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한반도 식량안보, 고구마가 대안인 이유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한반도 식량안보, 고구마가 대안인 이유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19-03-07 14:43
  • 신문게재 2019-03-08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곽상수 생명연 박사
UN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인구가 약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사용하면 2050년에는 1.7배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심각해지는 기상재해는 식량수급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식량안보는 국가생존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한반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18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세계는 이상기후 탓에 식량사정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곡물자급률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한의 현재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포함)은 24% 수준이다. 보릿고개가 있었던 1960년대 곡물자급률 약 90%가 어떻게 20%대로 뚝 떨어진 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소득이 증가하면 육류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농지가 산업화, 도시화로 훼손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1kg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용 곡물이 각각 7kg, 4kg, 3kg이 필요하다. 1970년 남한의 약 230만 ha 농지가 산업단지와 택지 조성, 도로건설 등으로 훼손되어 지금은 약 162만 ha 수준이다. 북한도 소득이 증가하고 산업화가 진전되면 육류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농지도 훼손될 것이다. 2018년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쌀 220만 톤을 포함하여 455만 톤 수준이다. 남한은 쌀 380만 톤을 포함해 약 500만 톤이다. 우리는 부족한 곡물 1500만 톤을 수입할 수 있지만, 북한은 외화부족으로 부족한 식량을 수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구황작물로 여겨온 고구마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반도 식량안보 구축에 대안이 될 수 있다. ①고구마는 전분 작물 가운데 단위면적당 전분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단위 면적당 부양능력(탄수화물생산)에서 옥수수가 1명일 때, 밀 1.6명, 벼 2.5명, 감자 3.4명에 비해 고구마는 3.9명으로 가장 높다. ②건조지역 등 척박한 토양에도 비교적 잘 자라며 가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강하며, 피복작물로서 장마철 토양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③화학농약과 화학비료가 비교적 적게 요구되는 친환경 작물이다. ④고구마는 비타민C 등 항산화 물질, 식이섬유, 칼륨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 질병, 변비, 당뇨 조절 등의 효능으로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상부도 기능성 채소와 사료로 이용된다. ⑤고구마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4개월 이상이면 고위도 지역일수록 병충해가 적고 수확량이 높아 적정 품종과 재배기술을 활용하면 남한보다는 북한지역이 수확량이 많을 수 있다. ⑥북한의 벌거벗은 임야에 조림할 때도 나무 사이에 고구마를 심으면 토양유실도 최소화하고 식량과 사료를 확보할 수 있다.

식량이 부족한 1960년대 남한의 고구마 생산량은 약 300만 톤으로 쌀 생산량과 비슷했으나,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구마 소비가 감소해 현재 남한의 고구마 생산량은 약 30만 톤으로 크게 줄었다. 흥미롭게도 25년 전 같은 면적에 벼농사 재배농가는 고구마 재배농가에 비해 소득이 약 4배 많았으나, 현재는 고구마 재배농가가 벼 재배농가보다 반대로 소득이 4배 많다. 고구마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인정되었기에 같은 무게의 쌀과 감자보다 2배 이상 비싼 부자들의 식품이 되었다.



자존심이 강한 북한 지도자는 선진국에서 주식으로 하는 전분 작물인 옥수수, 감자를 식량자원으로 선정해 식량난을 해결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임야면적이 약 80%인 북한의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고구마가 수확량과 영양적 측면에서 북한 식량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과기협력 차원에서 고구마 협력을 위해 북한을 2차례 방문했다. 2012년 한중일고구마연구협의회를 설립해 중국과 높은 수준의 고구마 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고구마생산의 약 70%를 차지하고 고구마 유전자원이 풍부하다. 필자와 오랫동안 협력하고 있는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도 북한 고구마 협력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필자와 약속한 상태다.

세계적인 현물투자가 짐 로저스는 오토바이와 승용차로 2차례나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1세기는 농업이 신산업이라 강조했다. 그는 남북통일이 되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며 남북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구마는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식량문제를 해결하면서 고령화 대응 영양식품으로서 한반도 식량안보 구축에 기여할 것을 확신하며 고구마 남북협력이 기대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1.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2.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속보>교정시설에서 수용자의 폭력이나 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금속보호대가 대전교도소에서 1년간 122차례 사용되고 한 번 사용되면 평균 3시간 50분간 수용자에게 착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보호대를 이용해 6시간 이상 수용자를 결박한 사례도 16차례 있었는데 사후 전자기록을 남겨놓지 않거나 부실작성 등 보호장비 사용에 대한 문제가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교도소장에게 발송한 직권조사 결정서를 분석한 결과 폭력이나 자해 위험 수용자를 관리할 목적의 여러 보호대 중 결박 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