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75. 서민피서(庶民避暑)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75. 서민피서(庶民避暑)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세상은

  • 승인 2016-08-19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연합 DB
▲ 사진=연합 DB

어제는 정말이지 큰 맘 먹고 에어컨을 켰다. 그러자 아내의 눈이 황소 눈처럼 커졌다. “당신 지금 제 정신이여? 그러다가 전기료 폭탄 맞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나는 짐짓 태연을 가장하며 시치미를 뗐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여, 딱 한 시간만 틀자고.” 그렇게 올 들어 두 번째로 에어컨을 가동했다. 그러자 비로소 무더위가 달아나면서 죽어가던 심신이 겨우 살아나는 듯 했다. 비단 우리 집뿐만 아니라 전국이 폭염으로 인해 난리다.

기온의 1도 상승에 전기료 555억 원이 소요되며 폭염으로 인해 20일간 더 쓴 수돗물 값만 66억 원이라는 뉴스가 돋보이는 즈음이다. 광복절은 벌써 지나갔으되 무더위에서의 ‘해방’은 아직도 멀었지 싶다.


예년 같으면 벌써 조석으로 찬바람이 불었을 때다. 그러나 요즘 날씨는 야박한 정부를 닮았는지 한 치의 양보조차 안 보인다. 가정용 전기료의 누진제에 문제가 있다며 국민들의 원성이 여전히 하늘에 가 닿아 있다.

그럼에도 주무부서인 산자부는 꿈적도 안 하는 모양새다. 되레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아 가뜩이나 더워서 환장할 지경인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마저 올려놓았다.

아울러 “대체 산업자원부냐, 아님 한전산업부냐? 그렇다면 당신들의 사무실부터 하루에 3시간만 가동하고 에어컨을 꺼라!” 는 등의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개인적 편견인데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고 있는 한전을 ‘적극옹호’하고 있는 산자부의 행태는 아마도 다음에 그 자리로 이동할 산자부 간부들을 배려한 일종의 포석이 아닐까도 싶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부기관, 특히나 산자부는 이런 관점에서도 한참이나 벗어나 있지 싶다. 간부들까지 나서서 가정용 전기료의 인하는 없다며 배짱을 부린 걸 기억한다.

그렇게 요지부동하던 산자부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돌변하여 호들갑을 떠는 걸 보자면 진짜 어이마저 상실되는 기분이었다.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세상은 부자연스럽고 민주적이지도 않다.

과거 진시황은 그 만기친람이 지나쳐서 중차대한 국사의 결제를 함에 있어서도 아예 저울로 재서 대충대충 했다는 고사도 있지 않은가? 하여간 그렇게 소신 없는 공무원들이 고위직에서 거들먹거림을 보자면 “99% 민중은 개돼지”라는 막말을 한 전(前)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궤변이 오버랩 된다.

아울러 그들이 정한 카르텔 안에 속해 있는 나, 이 ‘개돼지’는 따라서 오늘 역시 찜통더위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영화를 보러가는 게 그 묘수이다. 연전 책으로도 본 <덕혜옹주>를 구경하러 갈 참이다. 그러면 최소한 두 시간 정도는 '피서'가 가능할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3.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4.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5. 천안시, 2026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1.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2.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3.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4. 대전경찰, 지난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50명 송치… 지난 20대보다 174%↑
  5.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