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2월16일:별이 된 '성자 김수환'

  • 중도자료실 (J Archive)
  • 오늘의역사

[오늘의 역사]2월16일:별이 된 '성자 김수환'

  • 승인 2016-02-15 17:40
  • 김은주 기자김은주 기자


옹기는 가난한 옹기장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때부터 독실한 천주교 집안으로 ‘무진박해’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 김영석은 고향을 떠나 전국을 떠도는 신세로 지내다 1895년 경북 칠곡에서 어머니 서중하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여덟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옹기는 그 중 막내였다.

보통학교 재학 중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살림이 어려워 졌지만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는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에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

그의 꿈을 소박했다. 상점에 취직해서 장사를 배워 상인이 되고 싶어 했다. 25살에는 결혼을 해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알콩달콩 살고 싶어 했다.

그러니 한 가정을 책임지려했던 이 아이가 훗날 한 나라의 정신적 안식처로 추앙받는 김수환 추기경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어머니의 권유로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 안동성당에서 첫 사목생활을 시작해 1969년 로마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마흔일곱의 세계 최연소 젊은 추기경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게 했던 것은 박정희 정권부터 5공 6공 시절을 거치는 독재정치에 대한 거침없는 쓴 소리였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지학순 주교가 구금되자 박정희와 직접 면담해 지 교수의 석방을 얻어냈으며, 인혁당 사건 관련자에 대한 탄원서에도 서명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박정희가 암살당하자 추모사 낭독에서 “인간 박정희가 이제 주님 앞에 섰습니다”라는 표현으로 장기집권의 야욕이 빚은 참극을 꼬집기도 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라고 하며 명동 대성당에 들어온 시위대를 연행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려 하자 버틴 일화도 회자되고 있다.

불의와 타협을 거부한 김수환 추기경은 항상 이 땅의 민중과 함께 했다. 탄압과 억압의 역사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싸웠으며 사랑의 실천적 삶은 죽음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막을 기증해 두 사람에게 밝은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고 7년 전 오늘 선종했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초들과 함께 해준 성직자였던 김수환 추기경.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자만과 교만에 쌓였던 우리들을 되돌아보게 했던 ‘바보 김수환’의 똑똑한 가르침은 큰 교훈으로 남았다./김은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파기환송…유죄 취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세계노동절 대전대회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