병신춤과 창무극 1인자였던 딸 공옥진과 부녀 예능보유자

  • 승인 2016-02-04 11:33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한人] 4.공대일

대대로 세습무예 집안에서 태어나 소리와 춤을 추는 것이 운명이라 믿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외길 인생을 걸어온 사람들. 이들은 명창으로 또는 무형문화재로 국민들에게 각인 됐죠. 명창 공대일도 세습무예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의 딸인 공옥진도 아버지와 비슷한 운명을 받아들이고는 예인으로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오늘 대한人 주인공은 명창 ‘공대일’입니다.

▲정범태 사진작가가 찍은 공대일 명창. 출처=국악신문
▲정범태 사진작가가 찍은 공대일 명창. 출처=국악신문


▲재야의 명창, 수많은 소리꾼들의 스승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습니다. 공대일은 1911년 전남 출생으로 광주에서 활동하던 근현대 명창입니다. 송만갑 국창의 제자인 공창식과 공기남 명창과도 한 집안으로 15세부터 공창식에게 ‘홍보가’, ‘춘향가’를 부분적으로 배웠다 합니다.

박동실에게 심청가를, 성원목에게 춘향가를, 임방울에게 수긍가를 전수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공대일의 업적 중 가장 큰 것은 집안소리로 ‘고사소리’를 배워 전승했다는 점입니다. 고사창은 고사굿에서 불리는 모든 노래를 총칭하는데, 타 지역에 비해 전라도의 고사창이 가장 성행했고, 공대일 명창의 고사창은 시대에 비해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사문화가 대다수 사라져 전승 위기에 몰려 있기도 합니다.

공대일을 제야의 명창이라 부르는 이유는 판소리 공연을 일체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는 1955년 광주호남국악원 소리선생으로 취임하며 40여년을 판소리 전수에 인생을 바쳤습니다.

그는 고사창과 함께 박동실제 서편제 전 바탕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녹음본이 남아있지 않아 후세에 전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박동실제의 서편제는 초기 서편제의 정통성 살린 일제의 압박으로부터 받은 고난과 박해를 판소리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이후 공대일은 1974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홍보가 보유자로 지정됐습니다. 구성진 수리성과 기교적인 소리가 일품이었다 합니다.

그는 광주 지역에서 가장 많은 제자를 길러낸 스승으로도 꼽힙니다. 그러나 공대일은 도막소리를 가르치는 데에는 탁월했으나, 그의 소리를 온전히 전승받은 제자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사람에게 배운 소리를 자신이 재구성했기 때문이라는데요. 공대일의 바탕을 모두 전승받은 후학이 없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인 듯싶습니다.

송순섭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적벽가 예능보유자와 김일구 적벽가 보유자 후보가 대표적인 공대일 명창의 제자로 꼽힙니다.

공대일은 수많은 소리꾼들의 스승으로 한평생을 보낸 뒤 1990년 2월4일 타계합니다.

▲ 슬픔도 웃음으로 해학의 끝… 창무극의 1인자 딸 공옥진

공대일 선생의 딸인 공옥진 여사는 아버지보다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죠. 병신춤과 1인 창무극의 선구자로 전라도 무형문화재 29-6호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부녀 예능 보유자인 셈이죠.

▲1993년 8월 공옥진 여사 모습. 중도일보 DB
▲1993년 8월 공옥진 여사 모습. 중도일보 DB


곡부 공씨 가문인 공대일과 공옥진의 집안은 세습무예를 대대로 이어온 집안으로 위로는 8촌 형 공창식 명창이 있고, 선대로 올라가면 왕의 남자의 주인공이었던 공길의 후손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곡부 공씨는 공자의 후손이기도 합니다.

공옥진 여사는 아버지의 징용을 막기 위해 무용가 최승희의 몸종으로 1000원에 일본으로 팔려갔고, 불교에 귀의해 3년 여 간을 비구니로 참선하기도 했죠. 이후 다시 세상으로 나온 공옥진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춤과 소리를 통해 굴곡진 삶에서 얻은 모든 감정을 섞어 곱사춤과 병신춤으로 유일무이한 예술세계를 펼칩니다.

유명세에 비해 공옥진은 뒤늦게 무형문화재로 지정됩니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2010년에야 비로소 문화재 타이틀을 얻게 되는데, 이유는 그의 춤에 전통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뇌졸중으로 투병하던 공옥진의 사연이 미디어에 전파되며 국민들은 공 여사가 무형문화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었죠. 이후 전라남도는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전통 판소리에 기반을 두고 문화 변용을 이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무형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공옥진 여사의 기록을 찾다보니 1996년 3월 11일 대전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라 대전시민과 만난 적도 있었네요.

