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인생의 평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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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인생의 평균값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1-27 09:5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문득 인간이 한 평생을 사는 동안 갖는 '삶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삶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이 정해 진 것도 아니고, 혹시 어떤 것을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측정해야하고, 측정의 범위나 기준 등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삶의 가치'가 도대체 얼마나 될 것인가를 궁금하게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부, 명예, 지위 등등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측정의 대상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것만을 인생의 가치라고 하기는 어딘가 어색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재력을 꼽는 분도 있고, 학력이나 지식을 우선으로 꼽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명성이나 명예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성공한 삶을 살았다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판사, 검사, 의사, 대학교수 등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삶의 가치'가 높은 분들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과연 자신의 '삶의 가치'가 어느 정도 일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의문은 부, 명예, 학식이나 지식, 안정된 직업, 사회적인 명성 등등 이 모든 것이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즘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부모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예고편에서 이미 그 드라마의 내용과 주제를 보았고, 그런 내용의 드라마는 나의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결코 불리한 것이 아닙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오히려 큰 장점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나 수험생의 입장에서도 일류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를 가지고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흔히 말하듯이 명문 일류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생의 성공' 또는 '삶의 가치'는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 만을 가지고 결코 판단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인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동창 친구를 만나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서 임원을 역임했고, 대기업 퇴사 후에는 공기업 대표를 수차례 하는 등 남들이 보면 성공적인 삶을 산 친구입니다. 지금은 모든 직을 내려놓고 조금은 여유 있는 삶을 살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계획을 착실히 준비하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앞으로 삶의 계획에는 자신이 평생 해온 일에서 얻은 경험이나 지식, 경륜 등을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를 위해 어떻게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교 동창 친구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또 한편으로 부럽기도 한 그런 친구입니다.

이 친구와 많은 대화 속에서 우리가 나이를 먹고 살아가면서 인생이 평준화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친구와 나는 우리가 적어도 게으르지 않고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우리 나이가 되어서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부를 가질 수 있고 아울러 사회적인 인정이나 명예도 조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한 때 소위 '잘 나갔던 것'도 이제는 거의 퇴직해서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도 우리 인생이 나이를 먹으면서 평준화 되고 있는 근거라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과거 어떠했느냐 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거의 비슷한 고민과 생각과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많은 지식과 학식과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모아 놓은 재산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현직에서 은퇴하고 앞으로 삶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거의 비슷한 상황과 고민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전제가 되는 것은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인 건강이 전제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평준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인생의 '삶의 가치'는 출발이 높고 낮은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들면서 평균값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인생의 정점에서 '삶의 가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들면서 점점 그 값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아무리 '삶의 가치'가 낮다고 스스로 느끼더라도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삶의 가치'는 항상 바닥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살면서 느끼는 '삶의 가치'는 어떤 순간이나 정해진 기간에서만 판단할 수 없는 것이고, 인생 전체를 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 점에서 우리는 거의가 비슷한 정도의 삶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위의 높고 낮음, 명예나 권력의 유무, 부의 정도 등등 누구나가 살면서 가지고 싶은 것들도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나 정도는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과거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고, 쟁취하고, 누리려고 했던 것들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것보다는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느끼는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너무나 평범한 순간의 행복들이 모여져서 인생의 전체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잊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 작은 순간의 행복이 우리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말입니다.

이번 주말도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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