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변호사] 억울한 사람 대변하는 ‘변호사계의 대모’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우리동네 변호사] 억울한 사람 대변하는 ‘변호사계의 대모’

  • 승인 2017-05-25 15:46
  • 신문게재 2017-05-26 20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우리동네 변호사>4. 정갑생 변호사

만 22세때 사법고시 패스, 6번째 여성변호사

판사시절 꼼꼼한 기록 검토 변호에도 큰 도움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정갑생 변호사는 충남의 한 지자체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은 사건을 맡게 된다.

선거법을 위반한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공범으로 기소된 A씨의 진술이었다. A씨는 교도소에서 자신의 부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메모지를 통해 증거 위작 지시를 한다. 교도소 면회실은 녹음과 녹화가 되는 곳이었고 부인이 메모지를 읽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되면서 위증 지시 내용이 드러나게 된다.

‘기록속에 답이 있다’를 진리를 알고 있던 정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조사되지 않았던 교도소 접견 내용을 직접 신청했고 그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다. 유일한 증거였던 A씨의 진술은 증거 위작 지시한 내용이 밝혀지면서 진술의 효력을 잃게되고 이 지자체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게 된다.

통상 드라마나 영화속에서는 검찰이나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수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그려진다. 현실은 불가능한 내용이지만 정 변호사는 직접 수사를 통해 무죄를 밝혀낸 드라마같은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정 변호사는 1964년 12자매의 막내로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진주여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1명의 언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골에서 공부에 매진하던 정 변호사는 1986년 만 22세의 나이에 사법고시에 패스(사법시험 28회, 연수원 18기) 한다.

그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진출했을 때는 전국의 여성 변호사가 5명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정 변호사는 6번째 여성변호사로 이름을 올린다.

사법연수원 300명 중 여성은 8명에 불과했고, 남편도 연수원에서 만나 함께 변호사 생활을 하다 현재는 외국어대 로스쿨의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연수원 졸업후 11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서울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반도 잡고 명성과 경력도 쌓은 상태였다.

‘변호사일이 힘들다’고 느낄때쯤 어느 신문에 난 경력법관 모집 광고를 우연히 보게된다. 정 변호사는 지방근무가 예상 되고 자신이 닦아온 기반을 옮겨야 했지만, 법관의 길을 선택한다.

서울의 잘나가던 변호사가 법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감수하고 잃어야 할 것이 많았지만, 그는 판사의 길을 선택했다.

자녀를 3명이나 키우는 엄마로서, 법관으로서 몇가지의 역할을 해야 했지만 법관 생활은 보람됐다.

그는 “변호사 시절에는 한쪽말만 듣고 한쪽의 주장만을 해줬다. 하지만 판사는 양쪽의 진실을 밝혀내야 했고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기록이었다”고 말한다.

‘기록을 잘 보면 선반 위에 올려진 진실이라는 보물을 까치발들고 찾아내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정 변호사는 판사시절 꼼꼼한 기록 검토로 유명하다.

기록을 다 읽지 못하면 재판을 연기하고, 밤을 새워 기록을 보면서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그런 노력들은 꼼꼼한 판사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판사로 기억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민사, 형사는 물론 가정법원 지원장을 지내 가사 사건도 많은 의뢰가 오는 편이다. 이혼 재산분할과 상속재산분할, 소년사건 등이 주사건이다.

그는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다투는 사건들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 변호사는 대전을 사랑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같이 호흡해 주는 동네였다.

그는 “대전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헤아리고 짐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대전에 와서 많이 받은만큼 지역사회에 억울한 사람을 대변하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정 변호사는 지역 변호사계의 대모다운 모습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4.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