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人] 부끄러움 없이 살다간 별 헤는 시인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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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人] 부끄러움 없이 살다간 별 헤는 시인 윤동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월16일 순국 서시와 참회록 등 주옥같은 시 남겨

  • 승인 2016-02-16 11:1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한人] 6. 윤동주 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한편의 시에서 조국을 향한 아픈 마음과 시인의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고자 자아성철과 민족의 아픔을 노래하는 시를 썼습니다. 이 시들은 현재까지도 읽혀지며 국민들의 가슴을 울린 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월16일 서거 71주년을 맞은 윤동주 시인을 대한人으로 만나봅니다.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졸업사진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졸업사진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났고 15살부터 시를 써왔습니다. 1900년 간도로 이주한 윤동주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으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윤동주를 회고할 때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문학소년이었다 평하는 것도 유년시절의 영향이 큰 듯 보입니다. 윤동주는 한때 정지용 시 세계에 심취했었다고 합니다.

1941년에는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영문학을 공부하죠. 학업 도중 귀향하려던 윤동주는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중이던 1945년 2월16일,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28년 짧은 인생이었습니다.

시신을 가져가라는 일본의 서신을 받고 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윤동주의 사촌인 송몽규를 면회하는 것이었는데, 송몽규는 자신과 윤동주가 일본군에 의해 주사를 맞았으며 이로 인해 동주가 사망했음을 알립니다. 피골이 상접해 있던 송몽규는 이후 20일 만에 사망하고 맙니다.

윤동주의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생체실험으로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았고 결국 뇌일혈로 사망했다는 것인데, 송몽규의 증언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할 만큼 여린 마음을 가졌던 시인이 생체실험의 피해자라 생각하니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정병욱이 보관해온 윤동주의 서시 자필 원고
▲정병욱이 보관해온 윤동주의 서시 자필 원고


▲절망과 공포와 고향상실은 부끄러움으로

윤동주의 시는 잔잔히 읽히다 이내 슬며시 눈물이 고입니다. 윤동주의 시를 읽노라면 별빛 아래 누운 듯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찬 감정이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빼앗긴 나라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의 아픔들이 별빛이 되어 쏟아져 내리듯 말이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별 헤는 밤’ 중략

윤동주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 헤는 밤’을 읽어봅니다. 1941년 지은 유작으로 원본은 친구 정병욱이 가지고 있었죠. 이후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와 남겨진 31편을 정리해 1948년 초간본을 발행하는데 마지막장에 실린 시입니다.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담화체 형식을 빌려 머나먼 고향을 떠올립니다. 별 하나에 그리운 이름들을 부르는데, 어쩐지 돌아갈 수 없을 듯한 고향을 향한 짙은 그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향에서 떠도는 자신과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이어주는 것은 밤하늘의 별빛인데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상징적인 매개체로 상징성과 구원의 의미를 담고 있죠.

그래도 시인은 광복을 향한 희망을 품고는 있습니다. 지금은 고독하고 외로우나 곧 새날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의 유고시집입니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고향상실과 실존적인 결단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절망과 공포, 부정적 현실이 팽배합니다. 그리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 자아에 대한 부끄러움이 내제되어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윤동주의 시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요. 사실 윤동주는 치열한 독립투사는 아니었습니다. 저항과 독립에 대한 의지는 강했으나 무장하고 싸우기보다는 시와 문학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아마 윤동주는 그런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고, 더욱 솔직한 시를 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동지 송몽규와 문학동지 정병욱

▲왼쪽부터 송몽규, 윤동주, 정병욱
▲왼쪽부터 송몽규, 윤동주, 정병욱


윤동주의 인생을 되돌아 볼 때 가장 중요한 두 명의 사람이 있죠. 고종사촌인 송몽규, 연희전문학교에 만난 정병욱입니다.

송몽규는 일찍이 김구가 광복군 무관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중국중앙육군군관학교에 설치한 한인특별반 2기생으로 입학해 군사 훈련을 받으며 독립에 대한 열망을 가득 품게 됩니다. 이후 윤동주와 서울 연희전문대와 일본 유학시절을 함께 보내고, 후쿠오카 감옥에 같은 죄목으로 갇혀 옥중에서 순국합니다.

그는 이미 18세 나이에 신춘문예에 콩트가 당선되는데, 윤동주는 자신보다 늘 앞서가는 송몽규를 잘 따르면서도 부러워했다고 하네요. 대범한 송몽규와 조용하고 차분한 윤동주는 성격은 달랐지만 어쩌면 가족 그 이상의 소울메이트였을지 모릅니다. 언제나 윤동주에게 큰 영감을 주고 세상으로 나오게 해준 사람이 송몽규일 겁니다.

정병욱은 연희전문학교에서 만난 친구로 윤동주보다 5살이나 어렸지만 문학적 교류를 통해 아주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훗날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와 정병욱의 여동생이 결혼할 만큼 끈끈한 인연이 있는 집안이기도 했죠.

정병욱이 주목받는 이유는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때문인데요. 윤동주는 직접 쓴 자필본을 세권을 만들어 한권은 자신이 갖고, 한권은 스승에게, 한권은 정병욱에게 주었습니다. 정병욱은 학도병으로 끌려가면서 까지도 어머니에게 신신당부했다 합니다. 자신이 돌아오지 못하면 반드시 책으로 낼 줄 것을 말이죠.

정병욱의 이러한 각고의 노력으로 시집은 무사히 발행되었고, 원고를 보존했던 전남 광양시 진월면의 정병욱의 가옥은 등록문화재 제341호 등록됐습니다. 윤동주의 문학적 위대함을 그 시절 정병욱은 이미 알았던 것이겠죠. 그의 노력으로 세상에 나온 시집,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병욱은 윤동주의 영원한 문학동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윤동주는 치열한 독립투사는 아니었지만 그가 고뇌하며 절망의 순간 남긴 시들은 지금 우리에게는 보물처럼 남았습니다. 시인으로써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부끄럽게 여겼고, 시 밖에 쓸 수 없음에 절망했던 그였습니다.

조선의 정직하고 순박했던 청년이 힘없이 쓰러져간 오늘, 우리가 윤동주를 기억해야 함은 좋은 시를 남겨준 그를 위한 작은 성의겠지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와 그의 시를.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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