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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
에너지전환은 독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한 말로서, 원자력이나 화석에너지로부터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을 말할 때 흔히 독일을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들고 있지만, 조용한 가운데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나라가 바로 덴마크이다. 이 나라는 1970년대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에너지 위기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다가 2011년에 에너지전환 장기계획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전략 2050』을 발표하였고,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자력 발전은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에 2011년에 에너지전략을 수립할 때에는 원자력 발전이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덴마크의 에너지전환은 어디까지 와있는가? 2017년의 경우, 덴마크는 전력 생산의 6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고, 전체 에너지 소비의 34%를 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의 38%가 풍력으로 채워질 정도로 풍력이 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고, 그 다음으로 큰 것이 바이오에너지이다. 덴마크는 해상풍력을 이미 가동하고 있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약 3대1(3,971MW:1,271MW)로 육상풍력이 우세하지만, 향후 덴마크의 재생에너지는 해상풍력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해 쪽의 풍력자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이제 2030년이 되면, 석탄은 덴마크로부터 완전히 퇴출될 것이고,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이다. 또한 2050년이 되면 석탄뿐만 아니라 모든 화석에너지가 퇴출되고, 100% 재생에너지가 실현될 전망이다.
덴마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에너지청은 한 곳에서 인허가 과정 모두를 처리해주는 '원스톱 사무실'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한다는 점이다. '원스톱 사무실'에서는 사업자와 주민 간의 이익 배분은 물론 재산가치 하락, 경관 훼손, 소음, 그늘짐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주민과의 갈등 요인까지 다루어진다. 우리 정부에서도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반으로 한 기업유치이다. 최근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한 이른바 'RE100'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데이터센터가 덴마크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로서는 한편으로 이들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으면서도 예상치 못한 기업유치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데이터센터를 덴마크에 설치하기로 한 기업들로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있다. 에너지전환이 단지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의 매력적인 여건을 제공할 수 있음을 덴마크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높은 수준의 국민적 합의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전환, 그 중에서도 특히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 반하여, 덴마크에서는 에너지전환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회 발전의 목표로 확립되어 있다. 유엔이 설정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도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발전 목표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우리는 남의 일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왜 어떤 나라들은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나아가길 주저하는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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