가족에서 가족으로,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진 하나의 운명. 다른 길은 선택할 수 없었던 우물 안의 삶이었을지라도 그들은 우직하게 걸어왔습니다. 부녀의 소리를 통해 누군가는 눈물 흘렸고, 부녀의 춤을 보며 해학의 진수를 맛보았을 겁니다.

이 시대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예인으로서는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죠. 공대일 명창이 자신의 명예보다 후학양성에 올인 했던 것 또한 예인으로써 지키고 싶었던 선은 아니었을까요.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득음이라는 고난의 과정을 겪고, 소리 전승을 위해 한평생을 받친 그의 삶에 경외를 표합니다. /이해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영춘 전 공주대 부총장, 기림의 날 맞아 노란나비와 함께 사회적 책임 다짐
  2. [교단만필] 아이들 곁에서, 우리 곁에서
  3. 대전교육청, '정책실명제 심의위원회' 개최…53개 중점관리 사업 선정
  4.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8월15일 금요일
  5. 통행 방해하는 인도 위 쓰레기
  1. 전세사기 업자와 금융기관 뒷거래 혐의…검찰, 새마을금고 임직원 기소
  2.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날아간 꿈
  3. 세종시 '산하기관장' 선임 방식...2년 여 갈등 일단락
  4. 천안법원, 현금수거책 역할 맡은 40대 청각장애인 '징역형'
  5. 천안법원, 승진 원하는 부하직원 강제추행한 관세직 공무원 '징역 6월'

헤드라인 뉴스


전세사기 업자와 금융기관 뒷거래 혐의…검찰, 새마을금고 임직원 기소

전세사기 업자와 금융기관 뒷거래 혐의…검찰, 새마을금고 임직원 기소

대전 깡통주택과 전세사기 범행의 자금줄이라고 의심 받아온 대전지역 모 새마을금고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낮은 담보와 신용평가 점수임에도 대가를 받고 대출 가능 한도를 넘어서는 대출을 승인해 전세사기 범죄가 시작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전지검 공판부(부장검사 최정민)는 14일 대전지역 최대 규모의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A(60대)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전 전무이사 B(50대)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또 B씨의 이부형제이면서 브로커 역할의 건설업자 C(38)씨를 구속기소하고, 자금세탁을..

전국 각지에서 찾아… `직장인 밴드 대전` 16일 대망의 본선
전국 각지에서 찾아… '직장인 밴드 대전' 16일 대망의 본선

중부권 최대 직장인밴드 음악경연 대회인 '2025 직장인 밴드 대전'이 한층 더 화려해진 무대로 찾아온다. 중도일보 주관으로 열리는 직장인 밴드 대전은 대전 대표 축제인 '0시 축제' 기간 마지막날인 16일 대전 중구 우리들공원 특설무대에서 대망의 본선이 진행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직장인 밴드대회는 대전을 넘어 중부권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잠재돼 있던 끼와 열정을 발산, 미래 발전 동력으로 삼고 지역 문화 중흥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첫 대회 때..

신임 교육부장관에 최교진 세종교육감 지명...최종 인선 주목
신임 교육부장관에 최교진 세종교육감 지명...최종 인선 주목

3선의 최교진(72) 세종시교육감이 13일 이진숙 후보 낙마 이후 신임 교육부장관에 지명됐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걸어온 이력과 일선 교육 경험,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충청권 인사 안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다른 인사 2명 외 다른 지역 교육 인사도 후보군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최 교육감으로 무게 중심을 실었다. 최 교육감은 그동안 혁신학교와 고교 상향 평준화, 공교육 강화, 초등학교 학력 시험 폐지, 캠퍼스형 고교 설립, 고교 학점제 선도적 시행 등으로 세종형 교육의 모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통행 방해하는 인도 위 쓰레기 통행 방해하는 인도 위 쓰레기

  • 천 개의 마음 모여 완성한 대형 태극기 천 개의 마음 모여 완성한 대형 태극기

  • 국군간호사관학교 67기 생도 ‘나이팅게일 선서’ 국군간호사관학교 67기 생도 ‘나이팅게일 선서’

  •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대전서 표심 경쟁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대전서 표심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